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폭락론과 폭등론
1차 논쟁 폭등론 승, 2차 논쟁 폭락론 승
폭등론 미국발 고금리 돌발 변수 무시
폭락론, 조기 반등론과 장기 하락론으로 분화
폭락론 ‘유튜버 쇼킹 부동산’ ‘내년이 내집마련 적기’
미분양, 금리, 주택구입부담지수로 변곡점 추측은 가능
요즘 인터넷상에는 ‘영끌 5적’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영끌 5적’은 집값이 계속 급등하니 당장이라도 집을 사라고 주장, 젊은층이 빚을 끌어모아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 투자’를 부추긴 유튜버 전문가를 지칭한다. 지금은 비난 받고 있지만, 이들은 2019~2021년 집값 폭등을 적중시켜 ‘부동산업계의 노스트라다무스’, ‘족집게 전문가’로 각광받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로 인한 거래감소 착시 효과, 통계 조작설 등을 주장하면서 여전히 집값 하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폭등론을 주장해온 한 유튜버는 “지난 정부가 규제 폭탄으로 거래를 막아 증여성 매매, 초급매물만 거래되고 있어 가격이 폭락한 것 같은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규제가 정상화되면 집값이 급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전국 집값이 1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가격은 전월 대비 1.37%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2003년 12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이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아파트와 주택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뉴시스
반면 최근 집값이 급락하면서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던 김경민 서울대 교수, 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 이광수 미래에셋 수석 연구위원, 이현철 아파트 사이클연구소장, 유튜브채널 라이트하우스, 쇼킹부동산,엘리엇 TV 등은 ‘족집게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다. 폭락론을 제기한 전문가들과 유튜버들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폭락론 믿다가 벼락 거지 됐다”, “무주택자들을 위한 힐링 전문가”, “고장난 시계도 하루 두번은 맞는데, 단 한번도 맞은 적이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폭등 폭락 논쟁, 1승1패
폭락론자와 폭등론자는 2021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양도세 등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실시를 앞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른바 ‘1차 폭락 폭등 논쟁’이다. 다주택자 매물이 나와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폭락론과 오히려 매물이 급감해서 집값이 오른다는 폭등론이 맞섰다. 정부의 규제 정책에도 불구, 집값이 급등하면서 폭등론자의 완승으로 끝났다.
폭등론자들은 지난 8월이후 전세대란이 벌어지고 이를 계기로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1차 논쟁에서 완패했던 폭락론자들은 다시 폭등론자들과는 정반대로 전세대란은 없고 집값은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2차 논쟁’은 1차 논쟁과 정반대로 폭락론자의 완승으로 끝났다.
폭락론자들은 대체로 한국 사회는 유독 투기적 가수요가 많아 집값이 급등했다는 주장을 편다. “경제 대공황이 온다”, “한국 경제 무너진다” “파산시대 온다”, “대붕괴 온다”는 등 과격한 주장도 편다. 반면 폭등론자들은 규제강화로 인한 공급부족, 유동성 급증, 경제성장 등의 이유로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논리를 편다. 일부 유튜버들은 논쟁을 넘어 감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영끌 5적’으로 꼽힌 한 유투버들은 “폭락론자들 탓에 (문재인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 집값이 올랐다”며 폭락론자를 비난했다. 폭락론으로 유명한 한 유튜버는 ‘폭등론자들을 건설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락론의 분화, 쇼킹부동산의 변신
집값이 급락하면서 다음 관심사는 반등의 시기이다. 폭등론자들은 대체로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이후 반등할 것으로 본다. 반면 폭락론자들이 전망하는 반등시기는 제 각각이다. 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는 3년후 반등, 이현철 사이클 연구소장은 7년 후 반등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현철 소장은 ”리먼쇼크이후 집값이 5년 정도 하락했고 2년 정도 횡보했다”고 말했다. 극단적 폭락론자들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아예 집값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시절 국토부장관이던 김현미 전 장관이 구독했던 폭락론 유튜버 ‘쇼킹부동산’은 최근 ‘역전세대란’이라는 책을 통해 폭등론자와 비슷한 내년 반등론을 펴 관심을 끌고 있다. 쇼킹부동산은 책 서문을 통해 “10년 만에 기회가 왔다. 누구나 집을 싸게 사고 싶어하지만 막상 기회가 와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쇼킹부동산은 내집마련의 시기로 2023년~2024년 상반기를 지목했다. 그는 “이번 집값 하락은 하락이 가파른 만큼, 급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절호의 줍줍찬스가 도래했다는 폭등론자들과 비슷한 주장을 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발 고금리라는 돌발 변수, 누구도 예측 못해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하락의 시점을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돌발 변수 탓이다. 금리의 급격한 인상을 촉발시킨 우크라이나 전쟁과 초인플레이션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수급, 정책 등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다”면서 “특히 코로나로 인한 과잉 유동성의 정상화를 위한 금리인상과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고물가 등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집값을 하락시켰는데, 이러한 변수까지 감안한 미래의 시장 전망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전망이 어긋난 폭등론자는 물론 족집게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는 폭등론자도 코로나로 인한 유례 없는 저금리, 우크라이나 전쟁발 고금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집값의 글로벌 동조화 현상
집값 급등과 집값 폭락은 한국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전세계적인 저금리 유동성 과잉과 집값 폭등,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집값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의 글로벌 동조화 현상에도 폭등론자와 폭락론자들 모두 한국시장에 대한 분석에만 집중하고 있다.
학자나 연구자들이 대체로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고평가됐다’, ‘저평가됐다’는 식으로 시장을 분석한다. 폭락, 폭등에만 너무 집착하면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집값 변동의 사이클을 무시해 엉뚱한 전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저서를 냈던 한 전문가는 한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폭락론에 집착, 2013년 또다시 집값 하락론을 제기하는 저서를 냈지만, 부동산 시장은 반등 직전이었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학 맨큐 교수도 1989년 쓴 논문을 통해 20년간 미국의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의 내 집 마련이 끝나 주택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더 넓고 좋은 집을 사들인 데다 외국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이 주택을 왕성하게 사들이면서 집값이 폭등한 것이다.
◇부동산은 사이클, 반등의 지표 주목해야
다만 집값의 하락과 상승의 변곡점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들은 있다. 미분양의 증감, 금리의 상승과 하락, 주택구입부입부담 지수 등으로 집값의 변곡점을 짐작할 수 있다. 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는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30~ 140 정도가 되면 주택구입 적기”라고 말했다.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중위소득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인데, 100이면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의미이다. 분기마다 발표하는데, 서울의 경우 지수가 2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204를 찍었다. 이현철 부동산 사이클 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1차 요인은 대중심리, 전세, 분양, 정책”이라며 “분양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고, 전세매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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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
맞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