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투기’의 차이를 정확히 가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현실에는 ‘내가 부동산 투기 하는 것은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로 보는 감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도 굳이 가름해 본다면 투기는 단기간의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샀다가 곧 다시파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고, 부동산을 사 놓고 수년 동안 기다리는 행위는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은 이렇게 정리해 보았지만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실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어느 쪽이 되었건 개개인의 경재 행위에 속한다. 문제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구성원이 투기를 통해서 큰돈을 버는 것은 일종의 불로소득으로 간주해서 공동체의 ‘질서’를 해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격한 의미에서 투기조차도 정당한 경제행위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얼마 전 용유도에 갔다가 우연히 한 버스 운전기사를 만났다. 60대 초반에 학교버스 운전기사였다. 그는 원래 충청도에서 김 양식을 하다가 40대 초반에 용유도로 이사를 와서 김 양식 사업을 했다고 한다. 이쪽 어촌에서는 김 양식 기술이 없어서 바다를 버려두고 있었다. 그는 김 양식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농사짓는 마을에 노인들이 힘에 부친다고 돈을 좀 만지는 그에게 밭을 사 달라, 논을 사 달라, 임야를 사달라고 조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사들인 논밭·임야 그리고 허름한 농가들이 꽤 되었다. 1986년부터 동네 노인들의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소유한 부동산이, 집이 여덟 채에다 땅이 5,000평을 넘었다. 부동산 투자 개념에서 산 것이 아니고,‘용유도에서 뼈를 묻을 심산으로 늘그막에 과수원이나 해 볼까’하고 값도 안 나가는 땅과 집을 떠맡다시피 사들인 것이다. 그런데 10년 후 지나고 나서 이웃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이 마을 땅값이 천장부지로 올랐다. 그때 평당 3만원 정도씩 주고 산 땅이 지금은 평당 300만원을 웃돈다. 보통 대지가 500평이 넘는 집들은 한 채당 수억 원이다. 어림짐작으로 계산해 보아도 운전기사의 재산은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난 내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셈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소이다. 그저 농사지을 힘이 없는 마을 노인들이 도시로 간 자식들에게 가야 한다며 사달라고 해서 사 두었을 뿐이오. 재산이 얼마 가면 무슨 소용이겠소. 난 버스운전기사가 내 생업이오.”
이 버스 운전기사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무슨 대수냐”면서, 놀라워하는 필자를 보고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어릴 적 어른들이 그랬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오”하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야말로 부동산 전문가 빰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땅은 사람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땅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당시 오지나 다름없는 용유도의 버리고 가는 땅을 주워 담은 이 사람은 부동산 투자의 성자나 다름없이 보였다. 땅으로 부자가 되겠다든지, 투기를 하겠다든지 하는 생각도 없이 부동산을 사 놓았고 그것이 자신을 100억 원대가 넘는 재산가로 만들어 주었는데 지금도 버스 운전기사로 만족해하는 이 사람이야말로 부동산 투자 성공담의 맨 윗자리에 올라갈 사람이 아닌가.
“내사 땅부자가 되었다고 무슨 좋은 일에 있겠습니까. 나 죽으면 자식들이나 호강할는지….”
이 이야기를 듣고 “만일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버스 운전기사가 사들인 땅은 버려진 땅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 아닌가”,“버스 운전기사의 경우는 순전히 행운에 따른 것이지 그것을 투자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런 질문은 바보나 하는 소리다. 인천국제공항이 안 들어섰으면 실버 타운이라도 들어섰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지간한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산골짜기의 토끼도 올라가기 어려운 땅이 아니라면 땅 투자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라도 할 수 있는 재테크의 고전이다. IQ도 소용없고 그저 저리 길이 나고, 이리 공장이 들어오고…하는 소문만 들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땅 투자다. 요즘엔 우리 같은 부동산 컨설턴트가 있어서 개발 계획에 따른 전망을 근사하게 할 수 있으니 더욱 실패할 확률이 적다.
용유도 버스 운전기사의 예가 너무 예외적이라면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보겠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먹고사는 수준이다. 큰돈을 못 벌고 그저 집안 경제를 추스려 가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부천에 은행 융자를 얻어 300평 땅을 사서 공장을 지었다. 공장이니 특별히 목 좋은 땅도 필요 없고 해서 그저 값산 땅을 매입했었다. 3억 원을 주고 산 공장터가 2년이 지난 지금 그 땅값만 10억 원이 넘어갔다. 공장은 그런대로 굴러가고 땅값은 높게 치솟으니 살맛이 나는지 부인한테 소형차도 한 대 뽑아주고 즐겁게 살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 공장을 하는 친구의 경우도 우연이라고? 그러면 모든 부동산 투자자는 우연이 아니면 재미를 못 본단 말인가.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모든 부동산 재테크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놓으면 오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데 무슨 우연이란 말이냐. 너무 단순하 논리인가.
국제자유도시법이 제정되어 제2의 홍콩으로 건설되고 있는 제주, 서해안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은 아름다운 서해안고속도로 주변, 서울 인근의 최고 노른자위 땅 판교 주변, 조용하고 안락한 실버 타운 일급지 강화도, 행정수도 이전 계획으로 들먹이는 오송 등 충청권, 경의선·동해선의 개통을 기다리는 접적 지역 등 투자의 급소는 조금만 관심을 기룰여 찾아보면 곳곳에 분포해 있다.
용유도의 버스 운전기사는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거부가 되어 있었지만, 앞에 열거한 요지에 돈을 묻어 두면 자신이 부자가 되어 가는 진행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