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장미--김규화
열댓 살 소녀들이 하모니카 같은 교실 창문으로 일제히 빨간 얼굴들을 내민다.
허리가 휘고 몸이 빠진 얼굴은 얼굴끼리 옆으로 위아래로 맞대어 꽃 덤불로
재잘거리며 깔깔거리며
(그녀들 앞으로 휑한 운동장을 지나 신임 남자 선생이 교장실로 들어간다)
넝쿨장미는 홍당무가 되어 가느다란 목을 휘청거리다가 철책 틈으로 모두
몸을 빼고 기웃거린다.포개고 포갠 떡덩이 같은 얼굴들에 푸른 치마 하나
둘렀다.
태양이 불리어 사라진 불새는 해마다 봄이 오면 철책에 내려와 냉큼냉큼 꽃
불을 지른다.소녀들은 스스로 불꽃이 되어 봄의 행렬 속으로 타들어간다.
*출처-펜 문학(2006 가을.통권 80호,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김규화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함
동필진(1963-1966)
시집에 「관념여행」「평균 서정」등 다수시집과 저작물 평집이 있다
현재 월간「詩文學」발행인 (1978~) 대구 문덕수시인 님의 부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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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182)넝쿨장미--김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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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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