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생활이 그렇습니다.
주중에는 잔뜩 웅크리고 앉아 가능한 한 잡념을 떨쳐내려고 노력합니다.
내게 주어진 일들을 조용히 해내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아무런 미련도 없이 길을 찾아 떠납니다.
주말에 원주 치악산 자락에 있는 신림에 다녀왔습니다.
오래 전 그 곳에 사시는 아저씨 한분이 국립공원 내에 있다는 예쁜 카페를 데려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 곳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았습니다.
소롯길이라고... 이름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곳입니다.
카페 주인장님은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선지 곳곳에 놓여있는 작품들이 발길을 멈추게 하고
100년도 넘은 피아노 한대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시간의 흐름만큼 그 곳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산장이 생긴 것입니다.
자연과 제법 잘 어우러진 소롯길 산장에 아홉 명의 불청객(?)이 찾아갔더랬습니다.
인심좋은 주인 아저씨네 카페에서 인삼동동주를 한잔 걸칩니다.
빈대떡도 먹습니다.
깊고 깊은 시골마을, 눈쌓인 치악의 품에 갇혀버린 것만 같아 마냥 좋았
습니다.
마을에서 비료푸대를 구해 산비탈에 올라갑니다.
경사가 꽤 십합니다.
눈썰매를 탔지요.
다 큰 아이들이 모두 신이 났습니다.
멈추지 않는 비료푸대 썰매의 속력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발은 꽁꽁 얼고, 옷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오들오들 떨기 시작합니다.
숙소에 돌아와 함께 밥을 해먹고 길고 긴 시골마을에서의 밤을 준비합니다.
넘치지 않을만큼만 술을 마십니다.
이야기가 흘러가는대로 그냥 놔둡니다.
사람들의 모습이 정겨워지기 시작합니다.
벌써 새벽입니다.
무작정 일행과 밖으로 나갔습니다.
밤하늘엔 별이 너무도 많습니다.
눈밭에 누워봅니다.
모두들 나란히 누워 별구경을 합니다.
말 그대로 별사태가 났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상원사로 가는 길목엔 혹한으로 인해 계곡물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글자를 새겨 봅니다.
어린 아이들처럼 마냥 즐겁습니다.
길게 뻗은 나무들이 병풍처럼 치악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하늘은 너무도 파랗습니다.
그 황홀경에 조심스레 카메라 렌즈를 들이댑니다.
소롯길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또다시 일상으로 돌려봅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난, 다시 여기 서 있습니다.
그렇게 나의 2003년 첫 주말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곧 사진이 나올 겁니다.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앨범을 채울 것입니다.
언제든 그 모습이 그리워질때면 난 그저 앨범을 찾아 펼치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