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고2되는 햄치즈입니다.
때는 제가 고등학교를 입학한 날이었어요. 그러니까 작년 2월달 말 쯤 되네요. 입학식날 보통 꽃다발을 받잖아요. 근데 입학식을 한두번 하는것도아니고 솔직히 고등학교 입학식이면 그렇게 큰 행사는 아니라서 저희 부모님께서는 평소 특별한 날에 주시는 꽃다발보다 작은 꽃다발을 준비해 오셨어요.
저희 가족은 꽃다발을 받으면 항상 꽃병에 꽂아두는데요, 제가 받은 꽃다발은 다른 다발에 비해 워낙 작기도 했고 포장지가 편지지처럼 생긴 종이라서 드라이플라워를 하면 좋을것 같다 싶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꽃을 말려달라고 부탁했죠
그거 아시나요? 드라이 플라워는 꼭 반드시 거꾸로 매달아야 하더라구요. 어느정도 마른 꽃다발을 거꾸로 보니 생각했던것보다 더 이뻤어요. 저는그 꽃다발을 제 방 화장대 위의 거울에 매달아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꽃다발을 그곳에 둬서는 안됐어요..
그때 제 화장대 거울에는 제가 졸업식날 찍은 독사진과 제 절친과 함께 찍은 인생네컷이 인화되어 있었는데요, 드라이플라워를 그 사진들 위에 걸어논 뒤부터 저는 매일매일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귀신이 보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그건 저희 집에서만 해당되는 말이었죠..
어느날, 중간고사 기간이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첫 고등학교 시험이기도 했고 제일 자신 없던 과목이라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다음날 비몽사몽 학원에 간 날이었어요. 너무 피곤하고 졸린 나머지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저를 선생님께서 보시곤 조금이지만 잘 시간을 주셨죠. 당시 제가 다니던 학원은 대치동에 있는 소규모 학원이었는데요, 제가 다니는 학교가 멀리 있는 곳이다보니까 내신 수업을 듣는 학생이 저뿐이었습니다. 저는 엎드려서 잠에 들었고, 선생님께서는 저를 교실에 혼자 두시고는 다른 수업을 하러 가셨습니다.
바로 그때 저는 혼자 남은 교실에서 가위에 눌렸는데요, 엎드려서 자면 선잠을 자는 편이라 반쯤은 제정신으로 잠을 자고 있었어요. 근데 가위에눌린 바로 그때, 어디선가 아기 웃음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꺄르르 깔깔 꺄하ㅏ하 ㅎ!
엄마 이것죰 바!“
이 아이의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정말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혼내는 소리, 정말 즐거워 보이는 가족소리, 장난치는 아이들의 목소리, 길잃어서 우는 듯한 아기소리 등등 말이죠. 마치 제가 놀이공원에 온 것만 같았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소름끼치지도 않았고 정말행복해보였어요. 그때 저는 비몽사몽한 상태였어서 가위에 눌렸음에도 어쩜 저렇게 기분좋게 웃을수가 있지라고만 생각하고 저도 마냥 기분이 좋아 눈을 감고 듣고만 있을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교실엔 나 혼자고 창문이랑 교실문을 다 닫혀있는데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지??’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웃음소리 소름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웃음소리를 기분좋게 듣고 있었다는 것도 잊은채 빨리 가위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최근들어 가위에 잘 눌리는 터라 가위에서 깨는법을 터득한 저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열심히 발버둥쳐 가위에서 깨려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웃기만 했던 아이가
“꺄르ㅡ르ㅡ꺄히ㅏ하ㅏ어디가? 뭐야 어디가려그래~? 움직이지마.. 움직이마.. 움직.이지…. 마!!!!!!!!!”
라는 외침과 함께 점점 소리가 거칠고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저는 필사적으로 움직였고, 다행히 가위에서 깼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제 주변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학원에서 몇 번 더 생기자 저는 아예 밖에서 잠 자는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집에서 낮잠을 자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역시나집에서도 가위에 눌리긴 했지만 집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탓인지 누군가의 시선만 느껴지고 아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언제는 엄마랑 있던 날이었어요. 엄마는 제 앞에서 컴퓨터로 작업을 하시고 저는 컴퓨터 책상 뒤 침대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죠. 어느정도 잠에서일어나려는 순간 다시 가위에 눌렸는데요, ‘엄마! 엄마 나 가위 눌렸어 나좀 깨워줘!’라고 소리를 쳐도 대답은 커녕 한번 휙 돌아보시더니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컴퓨터 작업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분명 제 목소리도 들렸고 눈이 마주쳤는데도 불구하고 저를 깨워주시지 않은 엄마를 원망한채 혼자서 일어나보려고 했어요. 발버둥 쳤으나 움직여지는건 제 왼쪽 네번째 손가락만이었는데요,
저희 가족은 천주교 집안이라 순금으로 된 묵주 반지를 가족끼리 맞췄어요. 이 묵주반지는 성당에서 축복도 받았고(세례같은 겁니다) 세례명도 쓰여진 반지입니다.
오직 묵주반지를 낀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었던 저는 그 손가락을 기점으로 온 힘을 모아 손을 뿌리치면서 일어났습니다. 왜냐면 제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거든요. 불이 서서히 꺼지듯이 어두워지는게 아니라 그 왜 사진 편집 할 때 비네트라고 가장자리만 어두워지는 기능 있잖아요. 그것처럼 제 시야의 가장자리가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러곤 옆에서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이 말하는 아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 여기 사는구나?”
발작하며 가위에서 깬 저는 엄마한테 왜 깨우지 않았냐 따지려고 바라본 순간.. 엄마는 그 자리에 안계셨습니다. 나가보니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계시더라구요. 거친 숨을 내쉬며 거실로 나온 저를 보시곤 왜그러냐 하시길래 그냥 악몽을 꿨다 둘러댔습니다. 어쩌면 저와 눈이 마주친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니라 엄마 흉내를 내는 다른 것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날이었는데요, 저는 친구와 밤늦게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하고 12시쯤 집에 걸어서 가는 길이었습니다. 바로 옆동에 사는 친구라같이 걸어갔었는데요, 거의 중간쯤 온 곳이었습니다. 저희 집 주변이 산이란 것 기억하시죠? 산 주변에는 비가 올 때 산사태가 나지 말라고 물줄기를 모아두는 빈 저수지가 있는데요, 그곳은 가로등도 없고 풀로만 둘러쌓인 곳이라 정말 바닥이 안보일 정도로 깜깜합니다. 그 옆을 지나가야지 저희 집이 나왔는데요, 그 옆을 친구랑 지나가던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저희 둘은 놀라서 가던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 소리가 저수지에서 났기 때문인데요, 그냥 무언가 떨어뜨리는 소리라면 대수롭지않게 여겼겠는데 그 소리는 마치 여러 궁중 악기가 울리듯 다양한 고전악기 소리가 한번에 들렸습니다. 꽹가리, 피리, 나발, 징, 장구 등등의 악기소리가 다 같이 한꺼번에 쾅!! 하고 조용해졌습니다. 갑자기 큰소리가 들렸다가 고요해지니 정말 지릴거 같았어요. 마치 좁은 방에
혼자 있는 것처럼 바람소리 한 점도 들리지 않았거든요. 제가 친구에게
“… 들었어?”
“…어.. 너도.?”
순간 소름이 온몸에 돋은 저희는 빠른 걸음으로 울다시피 소리를 지르며 집으로 갔습니다. 맞아요. 이 친구는 저와 인생네컷을 함께찍은, 제 거울에 붙혀져있는 사진속의 친구입니다.
그러고 집에와서 부모님과 오빠에게 물었지만 그런 소리는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분명 집까지 들릴정도로 큰 소리였는데도 말이죠.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게 되자 가위눌림과 시험공부에 지친 저는 그제서야 엄마한테 말씀드렸고 천주교 신자셨던 저희 엄마는 방에 성수를 뿌리시고 묵주기도를 며칠간 드리고는 꽃다발을 가져가 그대로 부셔서 버리셨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가위눌림도.. 이상한 악기소리도 들리지 않게됐죠.
꽃을 사진 위에 올려두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제가 계속해서 들은 아이 목소리는 누구이며 악기소리는 무엇이었을까요?
꽃다발에는 정확히 어떤 종류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하나 확실한건 제가 유독 파랑 보라 계열을 좋아하다보니 파랑 보라색 계열의 작은 꽃 여러개를 사오셨어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찾아보게 됐는데요, 파란 꽃의 꽃말은 신비로움과 불가능. 그리고 보라 꽃의 꽃말은 불안한 청춘.. 이었습니다. 파란색과 보라색 꽃을 달아둬서 제가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불안한 청춘을 남기려 한 것이었을까요?
하나 더 말하자면 말린 꽃을 인물사진 위에 걸어두는 행위는 죽은 사람 사진이나 제사를 지낼 때 하는 행위라고 하네요.
여러분 절대 꽃은 뒤집어서 사진 위에 걸어두지 마세요. 꽃은 심어 키우는게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