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월세거래 100만 돌파...전세 존립 위기
올 10월 누적 117만건
연말 140만건 육박 할 듯
100만원 넘는 월세 3배 증가
전세대출금리 부담에 못이겨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연합
올해 10월 누적 월세 거래가 100만건을 넘겼다. 2015년 12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월세 거래량이 연간 100만건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월세 거래량은 117만58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해 연간 월세 거래량인 97만7039건보다 20.4% 늘어난 수치다.
최근 3년간 월세 거래량은 △2019년 82만210건 △2020년 88만7778건 △2021년 97만7032건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17만건이 넘어선 것이 10월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월세 거래량은 140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사느니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를 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세입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달 기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6연속 인상되며 3.25%까지 올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제로금리 시대였지만 이제는 대출 이자 상환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이 됐다.
실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금리 상단은 8%를 앞두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신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는 연 5.25~7.877%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 2~3%대였던 금리가 4%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4.9% 수준으로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더 저렴한 상황이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연 환산 이율이다.
월세 거래량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KOFIX·자금조달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보이면서주요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3.4%)대비 0.58%포인트 오른 3.98%를 기록하며 2010년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상승폭 역시 최대치로 지난7월 최대 월간 상승폭(0.52%)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금리 인상 기조로 10%대 대출금리 시대가 다가올 가능성도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내년 상반기에도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높아진 월세 수요에 월세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특히 서울 소재의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의 가격이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소형 아파트 중 월세 1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 것은 8305건으로 지난해(4997건) 대비 66.1%상승했다. 2년 전인 2020과 비교하면 100만원 넘는 고가 월세가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14단지'의 전용면적 55㎡는 지난해 8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5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8월에는 보증금은 동일하지만 월세는 35만원 오른1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준공된 지 35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위치한 '래미안옥수리버젠'의 전용면적 59㎡ 역시 전년대비 월세가 40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만 하더라도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8월에는 보증금 1억원, 월세 290만원에 거래됐다.
KB부동산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 금리가 덩달아 상승하고 월세 수요 증가가 심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리 인상이 지속적으로 예고돼 있는 만큼 월세 시장의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는 심화하겠지만 전세 제도가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갭투자를 위해 전세를 끼고 산 집의 경우, 돌려줄 돈이 없어서라도 전세는 존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에 제출된 '주택 전월세 보증금 규모 추정 및 잠재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부채(임대차보증금) 규모는 2018년 710조, 2019년 782조, 2020년 850조로 매년 확대됐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에게 있어 일종의 '무이자대출'인 만큼 공짜로 빌린 목돈을 세입자에게 모두 돌려주고 월세만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단기간 금리가 급상승하다보니 전세대출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월세 수요가 계속 커지면 전월세전환율도 대출금리와 비슷하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이 또 이어지면 월세보다 전세대출이자가 다시 저렴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