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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아. 어디까지 가면 돼?”
“저도 헷갈려요, 언니. 와 본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데…”
“에? 무슨 말이야. 너 얼마 전에 샌드위치 가져다 줬다면서.”
“그 땐, 윤이가 데리고 와서 바래다 주기까지 했으니까 가능했던 일이에요.”
“이런 무책임한 녀석 같으니라고.”
강남구 신사동 어디라고 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어림짐작으로 찾아오긴 했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 윤이네 촬영장. 윤이가 전속모델로 있는 L사 화장품 본사 근처라고 한 것 같았는데 꼭 기억
해두라는 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서 그런지 그만 까먹고만 소원. 소원을 원망하며 한 손으로 이
마에 흐르는 땀을 닦던 강희가 걸음을 멈춘다.
“정말 내가 너 때문에 늙는다, 늙어.”
땀이 나는 손바닥을 바지에 벅벅 문지르며 윤에게 전화를 걸으려 핸드폰을 여는 강희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던 소원이 급하게 플립을 닫아 버린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소원을 빤히 바라보
던 강희가 얼떨떨한 눈으로 소원을 쳐다보고, 소원은 얼버무리며 말한다.
“제가 할게요. 언니한테 미안해서 그래요.”
“응? 아…그래.”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는 강희를 뒤로한 채, 단축번호 2번을 꾸욱 누르는 소원.
사실 소원이 아직까지 강희에게 말을 놓지 않는 것도, 꽤나 오래 봐온 사이건만 다른 사람이 보기
엔 어색한 사이로 보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다. 소원을 제외한 승현, 강희, 윤 세 사람은 어렸
을 때부터 바퀴벌레처럼 붙어다녔던 사이였다. 물론 소원이 이사오기 전까지만 해도 세 사람은 무
척 가까웠다. 소원의 등장으로 인해 있던 것이 없어지고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부쩍 없어진게 있었다면 윤과 강희의 애정일 것이고 생겨난게 있었다면 윤의 짝사랑과
그와 동시에 소원의 첫사랑이였다. 10살이였던 어린 소원이 보기에 윤과 강희의 사이는 찰떡
그 자체였다. ‘누나, 누나’ 하면서 강희를 무척이나 잘 따랐던 윤의 모습이 질투 아닌 질투가 되어
버린 것이였다. 물론 진심은 승현에게 가 있었지만 어쨌든 항상 붙어있는 둘은 소원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무엇이든 맘에 든 건 자신 혼자서 누려야 하는 철 없는 소녀였기에 승현과 윤,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이 꿰차고 싶어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선뜻 친하게 다가가기가 어려운 사람이 강희인 것이다. 아직도 윤과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는 강희를 볼 때마다 승현과 자신 사이에선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였다. 말로 풀을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강희에게서 뿜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절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강희는 지니고 있는 것 같아 늘 마음이 불편했던 소원이다.
입술을 꽉 깨물며 윤에게 전화를 거는 와중에도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듯한 강희의 표정과 아까
전 ‘언젠가 알게 될 거라는’ 말을 할 때 강희의 표정이 그리 좋지많은 않았던 것으로 추론해 볼 때
강희의 마음은 틀림없는 사랑의 감정인 것이였다. 그것도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 윤을 향한….
[“어, 거의 다 와가?”]
“아…응. 근데 신사동 어디랬더라? 기억이 안 나네.”
[“까먹었을 줄 알았지. 내가 어디라고 말 해주면 제대로 찾아오기라도 해?”]
“그래서 온다구, 안 온다구…! 지금 강희언니랑 같이 있는데.”
[“강희 누나 있어? 잘 됐다, 그럼. 누나 바꿔.”]
대뜸 강희를 바꾸라는 윤의 말에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강희에게 핸드폰을 건내는 소원.
순간 환해진 강희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가 꼬이긴 왕창 꼬인 느낌이다.
무어라 말하더니 이내 통화를 끝낸 강희의 얼굴엔 아직도 웃음이 걸려 있었다.
알 수 없는 부러움을 느낀 소원은 자신이 길치인 것을 한탄하며 가만히 보고 있을 수 밖엔 없었다.
“뭐래요?”
“으응. 윤이가 잘 알려줬어. 가자.”
“윤이가 고맙다고 했죠.”
“응. 얘가 고맙다고 한 이유가 뭔지 이제야 알겠어. 내 옆엔 니가 있잖아.”
“네?”
“정말 무슨 뜻인지 몰라? 니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뜻이라구.
혹여나 니가 혼자 있었으면 얼마나 걱정 했을지 모른다면서 아주 진땀을 흘리던데.”
“…… 윤이가 그랬어요?”
“응.”
살짝 웃음을 지으면서 걷는 소원을 바라보던 강희의 눈이 휘어지며 웃는다.
그 웃음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그 때의 소원은 전혀 알지 못했다.
-lady killer-
“우와. 디게 맛있겠다.”
“이게 다 형수님이 하신 겁니까? 환상적인데요.”
“잘 먹겠습니다, 형수님!”
“윤이 이 자식이 이런 미모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선남선녀 같아요!”
이게 지금 무슨 경우인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소원이 멀뚱히 강희에게 몰려든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고 오로지 강희만이 몇 십명의 사람들 틈새에 껴서 아니라는 손사레를 치며 극
구 부인을 해보지만 이미 강희를 윤의 여자친구로 단정을 내버린 사람들 귀에 그런 말이 들
어 올 리가 없었다. 강희의 미모가 소원 뺨 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적잖게 당황한 듯이 보이는 소원. 당연히 윤의 여자친구로 자신을 지목해야 되는 게
아닌가.
흥미롭다는 듯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윤이 소원에게로 다가왔고 소원이 무어라 말 하기도
전에, 강희가 윤을 애타게 불렀고 사람들은 드디어 주인공이 오셨다며 강희와 윤을 가운데에 몰
고서 음식을 먹기에 바빴다. 더군다나 그 많은 샌드위치는 모두 강희의 작품이었기에 선뜻 무리
에 낄 용기가 나지 않는 소원은 촬영장 한 켠에 앉아 찬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그런데 무리들
틈을 힘겹게 빠져나온 윤이 소원을 불렀다.
“너 여기서 뭐하냐?”
“뭐하긴. 더워서 물 먹고 있잖아.”
“내 말은 왜 혼자 여기 있는거냔 말이야. 따라와.”
“아, 강희 언니 있잖아. 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테니까 잘들 놀라구.”
“내가 누나 보고 싶어서 오라고 했는 줄 알아?”
촬영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윤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 둘을 향해 있었고 그제서야
소원의 존재를 느낀 것인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무리들 한 켠에서 멍하니 둘을 바라보고
있던 강희도 천천히 이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안 지르게 생겼어? 정말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였다고. 정말이지 꼬여도 너무 꼬였어.”
“무슨 소리야?”
“난 니 목소리, 니 얼굴 보고 싶어서 부른 건데 정작 본인은 멀뚱히 구경만 하고 있잖아.”
“한 윤, 너 지금…”
“그만들 해. 보는 눈 많아.”
괜시리 화가나서 소원을 나무라는 윤을 바라보며 사뭇 진지한 어투로 말하는 강희.
윤이 잘 손질된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소원을 팔을 잡아 끈다. 아직도 못 미더운 표정을 짓고 입을
삐죽이는 소원의 입을 툭 치더니 집어 넣으란다.
“한 윤. 너 한 번만 더 이래봐. 나 진짜 화 내.”
“너야말로.”
“기분 나빠.”
“…… 갑자기 무슨 소리야.”
차분한 목소리로 윤이 물었고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아무렇게나 벅벅 문지르며 최대한 귀엽게
보이려고 입었던 원피스를 탁탁 털더니 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서서 둘의 모습을 지
켜보던 강희가 끼어들어 소원의 손을 잡는다.
“소원아. 그만 해, 이제.”
“언니는 나서지 마세요. 이젠 낄 데 안 낄데 구분할 때도 됐잖아요.”
“함소원.”
참다 못한 윤이 강희의 손에서 힘없이 떨어진 소원의 팔목을 잡아챘고 뭣 땜에 이토록 화가 난
건지는 소원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자신의 눈동자에 비해 한 없이 차분하고
온화하기만 한 강희의 다갈색 눈동자 조차 질투가 나는 소원이였다. 단 한 번도 이처럼 대든 적
없었고 윤이 만큼이나 강희를 잘 따랐던 소원인데 분홍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이 손바닥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으로 봐서 자기 자신도 무척 화가난 걸 느끼는 소원이다.
“언닌 항상 이런 식이죠. 우리들 틈새에 껴서 이도 저도 아닌 입장에서 우리 둘 사이 번갈아 가
며 화 풀어주려 착한 척, 순진한 척, 마치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고양이인 척 하면서.”
“…… 소원아.”
“내가 이런 말할 입장은 못 되지만, 언니는 나보다 더 나빠. 나보고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이라
고 하면서 그런 말 할 때 정작 언니는 뭐 하고 있었어요? 내가 승현이랑 윤이 사이 오가면서 갈
팡질팡, 안절부절, 옥신각신 할 때 언니는 한가로이 둘 사이 오가면서 살살 비위만 맞췄겠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는 철 없는 나쁜 년으로 각인되는 거고, 언니는… 언니는.”
“…….”
그동안 쌓여왔던 울분을 토해내는 소원의 떨리는 눈망울 속에서는 울음이 비집고 나오고 있었고
급기야 옷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벅벅 문지르며 숨 넘어갈 듯, 헐떡 거리며 우는 소원이다.
윤이 강희의 어깨를 잡았다 놓았고, 걱정 말라며 주저앉아 울고 있는 소원을 들어 데려간다.
사람들이 하나 둘, 촬영장을 빠져 나갔고 어느새 혼자 덩그라니 남아있는 강희의 눈에서도 참아
왔던 눈물 줄기들이 하나 둘씩 주룩주룩 흘러 내린다.
“…… 미안해. 너무 미안해, 얘들아.”
-LADY killer-
“함소원.”
“…….”
“후아… 그래도 너무 심했잖아.”
“나가줘.”
“나 없는 사이에 강희누나랑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 있었든, 없었든 니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머리 끝까지 걷어 올렸던 이불을 확 내리고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윤을 째려보는 소원.
자신이 예상했던 소원의 반응은 이게 아니였는데. 그저 사과 한 마디만 하고 강희와 소원이 예
전처럼 친하게 지냈으면 했던건데 이토록 소원의 감정이 격한 것도 전혀 예상치 못한 건 아니였
지만 실제로 소원이 이런 반응을 보이니 윤은 알 수 없는 소원의 속마음에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소원아.”
“필요 없어. 나가.”
“야!”
“소리 지르지마!!!!!!!!!”
“…… 함소원?”
“나한테 소리지르지 말란 말이야…….”
이젠 정말 화가난 듯 씩씩거리던 소원의 머릿속에 아까 전 승현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 그리고
승현이 자신에게 분노가 섞인 말들을 퍼붓던 것들이 겹쳐 보인다. 그 기억들이 윤의 고함소리와
다시 한 번 겹쳐지면서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소원의 소원답지 못한 행동에 윤은 소원의 얼
굴을 빤히 바라봤다. 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소원의 눈에선 다름 아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점점 울음소리가 커지더니 이내 앙앙 울어버리는 소원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꽉 안아주는 것 밖엔 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눈물로 털어내도록 기다려
주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lady killer-
“여자들 마음은 알 수가 없잖아. 걔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니였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을테고.”
“그래서 지금 그 까짓거 좀 상의 하자고 날 이렇게 불러낸 거야?”
“그 끼짓게 아니잖아. 니 자신은 안 그렇다고 쳐도 소원이는?”
“우리 누나한테 잘 말해볼게. 지금 누나 화 났을까봐 그러는 거 아니야?”
“지금 내 얘기의 주체는 강희 누나가 아니라고!!”
참았던 울분이 터진 것인지 윤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갑작스런 윤의 행동에 살짝 인상을 쓴 승현은 앞에 놓인 얼음물을 빠른 속도로 마시곤
신경질 적으로 컵을 내려 놓았다. (내리 꽂았다고 말 하는게 낳겠다.)
“그래서 지금 네 말은 함소원 앞에서 너 대신 삐에로가 되어 달라?”
“삐에로라고는 말 안 했어.”
“그게 그거지. 앞에서 장단 맞추고 비위 맞추고 화 풀어주고 웃게 해주는.”
“맘대로 생각해.”
“너 지금 나한테 부탁하는 거잖아. 부탁하는 입장에선 최소한의 자세는 갖춰야하지 않겠냐?
아무리 우리가 친구사이라 하지만 지킬 건 지켜야지.”
테이블 밑에 있던 윤의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단지 소원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평소엔 잘 만나지도 않던 승현을 이 자리에 불러냈고 시큰둥한 반응도 미리 예상하고 온 터였다.
그렇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승현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 맞아. ”
“…… 뭐?”
“부탁 좀 할게.”
“부탁 한다.”
윤의 단답에 놀란 건 승현이었다.
머리를 매만지려 가져다 댄 손이 그대로 굳어버릴 정도였으니까.
어렸을 때 윤과 승현이 대판 싸운 일이 있었다. 단지 조그마한 장난감 로봇이였을 뿐이였는데도
뭐가 그렇게들 승부욕이 강한지 도통 서로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누가 말리던 간에
상관하지 않고 치고 박고 할퀴고…. 윤의 가족과 승현의 가족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만큼의
커다란 싸움이였다. 부모들이 말렸기에 망정이지 가만 놔뒀으면 누구 한 사람이 끝장이 날 때까지
싸울 태세였던 두 사람의 손엔 장난감 로봇의 팔 한 개와 다리 한 개가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물론 몸통은 산산조각이 난 채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그 뒤로도 뭔가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사소한 말싸움에서 부터 잔인한 몸싸움으로 까지
번지는 두 사람이였고 언뜻 보면 원수지간이지만 그런대로 친하다고 할 수 있었다.
둘 사이에 부탁과 양보 그리고 사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일이였기에 승현이 이토록
놀라는 것도 과언이 아니였다.
“진심이냐?”
“…… 뭘.”
“소원이에 대한 네 마음 진심이냐고.”
“그래. 진심이야.”
착 가라앉은 윤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승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할 말이 다 떨어진 듯 머쓱하게 웃었다.
그런 승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윤의 안색이 별로 좋지는 않아 보인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이 녀석에게 넘겨줘야 한다니 가만히 보고 있어도 화가 치민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침을 뱉고 싶어지는 이유는 뭔지.
“그만 웃어, 새끼야.”
“그냥 웃겨서. 근데 짐작은 했었어.”
“…… 뭘.”
“니네 삼각관계.”
“무슨 개소리야. 설마 그 삼각관계에 너도 끼냐?”
“미쳤냐. 우리 누나랑 함소원, 그리고 너.”
윤이 마시던 물을 그대로 내뿜는 순간이었다.
윤의 행동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 승현이 옷을 탈탈 털어내며 윤을 노려봤다.
왜 이렇게 놀라는 건지, 알고 있었을 텐데.
“강희 누나는 왜?”
“아직… 이냐?”
“알아듣게 말 해.”
“우리 누나가 그러더라. 제 3자는 이런 거에 낄게 못 됀다고.”
“뭐?“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있던 윤의 행동이 멈췄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계산은 자기가 한다며 나가는 승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윤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 그의 머릿속엔 강희라는 존재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정확히 그 발단은 소원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뒤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자신의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소원 한 사람 뿐이라고.
-lady killer-
“여기로 온 다고? 갑자기 왜!!”
[“탈진 했다며.”]
“내가 아픈거랑 니가 무슨 상관인데.”
[“글쎄. 상관은 없는데.”]
“근데 왜!!”
[“니 얼굴도 오래 못 보니까 보고 싶더라고, 그냥.”]
“뭐? 야!! 야!!!!”
환자복을 입고있던 소원의 미간에 주름살이 잡혔다.
볼에 바람을 넣고선 전신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머리를 손질하는 소원.
그녀의 입가엔 아닌 것 같으면서도 밝은 미소가 걸려있다.
그 때 이후로 다신 못 볼줄 알았는데 이렇게 와 준다니 정말 꿈만 같다.
나쁜 남자가 끌린다고 하던데 진짤까?
“소원아.”
달칵 문이 열렸고 벌써 왔나 하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본 소원의 환한 표정이 다시 가라앉았다.
자신의 바램과는 달리 윤이 들어온 것이였다. 일부러 쿵쾅쿵쾅 소리를 내면서 침대로 돌아가는
소원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윤이 문을 닫고는 천천히 들어왔다.
“왜 또 왔어? 아까 나 울린 거 달래주려고?”
“아니.”
“그럼? 설마 또 울리려고?”
“그것도 아니야.”
“그럼 뭐!!”
“승현이 온데.”
“나도 알아. 승현이한테 전화 왔었어.”
자신에게 말하는 순간 조차도 웃고 있는 소원을 부드럽게 바라보던 윤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원은 유치원생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고
소원의 손을 잡는 윤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뒤로 내빼는 소원을 다시 제자리에 앉히고는
윤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보이네.”
“아까보단 좋아졌어.”
“행복…해? 승현이 녀석이 온다고 해서?”
“사실대로 말해도 돼?”
“응.”
“나 승현이가 너무너무 좋아. 근데 그러면 안 돼. 그래서 말인데 나… 부탁하나 해도 돼?”
“말 해. 무엇이든 들어줄게.”
침을 꼴깍 삼키며 윤의 눈치를 보는 소원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 윤의 손길에
안정을 찾은 것인지 이번엔 소원이 윤의 손을 꽈악 잡았다.
당황스러운 소원의 행동에 커진 두 눈으로 소원의 표정을 주시하던 윤이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소원은 하고야 말았다.
“나… 널 승현이로 생각하기로 했어.”
“뭐?”
“넌 여러모로 승현이랑 닮은 구석이 많잖아. 그래서 말인데.”
“…….“
“승현이 대신 내 옆에 있어줘. 그리고 승현이처럼 대해 줘.
근데 중요한 건… 승현이처럼 모질게 대하진 말아 줘.”
“너 지금 니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고 하는 말이야?”
“알아. 잘 알아.”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차분히 말하는 소원을 여전히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던
윤이 복잡한 듯 머리를 헝클였다. 이게 괜찮은 짓인지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우선
소원의 옆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근데 승현의 노릇을
대신 하라는 건 자신을 윤이 아닌 승현으로 생각하겠다는 뜻과 마찬가지인 걸까.
승현을 얼마나 좋아하면 이런 말도 서슴치 않고 하는지 낮게 웃어 보이는 윤의 표정이
슬펴 보였다.
“싫어? 그런 이유로 내 옆에 있어주면 안 돼?
“…….”
”맞아… 내가 좀 무리한 부탁을 했지.
저번에 장난 연애라는 말도 그렇고 나 너한테 무지무지 나쁜 말만 한다. 그치?”
“해 줄게.”
“… 응?”
못 들은 듯 되묻는 소원을 향해 세상 다 가진 듯 환하게 웃어 보이는 윤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원. 소원의 얼굴을 끌어다 자신의 어깨에 묻으며 윤이 작게 속삭였다.
“함소원 마음 속에 있는 최승현… 내가 대신 해줄게.”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었던 것만 알아주세요. 개인적인 사정이라 여기선 무어라 얘기할 수 없는 망떼를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드려요. 다소(좀 많이) 늦은 듯한 소설을 기다리셨던 분들, 매편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셨던 분들께 어떻게 죄송한 마음을 전할지 어젯밤 뒤척이며 고민했습니다. 이젠 늦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기다려 주셨던 분들께 정말정말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까 전, 5편만 올렸었는데 정말이지 죄송한 마음에 6편도 추가로 묶어서 올립니다.
첫댓글 꺄우 재밌어용
♡
재밌어여~
♡
윤이 멋있어요~
♡
윤이 진짜 맘에 들어요. 소원이두 윤이 많이 좋아하는것같은데 윤이한테 가세요.ㅎ
♡
와우 ㅋ 재밋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담편 기대 많이 되여 ~아 윤이 불쌍해 ㅜ
♡
재밋어요~~
♡
윤이랑 소원이랑 빨리 잘됐으면 좋겠어요ㅋㅋㅋ
♡
아으 ㅠㅠ 소원이쫌나쁜거같애용...ㅠ.ㅠ 윤이불땅해
♡
재밌어요요요요요~~~~~~~>.<
♡
소원이랑 윤이랑~~~~~~~~~~~~~ 승현이 좀 오만하닼ㅋㅋㅋ
♡
헐소원이ㅡㅡ 대박인데요... 윤이너무좋아요멋잇어요ㅠㅠ!!!! 제발윤이마음안아프게해주세요~
♡
으아...........윤아 ㅜ.ㅜ!!!!!!!누구드라......강희?걔는........승현인가?윤이랑..저울질 하는건가!!!!!!!!
♡
으아...........윤아 ㅜ.ㅜ!!!!!!!누구드라......강희?걔는........승현인가?윤이랑..저울질 하는건가!!!!!!!!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재미있어요 ㅜㅜ 지금처음부터끝까지다보고왔는데넘재미잇는거같아요^^ ㅋㅋㅋ앞으로기대하겠습니다 ㅋㅋㅋ
♡
소원이나빠요 ㅠㅠ
♡
소원이나빠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