因緣＜제16편 굴레＞③해뜨는집-23

[정안길]

장편소설 因緣

<제16편 굴레>

③해뜨는집-23

이른 아침 그는 여관에서 나와 그녀를 이끌고 귀로에 접어들었다. 그녀는 마치 순종하는 아내처럼 잘 따랐기에 정답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옥희는 지연의 방에서 자고 일어나 후줄근히 앉아있었다.

“괜찮소?”

천복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정하게 묻고 있었다

“갼찮어유.”

그녀는 괜찮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하는지 의문이었다. 독성이 강한 쥐약을 목으로 넘기었다면, 괜찮다는 말만으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 마침 음독 즉시 서둘러 손을 써서 토하였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독기가 몸으로 번지어 사망할 뻔한 순간이었다.

“당신은 이 집 주인이오! 당신 없으면, 이 집도 없다오! 당신에게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그건 당신의 잘못만 아니라, 나도 잘못이 있소. 바보 같은 짓하려거든, 혼자하지 말고, 나랑 함께 해요!”

“미안혀라오.”

천복은 방을 나오는 대로 이층으로 올라가 동혁혼령의 방으로 들어가자, 동혁혼령은 일어나 정좌하고 있었다.

“아버지! 지난밤엔 어떤 여자와 자고, 그녀를 데리고, 이제야 왔습니다!”

천복은 지난밤 인숙엄마와 읍내 여관에서 동숙하고, 그녀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기탄없이 털어놓았다.

“으흐흐, 안다! 너는 침묵하지만, 네 할머니를 생각할 것이고나! 그 인숙엄마는 네 할머니와 같고나! 다만, 그녀는 소녀 때 자의로 남자를 만났지만, 너의 할머니는 타의로 할아버지의 보쌈에 걸렸고나! 으흐흐.”

“아버지!”

천복의 뇌리에 잠재된 상념을 동혁혼령이 끌어낸 거였다.

큰할머니와 할머니는 같은 경주김씨 후손인지라, 큰할머니가 세상을 뜨자, 동성동본이라 사망신고를 하지 않아 동혁형제를 큰할머니가 낳은 거로 되어있었다.

그러니, 동혁형제 뿐 아니라 그와 명훈, 그리고 후대가 다 큰할머니의 후손이 되었다. 그리고 경산(京山) 김경환(金慶煥)이란 이름은 인숙엄마처럼 허공으로 날아가 없었다. 여자란 비누 한 장처럼 소모품일까.

“으흐흐, 태어나 이름 석 자를 날린 네 할머닐 생각하여 인숙엄말 연민으로 사랑하려는 네 갸륵한 마음 잘 안다! 사랑으로 보듬어주려무나! 으흐흐.”

“아버지!”

천복이 방을 나올 때, 순자와 이영란이 따라 나오더니, 순자가 말하였다.

“새벽이 아부님끼서 용훈이라 부름서 으흐흐, 으흐흐허시머 웃으셨어유.”

“그때 인숙엄마랑 자고 있었소!”

천복은 자연스레 대꾸하였다.

“그러니깐, 당신이 인숙엄마랑 자는 걸 아버님께서 보고 계신 거예요.”

이영란이 신기한 듯이 말하였다.

“인숙엄말 집으로 데리고 왔소!”

그가 다시 말하자, 그네는 서로 앞을 다투어 거실로 뜀박질 치더니만, 아래층으로 내리어가는 거였다. 그가 뒤따라서 내리어가니, 그녀들은 거실에 앉아있는 인숙엄마에게 붙당기어 그녀를 보듬고 있었다.

“여보, 큰언니 미음 죽 쒀서 먹였어요. 회복되고 있나 봐요.”

준희가 부엌에서 들어오더니, 그에게 옥희가 회복되나보라고 말하였다.

“큰언니를 당신이 살려야 해요!”

그가 힘주어 말하자, 준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엌으로 가는데, 순자가 발딱 일어서더니, 서있는 그에게 말하였다.

“여보, 인쟈 인숙엄마더 여그서 산다오!”

“어제 고급양복 한 벌을 나에게 맞춰주었소!”

그가 거짓 없이 말하자, 순자가 토를 달았다.

“오메나! 고럼, 인숙엄마더 양장 한 벌 맞춰줘야 쓰겄어라오.”

“그야 살아가면서...”

그는 이렇게 어물쩍 대꾸하는데, 거실에 밥상이 펼치어지고, 식구들이 드넓은 거실을 온통 메우는데, 두영과 윤자는 그만두고, 따로 사는 순만과 유심과 석순, 그리고 아기가 딸린 지혜와 용신도 와서 거실이 바글거리었다.

이제 유희는 순만을, 옥희는 유심을 소가 닭 보듯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알고 보면, 천복에게는 굴레이었다.

유희와 옥희가 열정을 쏟으면서 엿물처럼 들어 붙당기어 떨어지지 않으려던, 그네가 갑자기 이반의 굴곡에서 영혼의 춤사위가 멈춘 마당에 그 고통을 어떻게 감내하고 있는지, 그가 되레 고민이었다.

“아빠, 시월십일, 지흥오빠, 만수오빠랑 대학입학시험보러 서울 가유!”

지혜가 딸아이를 걸리고, 젖먹이아들을 포대기에 둘러업은 채로 그에게 다가와서 하는 말이었다. 

[대우]

옥희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 일정 부분은 천복의 몫일겁니다

[백마강]

그렇죠. 천복이 옥희 유희에게 순만을 잘 모시라고 했고,
유심에게도 가족처럼 대하라고 하여 옥희와유희를 마구
놀아먹게만든거죠. 다만 천복은 지금도 옥희나유희에게
그것을 탓하지않는다는거죠. 그런데 옥희가 자기스스로
동혁의 꾸중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받아 목숨을끊으려고
했던거죠. 말하면 연애도적당해야는데 옥희는 유심에게
달라붙어 숫제살고, 유희는순만에게 달라붙어 살아가기
동혁혼령도 참다못해한말일거예요. 한편 옥희와 유희도
남편이 싫어서가아니라 여러여자들 속에서 남편을 위한
일이기도 하였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