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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계속 됩니다)
여기까지 읽으시고 이 사람은 뭔데 이렇게 열심히 길게 글을 쓰고 있나, 너 뉴진스 팬 아니냐 싶으시죠? 네, 저 이제 뉴진스 팬 맞습니다. 한 달 전까지는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이번 사건 때문에 찾아보다가 완전히 반해버렸거든요.
뉴진스를 보니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걸그룹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풋풋함, 건강함, 청량함이 가득 느껴지는 아이들. 전통적인 걸그룹의 컨셉들은 기본적으로 남성 팬들의 갈망이든 여성 팬들의 선망이든 타인의 시선을 목표로 하는 어떤 계획성이 항상 느껴지는데, 뉴진스는 그냥 10대 여자아이가 패션잡지 보고 자기 눈에 예쁜 옷을 골라입고 나온 거 같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면서도 멋스럽더라구요. 내 딸이 아이돌 하겠다면 이런 그룹에 들어가있으면 안심될 거 같은 느낌 ㅎㅎㅎ
음악도 처음에는 한국 노래 같지 않은 느낌에 생경해서 좋은 줄을 몰랐는데 듣다보니 정말 편안하고 좋더라구요. 나 이지리스닝 좋아했었네.. ㅎㅎ 곡을 만든 음악가들도 해외작곡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민희진과 SM 시절부터 같이 일하던 한국 사람들이라기에 흥미로웠구요. 이렇게 내추럴 컨셉의 비주얼과 이지리스닝 컨셉의 음악으로 예쁘고 재미있고 새로운데 그러면서도 너무나 편안해서 좋아질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럼 넌 뉴진스 팬이니까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요, 오히려 반대로 팬이 아니면,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 정도로 열심히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떨어져서 보면 점잖게 말하는 사람이 더 신뢰가 가고 울고 소리지르고 욕하는 사람이 그저 이상해보이겠지요. 민희진이 욕하는 게 시원해서 영웅 취급받는 줄 알고 가볍게 판단하는 세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오히려 그 분들이 겉모습 때문에 가볍게 판단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안 들으려고 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답답한 게 ‘민희진은 망했으면 좋겠고 뉴진스는 잘됐으면 좋겠다’ 이런 반응입니다. 민희진이 망하면 뉴진스가 잘될 수가 없어요 ㅠㅠ 뉴진스 덕질을 하면 할수록 뉴진스와 민희진을 뗄레야 뗄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예전 에프엑스와 샤이니 뮤직비디오까지 찾아보면서 다시금 감탄하고 확실히 느끼는 점은 뉴진스는 민희진의 미학과 감성과 안목을 집대성해서 만든 작품이라는 겁니다. 뉴진스 팬덤 1만 명이 민희진 대표직 유지시켜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뉴진스를 조금이라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민희진 퇴출시키라는 여론에 동참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프로듀싱 실력은 인정한다고 쳐도 이렇게 감정적이고 성격에 결함 있는 사람이 경영은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격 문제 있으면 오너 리스크가 너무 큰 거 아닌가? 이런 얘기도 많이 보이는데요..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민희진이라는 사람의 인격에 대해서 어떤 근거로 판단하고 있나요? 민희진은 일반 대중에게는 지금까지 별로 알려진 바가 없었고 우리에게 이 사태를 통해 알려진 건 소위 ‘막말 기자회견’과 하이브의 언플이 전부입니다. 일단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사람이 극한상황에 몰렸을 때의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건 올바른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되고요, 하이브의 언론플레이에서 그려진 모습은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이브의 워딩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민희진이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민희진 특유의 뒤틀린 해석기제”라는 표현을 썼던 건데요, 무슨 회사 공식 입장문에 저런 인신공격적인 표현을 쓰나 싶어서 눈쌀 찌푸려졌고, 뒷담화를 그럴 듯한 용어로 포장해놓은 것 같은 구질한 느낌에 굉장히 찝찝했어요.
오히려 이 사태를 알아가면 갈수록 진짜 오너 리스크는 하이브 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이브 산하 걸그룹이 현재 세 개 있는데, 이 각각이 서로 다른 자회사에 속해있기 때문에 저는 처음엔 이 문제가 자회사들 간의 갈등인 줄 알았고, 하이브는 자회사들의 갈등 조정을 제대로 못한 책임 정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시 살펴보니 프로듀싱이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있더라구요. 뉴진스는 해당 자회사 대표인 민희진이 총괄 프로듀서인데, 다른 두 그룹은 모회사 대표인 방시혁이 총괄 프로듀서로 되어있어요.
누군가는 이번 사태를 경영자와 창작자의 마인드 차이에서 온 갈등이라고 해석하던데 오히려 순수 경영자라면 민희진이 하는 일이 적어도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는 가만히 있었겠죠. 그런데 방시혁도 창작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창작자로서의 욕심을 못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방시혁이 자기가 손댔다가 망해서 트라우마 생겼던 걸그룹을 만들어달라고 민희진을 영입했으면 민희진이 하는대로 믿고 맡겨두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막상 민희진 하는 걸 옆에서 보다보니 내가 이것보다 잘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나봅니다. 민희진이 준비하고 있던 내추럴 컨셉에 이지리스닝 음악으로는 성공 못한다고 판단했던지 멤버 구성에 참견하고 음악에 참견하다가 민희진이 말을 안 들으니 자기가 직접 프로듀싱해서 걸그룹을 만듭니다.
민희진이 아무리 업계 최고 네임드였다고 하지만 업계 사람들만 아는 이름이고 BTS로 전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방시혁과 네임 밸류 면에서는 비교가 안됐죠. 그렇게 방시혁은 민희진이 준비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컨셉(파워+섹시)으로 걸그룹을 만들고 “하이브의 첫 걸그룹” “방시혁 총괄 프로듀싱” 이렇게 두 개를 헤드라인으로 밀면서 마치 우두머리 침팬지가 서열 과시하듯이 민희진 걸그룹을 뒤로 밀어내고 데뷔시킵니다.
뉴진스가 빌보드 1위하고 나서 방시혁이 민희진에게 카톡으로 “즐거우세요?” 했다기에 대체 이런 말을 왜 하나 싶었는데 이 맥락을 다 보고 나니 너무나도 이해가 잘 가더라고요. BTS가 하도 빌보드에 자주 오르니 우리가 빌보드 소식에 심드렁해진 감이 있긴 한데요 ㅎㅎ 뉴진스는 데뷔 1년 밖에 안된 시점에서 세운 기록이라는 점에서 정말 대단한 거고, K-pop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최정상에 오른 그룹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게 하이브 후광 덕분이라면 하이브 수장인 방시혁 이름을 걸고 같은 시기에 론칭한 걸그룹이야말로 더 큰 성과를 올렸어야 하는데 빌보드 1위는 커녕 진입도 못한 상태였구요. “즐거우세요?“에서 질투로 뒤틀린 마음이 너무 잘 보인다고 하면 너무 팩폭일까요?
방시혁 SNS에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과 같이 찍은 사진들이 많은데 뉴진스와 같이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고, 심지어 뉴진스 멤버들이 인사를 해도 방시혁이 안 받아줘서 부모님들이 항의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민희진이 감정적이라며 프로답지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기분이 태도가 되는 프로답지 못한 행동은 누가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소름돋는 게 뉴진스가 작년에 빌보드 1위 하고 나니까 방시혁이 올해 한 일이 뭐였죠? 바로 모든 면에서 뉴진스와 너무 유사하다는 두 번째 “방시혁 프로듀싱” 걸그룹 만든 겁니다. 그리고 이 그룹은 데뷔하자마자 빌보드 진입에 성공합니다. 이게 올해 3월 일이고 그 전에 2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네요: 원래 첫 번째 방시혁 걸그룹은 데뷔 때부터 파워+섹시 컨셉이었는데 올해 나온 앨범은 갑자기 내추럴+이지리스닝 컨셉으로 바꿔서 팬들이 의아해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더라구요? 그리고 이 앨범을 통해 이 그룹도 데뷔 후 처음으로 빌보드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와..... 진짜 파면 팔수록 소름... 민희진 컨셉을 그렇게 밟으려고 해놓고 나중에 성공하고 나니까 어쩜 저렇게 쏙쏙 따라하죠?
저는 방시혁의 빌보드 욕심이 이 두 걸그룹의 장기적인 커리어도 망치고 있다고 봅니다. 두 그룹 모두 라이브 실력 때문에 비판받고 있고, 첫 번째 그룹은 최근에 대규모 국제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 섰다가 그야말로 전세계에서 갖은 욕을 다 먹었죠 ㅠㅠ 근데 아이돌의 실력 논란 문제는 기획사 책임이거든요. 미성년자 자녀의 문제는 일차적인 책임이 부모에게 있는 것처럼 (실제로 아이돌 상당수가 미성년자이기도 하고) 아이돌 그룹은 전적으로 기획사가 모든 것을 기획해서 내놓는 거라서요. 근데 보컬 트레이닝도 제대로 안 시켜놓고 그 큰 국제 무대에 애들을 올려서 그렇게 망신당하게 만들어요?
첫 번째 그룹을 빌보드 진입시키면서 방시혁이 만들어준 노래는 또 영어 발음 때문에 한참 욕 먹었더라구요. 그냥 발음이 좀 안 좋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근데 들어보니 노래 자체를 잘못 만들었어요. 넋두리하는 것처럼 긴 영어 가사를 짧은 박자들에 우겨넣어서 누가 불러도 가사 전달이 어렵게 만들어놨더라구요. 이건 원어민이 불렀어도 뭐지 싶었을 듯한 노래인데 마치 애들 영어 발음이 문제인 것처럼 욕은 애들이 먹고.. 빨리 실적 올리려는 경쟁심에 제대로 준비 안 하고 내놓는 결과물로 자꾸만 독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소름돋는 게.. 하이브-어도어 분쟁에서 마치 자기랑은 상관 없는 문제인 것처럼 한 달 넘게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던 방시혁이 여전히 제3자처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처음으로 입장 표명을 했는데요, 민희진을 가리켜서 ”개인의 악의와 악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시스템을 훼손하려고 하고 있다고 써놨더라구요. 아니 이게 뭐죠 자기 소개인가요?? 방시혁의 개인적 악의와 악행으로 해석하면 지금 이 모든 사태가 다 너무나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그렇게 열심히 멀티레이블 체제 구축해놓고 모회사 의장이 자회사들 프로젝트에 끼어들어서 시스템 망치고 있는 건 본인인데? 볼수록 속터져서 진짜.. ㅠㅠ 하이브 의장으로 남고 싶으면 프로듀싱 욕심 버리고, 프로듀싱이 하고 싶으면 의장 노릇 하지 말고 프로듀싱 일만 하는 게 옳을 듯 합니다.
하이브에 아무리 맘에 안 드는 게 많아도 BTS 멤버들 애초에 발굴하고 모아준 방시혁에 대해서 그래도 원론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 알아보다가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졌어요. 그리고 제가 BTS 팬으로서 제일 열받는 게 하이브가 언론플레이 하면서 방탄 끌어와서 팬들을 이간질한 겁니다. 마치 방탄과 뉴진스의 제로섬 게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 하이브가 그동안 방탄을 제대로 안 챙겨준 거지 방탄한테 가야할 걸 뉴진스한테 준 게 아니잖아요? 그 뉴진스도 제대로 챙겨주기는 커녕 더 심하게 홀대하고 있었구요. 아무튼 그 덕분에 뉴진스 입덕도 했으니 결과적으로는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 싶습니다.
사실 뉴진스 팬이 되고 나니 진짜 고마운 건 뉴진스 때문에 버텨준 민희진이네요. 민희진이 진짜 자기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었으면 2021년에 자기가 준비하던 걸그룹이 밀릴 거라고 통보 받았을 때 이런 대접 받고 더러워서 일 못한다고 그 자리에서 뛰쳐나갔을 겁니다. 근데 그 때가 이미 뉴진스 멤버 선발이 끝난 다음이었고 얘네를 버리고 그냥 나올 수 없으니 하이브에 머무는 대신 그 안에서 자기 레이블 따로 설립해 데뷔시키는 선에서 타협을 했지요. 하이브는 민희진 입사할 때부터 이야기해놓고 그 때까지도 안 해주고 있던 민희진 독자 레이블 설립을 그제서야 해줬고, 그것도 하이브가 100프로 지분을 갖는 조건으로 설립해줍니다. 민희진이 그 중 20프로나마 지분을 갖게 된 건 그 온갖 모욕 다 받으면서도 꾸역꾸역 일해서 빌보드 1위에 매출 천억 넘기는 등 엄청난 성과를 거둔 그 다음 해가 되어서였어요.
이런 상황인데도 방시혁이 호구라서 민희진한테 다 퍼주고 뒤통수 맞았다는 이미지가 퍼져있는 거 보면 하이브 언플 진짜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정반대 아닌가요? 당시 업계 최고 실력자로 평가 받던 민희진을 데려다가 온갖 모욕적인 대우를 해놓고, 막상 민희진 프로젝트가 성공하니까 컨셉 베껴서 그야말로 단물만 쏙 빼먹고, 참다못해 항의하니까 언론플레이로 비열하고 잔인하게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한 거요.
이 정도면 진짜 하이브를 평생의 철천지 원수 취급해도 모자랄 거 같은데 민희진이 정말 대인배인 게.. 자기는 뉴진스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하이브와 더 싸우고 싶지 않다고 이번 2차 기자회견 때 발언하면서 하이브 주가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풍경이 펼쳐졌지요.
그래도 이 사태는 아직도 하이브 쪽에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법원에서 민희진 해임을 못 하게 하니까 민희진만 빼고 어도어 임원진을 전부 하이브 사람들로 교체해놓고, 민희진 배임 혐의에 대한 법적 후속 절차도 계속할 거라고 발표했죠.
이 시점에서 오만정도 다 떨어지고 기대도 없는 하이브에게 바라는 건 정말 하나도 없으니 그저 제발 민희진 좀 가만히 놔두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ㅠㅠㅠㅠ 일 잘하는 사람이 계속 일 잘하게 그냥 좀 내버려두라고요. 월드투어 준비 중이고 세계진출을 앞둔 뉴진스 앞날에 재 뿌리지 말고 그냥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고 정말 간절히 부탁하고 싶습니다.
길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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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1차 기자회견에서 보여진 민희진의 거친 모습에서 읭??? 하고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잘 나가는, 능력있는 여자 하나 내쫓으려고 남자들 집단 카르텔이 작업 치는구나.가 제 결론이었는데,
그걸 이렇게 술술 읽히도록 쓰시다니 대단하세요 ㅎㅎㅎㅎ
저 욕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하이브 개저씨들이라는 말에는 너무나 수긍이 가더라구요. 민희진이 개저씨들한테 밟히지 않고 나쁜 생각하지 않고 살아남아줘서 너무 고마웠구요.
원글 댓글 전부 정독해서 잘 읽었습니다, 뉴진스 노래 좋든데 민희진이랑 뉴진스 응원합니다~~더더 승승장구 하길요~~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시혁은 인생 부러울게 없어 보였는데 자기가 성공 못한 분야에 대한 질투심이 어마어마한가봐요. 그 사이에 낀 걸그룹들이 상처 안받고 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프로듀서 잘못 만나서 온갖 욕받이가 되고 있는 방시혁 걸그룹들은 대체 무슨 죄인지.. ㅠㅠ 남편이 첫 번째 걸그룹 좋아해서 같이 응원하고 있었고 두 번째 걸그룹은 아주 그냥 애기들이던데요 ㅠㅠ 상처받지 말고 잘 성장해주길..
잘 모르는 업계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조금 이해도 하게 해주신 정말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