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씀
안기순 옮김|당산초당
어느 날 아들이 '학교에 가기 싫다'며 엄마에게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고 자꾸 왕따 시킨다는 까닭이었다. 그러자 엄마가 한숨을 쉬며 타이르듯이 말했다.
"그래도 가야지. 네가 선생님인데 학교를 안가면 어떡하니?"
우스개 소리지만, 뼈가 있다. 우스개 소리도 시대를 반영하는 법, 예전과는 분명 다른 웃음코드가 존재한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도 엿보이지만, 과거와 다른 교사의 지위에 대한 풍자가 더 눈에 띈다.
교사의 위상이 추락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정도다. '아일랜드인 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종교의 급격한 쇠퇴, 이혼과 별거의 엄청난 증가, 홀 부모 가정의 증가, 매체의 영향, 다원론적인 사회의 발달, 실업 위기, 가치와 윤리관의 변화 등 모든 사회 변화가 교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저자의 분석을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급격한 사회 변화에 우리의 학교는 과연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여부다. 물론 답은 부정적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구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은 바로 교사들이다. '안정된 직장', '신부감 1순위' 등의 외부에서 바라보는 단편적인 시선 속에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무 말도 못한 채….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치유'라는 부제에서도 엿볼 수 있듯, 이 책은 학교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 상황들에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해나가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한다.
비단 학생들과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뿐만이 아니다. 동료 교사들과 협력하는 방법, 직장 상사인 교장(원장)과 원만하게 대화를 하는 방법 등 그동안 간과돼 온 교사를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까지 다룬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심리학자인 저자가 내세우는 키워드는 '자부심'이다. 우선 그는 교사들이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로 낮은 자부심을 든다. 가르치기 힘든 반을 지도하는 데서 오는 중압감, 시험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부심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타인의 의견이나 성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교사의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것이 주요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역량 강화는 물론, 보다 건설적인 교수방법의 개발을 지원하고, 협조적이고 역동적인 교무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책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교직이 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인지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자세를 설명한다. 2장에서는 자부심을 중심으로 학생과의 관계, 동료 교사와의 의사소통 등 여러 상황을 살펴본다. 3장은 교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교무실 환경에 대해, 4장은 학생과 빚어내는 문제에 대해 조언하며, 5장과 6장에서는 각각 행복한 교실, 원만한 학교생활에 대해 풀어낸다.
번역서인 만큼 다소 우리 현실과는 거리 있는 사례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사회 변화에 지체현상을 보이는 교육의 문제가 전세계적 현상임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할 이유는 크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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