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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서 해돋이 해넘이 해변도로 타고
그 남쪽해안은 소나무 숲과 고즈넉한 해변, 숱한 기암절벽들이 서해 바다와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그림이다. 해변도로를 타고 적벽강과 채석강으로 이어지는 격포를 지나 곰소항쪽으로 내려가면 궁항, 상록, 모항, 작당 같은 갯내음 가득한 어촌들이 곳곳에 고개를 내민다. 굽이굽이 고개를 돌아 변산면 도청리 어름에 이르면 소나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빼어난 자그마한 어촌을 만난다. 몇해 전 갯벌체험 관광지로 조성되면서 띠목마을이라는 옛이름보다 모항(茅亢)마을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최근 선착장 주변을 배경으로한 텔레비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로 이름을 탔다. 마을 앞쪽으로는 솔밭언덕 아래에 기암들을 끼고 아담하고 완만한 백사장이 펼쳐진 이 마을을 두고 안도현 시인은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이거든”(‘모항 가는 길’)이라고 읊었다. 특히 서해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이 마을에서는 요즘 봄 쭈꾸미 잡이가 한창이다. 변산이란 곳이 워낙 쭈꾸미로 이름난 고장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예부터 모항 쭈꾸미를 최고로 쳤다. 같은 바다라도 격포는 먼바다에서 잡아 씨알이 잘고 모항은 개안 쭈꾸미라서 씨알이 굵으면서 살이 연하다는 것이다. 쭈꾸미는 음력 보름 지나서 5월 초까지가 제철이거니와 대가리(사실상 배 부위이다)에 알을 잔뜩 밴 요즘 것을 먹어야 제대로 된 별미를 즐길 수 있다. 5월 말이나 6월을 넘겨 좀더 영글면 알이 딱딱하고 보리밥 같다고 한다.
“봄 쭈꾸미는 씨알이 굵어도 살이 부드럽고 연하지라. 철이 지나면 질기고 딱딱하제. 봄 쭈꾸미는 알 쭈꾸미라고 해서 머리부분에 알이 꽉 차서 머리만 따로 떼어내 삶아 먹으면 꼭 찰밥같소.” 이 마을 이춘희(43)씨는 “어릴 적에 계란 껍질에 해먹던 계란밥 같다”며 봄 쭈꾸미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잠시 사이 “새만금 간척사업을 하면서 물 흐름이 달라져서 그런지 올해는 원캉 쭈꾸미가 많이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모항에서는 쭈꾸미를 소라그물로 잡는다. 소라껍질을 50센티 간격으로 줄에 매달아 개안(앞바다)에는 5백개짜리 한 마깐을, 먼바닥(바다)에는 1만개짜리 한 마깐을 바닥에 넣어두고 4~5일마다 건져낸다. 이렇게 잡은 자연산 쭈꾸미는 수입산 중국 쭈꾸미보다 작고 또 약품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흘밖에 살지 못하지만 살이 연하고 고소하다. 갓 잡은 쭈꾸미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생것으로 기름소금장에 발라 먹는다. 볶아서 먹기도 하고, 봄에 쪽파가 많이 나므로 둘다 데쳐서 새콤달콤하게 먹어도 별미다. 칠산 앞바다를 둔 덕에 예부터 모항에는 갯것이 넘쳐났다. 모항마을에 살면서 고향의 소중한 풍경과 옛 추억을 모아 지난해 10월 산문집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을 낸 박형진(48) 시인은 “충청도에서 대하잡으러, 경상도에서 갈치 잡으러 와서 뒷장불(뒷바다)과 앞장불(앞바다) 온 바다에 배가 가득찼다”고 자랑했다.
“바닥에 나가지 않아도 호미 하나만 들면 굴, 게, 고둥, 맛, 피조개, 키조개, 바지락 등 갯것을 얼마든지 캘 수 있어. 또 새미(풀뭇가사리), 청각, 톳, 지총(지충이)은 얼마나 맛난 반찬거리인지.” 푸짐이, 꽃님이, 아루, 보리, 이름도 예쁜 4남매를 둔 이 농부 시인과 함께 썰물 무렵 바닷가로 나갔다. 해수욕장 오른편 바위 틈새를 잠시 뒤지니 말통성게와 소라, 고둥, 조개, 톳이 양동이에 가득찼다. 말통성게는 침이 가늘고 짧은 성게인데 요즘철에 알이 차서 쪄서 먹으면 최고의 술안주감이란다. 몇해 전부터 모항마을과 박형진 시인에 반해 이 곳을 즐겨 찾는다는 이효성(38·광주시 북구 일곡동)·경미(35·전남 담양군 대치리)씨 자매는 “작고 아담한 느낌은 예전 같지 못하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정경은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누구라도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안도현 시인의 ‘모항 가는 길’은 그랬다. 부안/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해안따라 굽이굽이 절경…‘이순신’ ‘왕의 남자‘ 까지 거쳐갔다오
변산반도에서 서해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구비구비 해안을 따라가는 변산해변도로는 외변산 여행에서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 으뜸이다. 부안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격포 방면으로 오다 보면 변산반도의 들머리이면서 외변산이 시작되는 해창마을이 나온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해창 갯벌에서 백합·동죽·모시조개 등이 많이 잡혔으나 91년부터 물막이 공사로 갯벌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갯벌의 생명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격포 방향으로 해변길을 좁혀가면 70년이 넘는 유서 깊은 해수욕장으로 해넘이 명소인 변산해수욕장을 만난다. 변산면사무소를 지나 오른편 원광대수련원 입구쪽으로 접어들면 환상적인 변산해변도로가 시작되는데 가장 먼저 송림과 2㎞ 넓이의 모래바닥이 잘 어우러진 고사포송림해수욕장에 닿는다. 근처 하섬까지 음력 보름과 그믐, 한달에 두 차례씩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으로 난 길을 따라 낙지, 해삼, 조개를 잡을 수 있다. 원광대수련원(063-583-8380, 584-8380)과 고사포별장횟집(063-582-8044 581-1600) 등에 미리 예약하면 민박을 할 수 있다.
고사포송림해수욕장을 지나면 붉은 바위로 이뤄진 기암절벽과 동굴의 신비가 아름다운 적벽강, 칠산바다를 수호하는 여해신인 개양할미를 모신 수성당, 호박나무 군락, 격포해수욕장, 해식단애가 수만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의 채석강, 격포항 등과 잇따라 마주친다. 격포항을 벗어나면 궁항 오른편 해안에 있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 전라좌수영, 좌측 논 건너편의 영상테마파크에 들러 색다른 체험관광을 할 수 있다. 영상테마파크는 조선 중기를 재현한 왕궁과 사대부가, 한방촌, 도자기촌, 공방촌, 시전거리 등 오픈촬영시설을 갖춰 텔레비전 사극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 한국 영화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 등을 촬영했다. 곰소 방향으로 3.3Km쯤에 있는 상록해수욕장은 미세하고 부드러운 모래로 이뤄진 1km 정도의 백사장이 운치를 더한다. 모항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30번 국도로 해안을 따라가다 마동삼거리를 거치면 운호리 바닷가의 자그마한 어촌 작당마을에 닿는다. 특히 작당마을 왼편 언덕에 자리잡은 카페 작당21(063-583-8039)은 해넘이 경관이 무척 아름다워 부안의 예술인들이 즐겨 모여 ‘작당’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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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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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모향으로... 존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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