대성리역. 수도권에 남은 유일한 낭만철도 경춘선에서 본격적인 여행궤도로 올라가는 역이다.
춘천가는 기차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 샛터고개를 넘어가면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
바로 북한강과 이어지는 대성리역. 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주말이면 수많은 대학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넓은 북한강과 북적거리는 유원지를 끼고 있는 대성리역은 낭만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성리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대성리 버스종점이 있는데, 그 부근의 국도 한복판에 가평군 홍보 팜플렛이 설치되어 있다.
'가평군 또 오십시오'라는 문구를 봐도, 이 곳이 가평과 남양주의 경계선이라는 것이 대충 짐작이 간다.
대성리는 위치상으로 분명히 가평군에 속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남양주에 속한 지역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서울, 구리 방면에서 오려면 남양주를 거쳐야 하는데다 대성리가 남양주와 가평의 경계지역에 있어,
여기에서 가평으로 넘어왔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남이섬'이 춘천에 속하지만 가평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듯이...
마을은 청평면 외곽에 떨어져 있어 별 볼 것 없는 수준이지만,
대성리 주변에는 "대성리 국민관광지"가 있어 수많은 펜션으로 가득하다.
대성리 자체가 관광 성격이 강한 취락이라 그런지,
마을 한복판에 그것도 초등학교 바로 옆에 번지점프가 설치된 광경까지 볼 수 있다.
아무리 대학생들이 주로 찾는 동네라지만 학교 바로 옆에 세우는 것은 너무한 게 아닌지...
대성리와 청평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 대성리역 간판이다.
청평호반, 대성관광지, 곡선을 돌아 질주하는 무궁화호 사진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마치 예전 정읍, 함평역의 단풍, 나비 역명판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특색있는 역 간판이 걸려있으니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다른 역에도 지역적 특색을 살려 개성있는 간판이 곳곳에 걸려졌으면 좋겠다.
좁아터진 역 내부는 주말만 되면 사람들로 꽉꽉 미어져 역 안에서 모든 사람들을 수용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넓은 역 광장 한켠에 아담하게 간이대합실을 만들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관광지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나는 것 같아서 좋게 느껴진다.
대성리역은 역사가 각각 왼쪽, 오른쪽에 분리되어 있고 중앙이 출구와 맞이방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조다.
덕분에 역사 내부가 굉장히 좁아지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게 되었지만,
중앙이 확 트여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열차를 기다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흐린 날이 아니라 맑은 날에 왔다면, 혹은 전철화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왔더라면,
여기 대성리 맞이방에 앉아 강을 보며 열차를 기다리는 기분도 상당히 괜찮았을 것 같다.
나름대로 경춘선에서 비중 있는 역이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공중전화와 현금지급기가 설치되었다.
큰 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공중전화와 현금지급기를 이런 조그마한 '간이역'에서 보게 될 줄이야.
현금지급기에서 여행에 부족한 돈을 뽑아가고, 공중전화로 친구, 부모님께 연락하라고 놔둔 건가...ㅎㅎ
관광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조그만 규모임에도 있을 건 다 있어 좋다.
보통 사람들은 지하철역만 금연시설이고 지상에 확 트인 공간을 갖춘 기차역은 금연시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차역도 공공시설물인 만큼 예외없이 금연구역이다.
비록 금연구역이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확 트인 공간인 대성리역에서 금연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행지의 '추억'을 상징하는 낙서. 전국 어딜 가도 저런 낙서는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비록 낙서를 하는 것 자체로는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내용을 하나하나 훑어보면 참 재밌는 낙서들이 많다.
잣나무 그늘 아래서 한가롭게 열차를 기다리며 연인들끼리 즐겁게 장난칠 수 있는 그런 곳.
역 안의 작은 쉼터, 간이 숲.
기차역조차 하나 둘 씩 삭막해져 가는 현실에서 생명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보면 눈이 즐거워진다.
식물이 있으면 그 옆에는 항상 동물이 있게 마련이다.
좁은 우리장 안에서 앵무새와 토끼가 한가롭게 먹이를 먹으면 즐겁게 놀고 있다.
이렇게 한가롭고 평화로운 모습을 과연 어떤 전철역에서 느낄 수 있을까.
곧 있으면 대성리역이 으리으리한 전철역으로 둔갑한다는게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시골의 몇 십 년 된 건물에서야 겨우 볼 수 있는 슬레이트 지붕에,
일제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사각 창틀, 그리고 연탄을 사용했을 시절에 필수품이었던 굴뚝까지.
비록 '레인보우 프로젝트'에 의해 역의 색만큼은 노란색으로 바뀌었어도,
역의 형태는 막 지어졌을 무렵의 모습 그대로다.
이런 조그맣고 아담한 간이역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니, 아직 한국의 간이역은 죽지 않았다.
오래된 것 위에 새 것을 덧칠하느라 경춘선은 정신이 없다.
그 새 것이 완전히 덧칠되기 전의 한적한 흔적이나마 조심스레 남겨본다.
사람이 없는 평일에는 굉장히 한가롭고,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연인들로 북적대는 승강장.
관광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경춘선 전 열차가 정차하지만 이용객의 특정 시간 편중 현상은 어느 곳보다 심각하다.
평일에는 지독하리만큼 사람이 없지만 주말에는 승강장에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찬다.
'레인보우 프로젝트'의 손아귀에 플랫폼 위의 대합실까지 물들여졌다.
당분간 대성리역을 상징하는 색은 노란색이 될 것이다.
적어도 신 역사가 지어지면서 대성리역이 초토화되는 이전까지는.
대성리역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파란색 역명판.
그리고 12년 전부터 대성리역의 간판이었던 검은색 역명판.
신과 구의 조합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구 대성리역과 신 대성리역은 저 조그만 역명판만큼 서로 잘 어울려 줄 수 있을까.
그나마 북한강이 더 잘 보이는 위치로 옮겨지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언제나 한가로울 것 같은 강가의 조그만 잣나무 숲 대성리역.
'낭만'의 첫 경종을 울리는 역인 만큼, 그 중요성 또한 적지 않다.
앞으로 전철이 개통되면 대성리역은 경춘선의 첫 관광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다.
비록 강가에 있던 조그만 숲은 온데간데 없이 사리질지라도,
대성리역은 '기차역'이 아닌 '전철역'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며 낭만의 흔적만큼은 온전히 간직해 줄 것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goyasoul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