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권 띠지 분실에 '어설픈 위증'하다 걸린 두 女 수사관
위증 사전모의 의혹까지 불거진 김정민·남경민
조하준 기자 입력 2025.09.05 17:25
5일 국회 법사위 제1소위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 자리에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4인방의 모습. 좌측부터 김정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박건욱 당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이희동 당시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이다.(사진=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 자리에 이른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김정민, 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들의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두 사람은 불리한 질문 내용이 나올 때마다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변명한 것은 물론 '청문회 답변 모범답안'을 준비해 위증 사전모의 의혹까지 불거졌다.
작년 12월 17일 서울남부지검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2022년 5월 13일 발행된 1억 6500만 원의 한국은행 관봉권이 발견됐는데 이 관봉권의 띠지가 훼손, 분실된 사실이 지난 8월 18일에 뒤늦게 알려졌다. 그마저도 지난 4월에 발생한 사건이었던 것이 넉 달이나 지나서야 KBS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해당 관봉권이 발행된 시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불과 사흘 뒤인데다가 건진법사가 각종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관봉권 띠지는 자금의 출처와 배경·목적을 알 수 있는 핵심 단서였다.
사전에 준비한 '청문회 답변 모범답안'이 발각돼 압수당하는 장면.(사진=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국회 법사위 제1소위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자리에서도 이 사건은 주된 화제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건진법사 자택에서 발견된 관봉권 띠지 훼손·분실과 관련한 증인을 대거 불러 관봉권을 감싸고 있던 비닐 포장과 발권 일시 기록이 기재돼 있는 띠지를 누가 어떻게 훼손했는지 캐물었다.
이날 청문회는 '수사와 기소의 불가역적 분리'를 근본으로 하는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여러 사건에서 드러난 검찰 수사권 오남용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자리였다.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사건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하지만 건진법사 압수수색이 진행될 당시 압수계에 근무했던 김정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과 남경민 수사관은 띠지 훼손 여부를 묻는 질문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 수사관은 띠지 훼손 여부, 건진법사 압수물 관봉권의 비닐 포장 여부부터 띠지 존재 여부, 고무줄에 묶여있었는지 등에 대해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일관했다.
김정민, 남경민 두 수사관에게서 압수한 '국회 청문회 답변 모범답안'. 이는 위증 사전모의 혐의 적용도 가능한 증거물이다.(사진=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래놓고선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관봉권 띠지 분실이 왜 지금 이야기가 되느냐면 현금을 세면서 없앴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돈을 셌는지 여부는 기억이 나느냐고 묻자 김 수사관은 "저는 기계적으로 일을 해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또한 남경민 수사관은 청문회 내내 밑에서 뭔가를 보고 참고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김용민 1소위원장이 검찰 측 증인 4명(이희동, 박건욱, 김정민, 남경민) 모두에게 휴대전화를 다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남 수사관이 밑에서 보고 있었던 것의 실체는 오후 4시 중에야 드러났다. 연합뉴스 보도로 <검찰 관봉권 띠지 유실관련 청문회 답변 모범답안?>이란 제목의 포토뉴스가 오후 3시 18분에 노출됐는데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이를 확인하고 급히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이 사실을 폭로했다.
장 의원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국회 경위들에게 김정민, 남경민 두 수사관에게서 '모범답안'을 회수할 것을 김용민 위원장에게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여 회수를 진행했다. 이는 위증을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기에 여당 의원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두 사람은 해당 '모범답안'을 지난 주 일요일에 각자 자기 집에서 작성했으며 이후 김 수사관이 선배인 남 수사관을 찾아가 서로 공유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또 남 수사관은 이 '모범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이를 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래서 자꾸 밑을 쳐다봤구만"이라며 혀를 찼다.
장경태 의원도 "청문회는 본인들이 기억하는 내용을 진실로 답변하라고 있는 자리다. 정답을 외워서 답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두 사람의 자료가 일치하면 사전 모의 정황이 드러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답변한 것을 어떻게 우리가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우측의 김정민 수사관이 앉은 자리 책상서랍엔 또 다른 '서류'가 있는 것이 포착됐는데 그것의 정체는 알 수 없다.(사진=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하지만 본지 카메라엔 김정민, 남경민 두 사람이 앉은 자리의 책상서랍에 또 다른 '서류'가 들어 있는 모습이 찍혔는데 두 사람이 정말 그 '모범답안' 전부를 제출한 것인지 의문점을 남겼다. 어찌 됐든 두 사람은 국회 청문회 자리를 만만하게 보고 어설프게 위증을 모의했고 그 답변대로 진술을 하다가 적발됐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장경태 의원이 "수사관들의 증언을 존중한다면 결국 검사실에서 증거를 훼손한 것이 된다. 압수 당시에는 사진을 찍었을 텐데 압수물을 접수할 때 훼손한 것"이라면서 "그게 아니라면 김 수사관이 압수물을 훼손한 것이 된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김 수사관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고 지적했음에도 자신들이 준비한 그 '모범답안'대로 어설프게 위증을 했다.
그 밖에 이희동 차장검사와 박건욱 부장검사 역시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질의를 위해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김광민 변호사와 자리를 바꾸었을 당시 서로 입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김용민 위원장에게 적발돼 빈축을 샀다.
박건욱 부장검사는 본래 이희동 차장검사와 자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이 검사가 자신의 옆 자리가 빈 것을 확인하고 박 검사를 불러 자신의 옆 자리에 앉게 했다. 다만 둘이 서로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검사들은 말단 수사관들에게 몽땅 책임을 떠넘겨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고 그 말단 수사관들은 자신들이 그 '꼬리 자르기'에 당한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어설프게 위증을 모의하고 미리 준비한 각본대로 답변을 하다가 그 사실이 적발돼 위증죄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몸소 보여준 하루였다고 할 수 있다.
https://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429736
첫댓글
술집 개잡부 지키겠다고 사활을 건 내란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