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숲속 계곡에서 전설과 놀아요
우리 어디가-나를 찾아 떠나는 범어사 계곡 여행
내용
"날씨도 더운데 오늘은 시원한 계곡에 가서 발 담그고 쉬다 오는 건 어때요?"
"그거 좋지. 더울 땐 역시 계곡물이 콸 콸 콸 흐르는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 자는 게 최고지."
"좋아요. 계곡에서 물놀이하면서 송사리며 가재도 잡고 놀아요."
"부산과 관련한 역사도 공부하고 마음도 튼튼하게 단련할 수 있는 곳으로 가볼까?"
"그런 데가 있어요?"
"그럼. 다들 오늘은 `나를 찾아서' 떠나보자고. Let's go!"
"나를 찾아서??"
범어사 계곡 - 범어사 - 청련암 - 용성계곡 - 요산문학관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국가 보물이 반겨주는 곳
그렇게 우리가 찾아간 곳은 시원한 물이 콸콸콸 흐르는 범어사 계곡이었어요. 먼저 온 사람들이 계곡 여기저기 자리를 펴고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풍덩풍덩 물놀이를 하거나 돌을 들춰보면서 물고기랑 가재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죠.
범어사는 우리 부산을 대표하는 사찰 가운데 한 곳이라고 해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지었다고 하는데 보물이 많대요. 절의 대문 역할을 하는 조계문,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 삼층석탑,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같은 것이 국가 지정 보물이래요.
△범어사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고 있는 가족들 모습.
우리는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해서 범어사에 갔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기 좋은 곳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열차가 범어사역에 도착했을 때 아빠가 우리 팔을 끌면서 내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어? 왜 그러시지?" 엄청 많이 궁금했어요.
우리는 한 구역을 더 가서 노포역에서 내려 90번 버스를 탔어요. 90번 버스는 범어사역에서도 탈 수 있어요.
주말엔 등산객과 관광객이 많아서 범어사역에서 내리면 90번 버스를 타고 범어사까지 앉아서 가기 힘들어요. 노포역에서 내리면 100% 앉아 갈 수 있어요.^^ 아빠는 잔머리 대마왕!^^
△한여름에도 시원한 범어사 대나무 숲길.
신묘한 무예 수행 벽화가 있는 청련암
범어사 구경을 하고 계곡에서 가재를 찾고 있는데 아빠가 아주 재미난 곳이 있다며 가보자고 하셨어요.
"너희들 포 알지? 쿵푸팬더 주인공. 쿵푸팬더로 영어 공부했잖아."
"예. 그런데 갑자기 쿵푸팬더는 왜요?"
"바로 요 위에 청련암이라는 절이 있는데 아마도 쿵푸팬더가 거기서 무술을 수련했을 거 같아서."
"에이∼ 아빠 또…."
"아냐. 이번엔 거짓말이 아냐. 진짜야."
△범어사 청련암에 그려진 수행동작.
청련암에 도착했을 때 아빠 말씀이 거짓이 아닌 걸 알게 됐어요. 청련암 벽에는 범어사나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그림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어떤 무술 동작을 그려놓은 것 같았어요. 쿵푸 그림은 아닌 것 같고….
"이 그림들은 불교 수행법을 그려놓은 거야. 양익 스님이라는 분이 이 절에 계셨는데, 그 분이 불교 경전을 깊이 연구해서 부처님 때부터 전해져 오던 수행 동작을 무술로 만드셨다고 해. 그 분이 어떤 분인가 하니, 너희들 아까 범어사 입구에 있던 조계문 봤지? 돌기둥 4개 위에 기와지붕을 얹은 문. 그 조계문을 한 번에 훌쩍 뛰어 날아 넘으셨다고 해."
"우와∼∼ 아빠 또 왕거짓말."
청련암 벽에 그려진 그림들은 이상하고 어렵게 보였지만 아빠는 쿵푸팬더에 자주 나오는 Inner peace(내면의 평화)처럼 `몸과 마음과 호흡을 하나로' 하는 수행 방법을 표현했다고 하셨어요. 재미 삼아서 동작을 따라해 보니 뭔가 깊은 뜻이 있는 것도 같았어요. 그때 아빠가 그러셨죠.
"To make something special, you just believe have to it's special.(무언가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냥 특별하다고 믿기만 하면 돼. - 쿵푸팬더 명대사)"
그래요. 아빠 말씀 믿어볼게요.
계곡물 따라 걷는 문화체험 누리길
△범어사 문화체험누리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사하촌'에 등장하는 용성댐.
숲속 맑은 공기와 시원한 계곡물을 마음껏 즐기다가 범어사, 청련암 구경을 하고 난 뒤에 우리는 계곡을 따라 범어사역 쪽으로 내려갔어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숲길이 참 싱그럽고 예뻤어요. 이 계곡을 용성계곡이라고 부른대요. 마치 폭포 소리처럼 물소리가 커지는 곳에 용성댐이 나와요. 일제 강점기 때 만들었다는데 계곡물을 모아서 수돗물로 공급하기 위해서 만든 거래요. 그래서 바로 근처에 범어사정수장이 있어요. 오늘 마지막 코스로 찾아갈 요산문학관의 주인공 요산 김정한 선생님의 소설 `사하촌'에도 나오는 댐이라고 엄마가 말씀해 주셨어요.
하늘바라기 길, 물바라기 길, 땅바라기 길, 이름도 참 예쁘죠? 이 길을 `범어사 문화체험 누리길'이라고 불러요.
요산 김정한 선생을 만나다
범어사까지 왔는데 요산문학관에 들렀다 가자는 엄마 말씀에 우리는 조금 더 걸어서 요산문학관에 갔어요. 입구에 잔디가 깔린 마당과 기와집이 있는데 김정한 소설가가 태어나서 사시던 생가래요.
생가를 지나면 요산문학관이 나와요. 1층은 안내 겸 북카페, 2층은 요산 김정한 선생님의 작품과 유품이 전시돼 있고, 도서관이 있어요. 약 3천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고 해요. 동화책도 있어요.
△요산문학관 전경과 전시장 모습.
요산 김정한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 때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쓰셨고, 광복 후에는 독재에 저항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올바르게 사셨답니다. 그런 정신이 선생님의 작품 속에 다 녹아 있다고 해요.
입구 벽면에 `사람답게 살아가라'는 큰 글씨도 소설 `산거족'에 나오는 글이라고 해요.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의 길이 아니다."
요산문학관은 문학기행, 각종 문학 강좌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저도 이번에 문학에 관심을 좀 가지고 가을에 열리는 요산문학축전에 참가해 볼까 살짝 고민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