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오송 지하도 침수위험 없다”… 자동차단시설 설치 안돼
[오송 지하차도 참사]
3년전 행안부 조사때 통보
지난달에야 차단시설 예산 결정
사진=박형기 기자
충북도가 사상 최악의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대해 3년 전 “침수 위험이 없다”는 취지로 행정안전부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행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참사와 유사했던 2020년 7월 23일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 직후 재발 방지를 위해 터널 입구 자동차단시설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행안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침수가 우려되는 지하차도 목록을 조사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충북도는 행안부에 제출한 참고 자료에서 “도내 지하차도 7곳은 침수 위험이 있고, 6곳은 침수 위험이 없다”고 제출했다. 오송 지하차도는 당시 침수 위험이 없는 6곳 중 하나로 분류됐다. 미호강과 불과 4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물이 흘러 들어오기 쉬운 조건임에도, 2019년에 신축됐다는 이유로 침수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 지하차도는 결국 침수위험도 ‘3등급’으로 분류됐다. 행안부의 ‘지하차도 침수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지하차도는 침수 이력, 차량 통행량, 배수시설 등의 기준으로 위험도 1∼3등급으로 분류된다. 3등급은 침수 위험 ‘보통’에 해당되며 호우경보 시에만 통제되는 안전한 지하차도에 속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에 수만 개가 넘는 지하차도를 전수조사할 순 없기 때문에 지자체 판단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와 조사해 등급을 매겼다”고 설명했다.
침수위험도가 낮을 경우 침수 시 터널 입구 자동차단시설 설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에도 2023년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상반기 수요 조사’를 거쳐 지난달 말에야 예산 지원이 결정됐다. 충북도 측은 “2021년부터 꾸준히 행안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충북도가 2021년부터 행안부에 지속적으로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오송 지하도 통제 요청, 최소 2차례 112 신고”… 국무조정실, 감찰 착수
경찰은 “88명 수사본부 구성”
15일 폭우로 인근 강물이 지하차도 안으로 범람해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이 17일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등에 대한 감찰에 나섰다.
참사 1∼2시간 전부터 지하차도의 범람 위험성을 경고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최소 2차례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국무조정실은 경찰과 지자체를 상대로 해당 지하차도의 교통을 통제하지 않고 1.3km 떨어진 다른 지하차도로 출동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은 17일부터 충북 청주시의 충북도청, 청주시청, 흥덕구청과 세종시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에 감찰 인력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 등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7시 4분경 “미호천교를 공사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신고자로부터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하고 주민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7시 58분에도 같은 신고자로부터 또다시 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침수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와는 1.3km 떨어진 ‘궁평1지하차도’ 인근으로 출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당시 경찰이 사고 차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출동한 경위를 파악하고, 실제 사고 차도에 대한 점검이나 조치 등이 이뤄진 적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충청북도와 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참사 당일 새벽에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홍수경보와 주민 대피 필요성을 전달받고도 지하차도 진입을 통제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정부는 감찰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로 도청이 도로 교통을 통제할 권한을 갖지만, 지역에 따라 시나 군에 위임한 경우도 있다”며 “정확한 책임 소재를 가려낸 뒤 도로 통제를 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고는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져내려 유입된 물이 지하차도로 흘러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이 제방이 붕괴한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 고발, 수사 의뢰, 제도 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했다.
충북경찰청은 실종자 구조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88명 규모의 전담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고 예방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찰이 수사를 맡는 것에 대해 “셀프 수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손준영 기자, 고도예 기자, 청주=장기우 기자, 청주=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