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전국에서 공급된 아파트 중 절반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약 1순위 접수가 전무한 단지도 등장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요자들의 집 살 여력이 감소하는 데다 주택 가격마저 하락해 부동산 시장 전반에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황 개선 가능성이 적은 가운데 미분양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 통계인 4만 가구를 넘어 실제 미분양 물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미분양 주택이 10만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마이너스 프리미엄(시세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에서 일반공급된 단지 20곳 중 △파주 운정신도시 A2BL 호반써밋 △엘리프 애월 △군산 신역세권 예다음 △산이고운 신용PARK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 △번영로 서한이다음 프레스티지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 △스위트 클래스 더 스카이 45 △함양 금호어울림 리더스파크 △빌라드아르떼 제주 등 10곳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232가구 모집)·빌라드아르떼 제주(36가구 모집)의 경우 1순위 청약 접수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당장 분양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라며 “자금이 돌지 않아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내년 줄도산 얘기도 나와 걱정이 크다”고 귀띔했다.
미분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4만1604가구) 대비 13.5% 늘어난 4만7217가구로 나타났다. 특히 미분양 신고가 사업자 의무가 아닌 만큼 실제 알려진 통계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미분양이 더 늘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전달(131.4)보다 소폭 상승한 135.8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가장 높은 수치다.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100 미만이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특히 주산연은 내년도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면서 미분양 주택이 10만가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주산연 관계자는 “앞으로 청약 당첨 후 미계약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일부 주택 사업자는 분양 중단 등을 선택했다. 지난 10월 공급했던 ‘더샵 광양라크포엠’의 시행사가 분양 중단을 결정하고 계약자에게 계약 해제 및 위약금 지급 관련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7월 분양했던 ‘서희 스타힐스 더 도화’의 경우 입주자 모집공고 취소를 위해 계약자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주요 단지 청약 성적이 미달은 아니지만 기대 이하 수준으로 나왔다”며 “시세가 하락하면서 분양가가 가지는 경쟁력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청약통장 해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나올 수 있는데 가격이 하락한 구축 아파트 매입을 고려할 수 있다”며 “내년에도 분양 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