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 목적이 아닌 바에야...
여행이란 흐름에 맡기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어떤 여행이 될까...자못 어린아이 마음으로 길을 쫓아간다
낙동강 탁류를 뒤로 하며 부산에서 멀어져갔다
고속도로변 백일홍은 한여름 태양보다 붉다. 산은 녹음이 일어서고, 들은 연두빛으로 내달리니 여행자의 가슴은 벌써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광주에 도착하니 조카가 차를 대기하고 있더라
마침, 나도 아는 조카 친구 친정이 담양에서 포도농원을 한다하여 그리로 향했다
부산에 두 번 온 적이 있어 내가 광주로 온다는 소식에 그 조카친구도 대기상태라네 ^^
접대하겠다고...^^
덕에 맛나는 포도를 배부르게 먹고...
혹시 광주에서 소쇄원가는 국도변을 지나다(여름에) "빛고을 포도농원"을 만나면 거기서 포도 한상자 사세요오~~~^^
아주 달고 맛나다우~~~!!!
전라도 지역 여행의 또다른 재미 중의 하나는 역시 음식으로 유명한 고장의 음식 맛을 보는 것이다
하물며 전라도를 여행하는데 그 길을 빼놓을 수 있는가...
담양에서 유명하다는 "떡갈비"를 맛보러 갔다.
나는 "떡갈비"라 해서 갈비에 떡을 썰어넣은 요리인 줄 알고, 조카에게 그렇게 물었더니, 조카는 나더러 유치원생 같은 질문을 한다고 타박한다
"칼국수에 칼 들어가우 ?" 그러믄서...우씨~!
소고기를 떡 모양으로 다져서 부친 것이라 떡갈비라네...
"담양 이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담양에 관해 빠삭한 조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가장 유명하다는 집에가서 떡갈비를 시켜 먹었는데, 과히 이름값을 하더라
그에 술을 곁들였는 바...
본초에 실리기를...상약의 으뜸이라는 "천문동"이라는 약재를 원료로 해서 만든 보양주 "군주(君酒)라 하는 것을 같이 마셨는데, 내 입에는 별로 맞지가 안더라
괜히, 부산 중앙동 "죽림헌"의 이강주가 몹시도 그리워졌었다
그러다 보니 해는 뉘엇뉘엇 저물어 소쇄원은 가기가 늦었더라
광주로 돌아가 일박하고 다음 날은 보성과 해남을 거쳐 보길도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야 마음먹은 코스를 돌아볼 수 있다는 조카의 말에 새나라의 어린이맨치로 일찍 자따 !!!
새벽 다섯시 부터 조카가 바삐 깨운다
뭉기적 뭉기적 일어나 씻고, 차를 타고 출발한 시간이 아침 6시...
오늘 하루 나의 조카는 톡톡히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할 터...
풋풋한 새벽공기가 콧구멍을 환기시키는데, 심장부터 온몸으로 내달리는 피돌이도 달리 느껴지는 것이다
가는 길에 조카 친구 한 명이 안내를 맡겠다고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나와서 동행했다
(물론, 내 조카가 여자니까 조카 친구들도 여자겠쥐...헝~~~!!!)
국도를 한시간 정도 달리니 보성에 닿는다
보성 녹차다원...
진입로부터 여행자의 눈을 호강시키는데, 그 감상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더라
삼나무를 양쪽으로 늘어세운 소롯길이 고운 곡선으로 이어지는데...
아~~~!!!
내 어찌 이 좋은 곳을 지금에야 알고 찾아왔단 말인가...
폐허가 된 심처에
다시 흙을 갈아엎고
곳에 나무를 심었다
한쪽으로는 소롯길 내어
재잘거리는 돌멩이도 깔고
나뭇잎들로 살짝 보기좋게
하늘을 어우르는 지붕도 삼아보았다
걸음마다
이마로 미끄러지는 새벽공기
깨돌멩이랑 소꿉놀고 있었다
차로 진입로를 통과하였으되, 마음이 허락치 아니하여 차에서 내려 입구까지 다시 걸어가서 완보음영으로 진입로를 재향유하였다
어찌 이 좋은 길을 허공에 발을 둔 채 차로 지난단 말인가...
짜그락짜그락 재잘거리는 돌멩이 깔린 삼나무 소롯길을 걸으니 귀에는 온갖 도시의 잡음이 사라지고, 맑은 새벽소리들만 가득하더라
길따라 다원으로 향하였다
봄물지나 빛이 조금 바래긴 했지만, 목전에 펼쳐지는 다원의 규모부터가 입을 떠억 벌리게 하였는데...
허언이 아니었구나...싶더라
가다보니, SK텔레콤 CF "수녀와 비구니"편 촬영지와 드라마 "온달왕자" 촬영지 표지가 보이고, 다원 꼭대기까지 오르는 작은 길이 보여 거기까지 올랐다
어찌 녹색이 하나랴...
저 각양의 초록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단 말인가...
어찌 한 계통의 색으로 자연은 이리도 놀라운 장광을 빚어낸단 말인가...
푸름 새 또 푸름
하늘도 따라 녹빛으로 물들 것이라
푸름 위 또 푸름
푸름 아래 또 푸름
민망한 살빛만 붉어지네
동심 떼구르르르
푸름 새로 달려 구르네
새벽 기운을 아직 한껏 물고 있는 산중이라 맑음이 더할 바 없고, 이른 아침 공기가 상쾌함을 배가 시켜주는 것이 영락없는 산중낙원이었다
거기는 녹차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녹돈"이 유명하고...녹차야 두말할 나위 없겠지...
아쉬운 것은 이른 아침 시간이라 가게가 문을 연 곳이 없어 맛도 못보고 그냥 나와야 했다는 것이었다
녹차 한 잔 못 마시고...
[송지면, 땅끝...카페 "섬"]
이제 해남 땅끝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조카가 땅끝 가는 길목에 친구 부부가 카페를 겸해서 민박을 하고 있으니 거기 들러서 차나 한 잔 하고 가자하여 그러마 하고 그리로 향했다. 어차피 가는 길목이니...
어머나...세상에...!!!
여행을 하다보면 의외의 좋은 장소를 만나 감동에 젖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곳에서 나는 그런 기쁨을 맛봤다
어찌보면 그저 평범한 해안가 작은 마을인데, 그 해안가에 위치한 카페 "섬"은 그야말로 도시에서 유배당한 여행자가 심신을 쉬어가기 안성마춤인 곳이었다
바로 옆에는 드라마 "허준"의 허준 유배지 촬영지가 있어 볼거리가 있고, 호젓하고 아담한 해안 전경과 카페 옆자리의 깨밭도 일품의 경관을 보여준다. 주인장의 농으로는 보성 녹차다원보다 카페 옆 깨밭이 더 볼만하다고...^^
그 곳의 압권은 해안가 앞에서부터 근처의 섬까지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갈라져 바다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우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머문 시간은 바다길이 열리는 시간과 서로 사맛디 아니할 새...
아쉬움을 접고 보길도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남 땅끝에서 감흥을 얻지 못한 커플들이 그 곳으로 와서 자기들만의 바다를 만끽하며 감동의 세레나데에 젖고 갔다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만 한 곳이었다.
바다길은 오전과 오후에 두 번 열리는데, 일몰과 어우러지는 오후의 바다길은 가히 장관이라했다
섬으로 갔다
그 곳에 섬이 있다길래
늘어진 꿈을 주섬주섬 주워
바닷가에 던져 보았다
해풍과 날더니
수면마다 뿌려지며 물빛 고운
새가 되는 것이었다
만일에, 우리가
희고 부드러운 깃털을 가진다면 말이다
저 길 따라 부는 바람이라도 되어 본다면 말이다
저녁 무렵 수평선 붉은 낙조를
비껴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점심 무렵이라 주인장 내외가 김치볶음밥과 반지락 칼국수를 내왔다
양과 질에서 가히 엄지손가락을 내밀어도 좋을 만한 맛...
그리고, 그 집 주인이 돈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다른 곳보다 음식값도 싼데, 손님들이 가격을 좀 올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할 정도라 하니...
마음씨 좋고 욕심 없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까지 대접받은 나는 그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마침 카페에 재즈 음악이 없다하니, 재즈 CD를 보내주기로 약조하였다
물론, 추천 여행지로 이 곳을 소개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그들은 가을 무렵에 카페 "섬" 앞 해안과 섬을 잇는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아직 못 올린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 하였다
욕심 없이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정말 어울릴 것 같은 축복된 결혼식이 되지 않겠는가...
흐뭇하고 뿌듯한 감동과 아쉬움을 가지고 해남 땅끝으로 향했다
그저 말그대로 토말(土末)...땅끝이었다
반도의 끝...
전망할 수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아 올라가니, "땅끝마을" 이라고 써진 돌비석이 서 있다
그냥 지나갈 수 있나, 내려서 사진 한판 박고, 아래를 보니, 여기가 땅끝이구나...
여기 무엇하러 왔는가
끝에 서서 돌아본 들
가운데 어지러진 무엇이 보이겠다고
섞여 먼지 날리는 속세의 지난 꿈들을
다시 보자는 것인가
차라리 땅끝에서 시작하는 바다를 보자
바다는 땅끝을 배고 누워 저리도 평온하다
두 다리 쭉 뻗어 기지개 펴는 바다
끝에서 일어나 다시 처음이 되고
다시 끝으로 눕는 자연을
하루도 바삐 접어가며 사는 우리가
무슨 아량으로 받아내리
여기서 나를 위해 운전기사 노릇을 한 조카와는 작별을 한다
저도 스케줄이 있으니...
이제 나를 싣고 보길도로 들어갈 배가 서서히 포구로 접안하고 있다
★ 송지면 송호리 중리마을 카페 "섬"은 자료실에 추천 여행지로 올리겠습니다 ^^
[보길도]
보길도로 향하는 선상 후미 나무의자에 걸터 앉는다
내부에 드러누워 쉴 만한 곳이 있었음에도 거긴 너무 답답해보여 들어가지 않고, 그냥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 나무의자 위를 택하여 앉았다
배가 게워내는 거친 포말이 하얗게 끓어오르는 것이 마치 배의 후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해저 바닥에서 거침없이 솟아오른 물기둥 같기도 했고, 또아리 트는 해룡의 등껍질 같기도 했다
청별항에 이르러 나는 보길도란 섬에 발을 내놓았다
7월 말에 선영이(언제나)가 친구와 놀러와서 공짜로 대여받았다는 면사무소 앞 자전거 대여점 아저씨를 만났다. 나도 빌려야했으니까...
선영이가 감사의 뜻을 꼭 전해달라기에 그 말을 전하니 그 아저씨 선영이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겸연쩍게 웃는 모습이 욕심없어 보인다
내게도 자전거를 공짜로 빌려주겠다는 것을 한사코 마다하고 5천원을 쥐어주었다
자기는 자원봉사로 하는 일이니 그저 인터넷에나 올려달라는 것을...
오래간만에 타보는 자전거...
도심에서 신나게 자전거로 도로를 질주해 볼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이 찬스다 싶어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종횡무진 내달렸다
차가 그리 많이 다니지 않아 자전거 타기 그만이었고, 고바위를 넘어 내리닫는 경사길을 바람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너무 상쾌하여 그런 코스를 세 군데 정도 넘어다니다 보니, 정작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 이르러서는 다리에 힘이 빠져 다음 코스로 가보지를 못했다 ^^;
고산 유적지는 남아있는 것이 연못과 누각 정도였는데, 어부사시사를 패널해서 전시해놓았고, 연못을 건널 수 있게 만든 굴뚝다리가 있었다
아담한 정경이 새삼 옆구리 허전함을 일깨워주는 것이...가시나 생각에 잠기게도 하더라 ^^;
누각에 앉아 담배 하나 피우면서 땀을 식히니, 더욱 간절한 것이 내 님이더라...아흑 !
버스를 타지 않고 서둘러 들어가느라 갤로퍼택시를 청룡열차 타는 기분으로 타고 선영이가 추천한 공룡알 해변으로 향하였다
갤로퍼택시 기사가 직접 민박할 숙소까지 잡아주었는데, 나중에야 나는 그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너무나도 마음씨 좋은 민박집 주인과 내게 저녁식사를 제공해준 대구 손님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방에 짐을 풀고, 난 서둘러 사진기를 들고 해변으로 향하였다
일몰을 보기 위해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가는데, 해변으로 가는 길 양쪽에 펼쳐지는 자연림과 하늘색은 무한한 색채로 저녁 풍경을 한실한실 뽑아내는 것이었다
해변에 이르니 과연 "공룡알"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해변 정경이 펼쳐지는데, 나름대로 유명하다는 거제도 학동의 몽돌해수욕장은 발새 때만큼도 못미치는 장광이었다
규모에서도 그러하거니와 해변의 주변 풍경은 거제도 몽돌이 감히 숨도 못쉴 압권이었다
재작년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에 내가 던져놓고 온 욕들이 아직도 파도치고 있을 터...
공룡알 해변에는 내가 던진 찬사들이 지금도 썰물, 밀물 때마다 소리치고 있으리...
바다를 끼고 사는 부산 사람들...웬만한 해안 정경에는 눈도 꿈쩍 하지 않는 것을...이번 여행에서 감동의 바다를 두 번씩이나 보았으니, 가히 내 눈과 정신은 호강하였다 함에 충분하다
해변 구경을 하고 다시 숙소로 넘어오는 길에 서서히 일몰이 진행되는 바...
아주 화려한 주변 절경이 어우러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그마한 어촌의 마을과 어우러지는 일몰 광경이 오히려 인간내음나는 자연스러움을 만끽하게 하였다
나무 앞에 서서 나무가지 사이로 내려앉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나무가 검붉게 불타오르고, 풀숲들이 말을 잃었다. 암록이 살아나고, 이내 가슴의 분탕질이 시작되는데...그저 떠오르는 어떤 생각도 없이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한쪽으로는 달이
진주알 처럼 박혀있고
한쪽으로는 해가
일몰을 준비하며
섬자락 물고 붉게 걸어오더라
살갛을 지지는 열정 없이도
몸살나는 애교 없이도
외로운 객심에 가만히 앉아
틈진 서러움, 고독의 상처를
한땀한땀 기워내더라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대구에서 왔다는 객들이 평상에 저녁상을 차려놓고 나를 부른다
참으로 훌륭한 대구광역시민들 아닌가...!!! ^^;
마음은 깡충깡충 뛰어가고 있었으나, 겉으로는 미안한 듯 슬며시 걸어가 취사도구를 챙겨가지 않은 외로운 객의 허기진 배를 마음껏 채웠다
닭불고기 맛...쥑이데 !!!
밥 두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맥주와 소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기다가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와 내일을 위한 잠자리로 들었다
날이 밝아 일어나니 오전 8시...
보길도의 절경으로 꼽힌다는 예송리를 포기하고 다시 해남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놓친 송호리 중리 마을 카페가 생각났기 때문에...
바다가 갈라질 시간이 임박했다. 여기서 배타고 나가서 서둘러 가면 그 감동의 장광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버스 정류소에서 만난 민박집 주인 아저씨의 아침 식사 권유도 인사말로 사양하고 나왔다
보길도에서 나오는 선상 후미에 서서 하얗게 굽이치는 뱃길을 바라보았다
저 뱃길을 따라 거쳐 오르면 내가 심어놓은 추억의 단편이 자라는 보길도가 있을 것이다
내 한때의 시간이 저기서 욕심없는 사람들의 순수한 웃음을 먹고 자랄 것이다
보길도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지에서 그렇게 순수하고 다정한 만남을 이루어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선상에 서서 뱃길을 바라보며 그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수평선 길게 물안개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허겁지겁 배에서 내려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
카페에 전화를 했다
아뿔싸 !!!
이미 바다길이 열렸다가 닫혔다는 것이다. 오전 9시경에 열려서 10시에 닫혔다는 것이다
그 카페 주인 내외도 내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삼촌이 바다길 열리는 것을 보러 카페로 다시 올 것인지를 몇 번 물었다는 것...
아~~~~~~~~~~~!!!
돌리도~~~~~~~~~~~~~~!!!
오전 일정이 일시에 무너져버렸다
부산으로 바로 떠버릴까...하다가...이왕에 이렇게 된 거...
담양으로 다시 가서 소쇄원이나 보고가자 마음먹고 광주로 향했다
[담양 소쇄원, 담양호]
광주에 도착하니, 조카는 몸살이 나있었다. 초보운전에 장거리운전을 하루종일 했으니 몸살나지 않겠는가...
바통을 이어받은 운전경력 3개월의 조카친구가 "이번엔 내차례"를 외치며 조수석에 조카를 태우고 나를 모시러(?) 온 것이다
어여뿐 거뜰...!!!
내가 운전만 했어도...너거덜 그런 고생 안시켰을텐데...
담양으로 가는 길...예의 그 조카 친구네 포도농원에 또 들러 포도를 또 얻어먹고...
소쇄원으로 해서 추월산 자락을 잡고 도는 담양호를 구경했다
소쇄원은 자연배경 그대로에다 정자를 지어놓은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아담한 맛을 느끼게 했다
진입로 양쪽의 대나무 숲이 인상적이었는데, 아쉬운 것은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물이 말라 계곡이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소쇄원 정자를 보니, 또한 중앙동 "죽림헌" 이강주가 생각났던 것을...
저 정자 위에 앉아 이강주를 따라 마시며...
구름아 어디로 가느냐
너르고 널른 하늘바다를 단숨에 가려느냐
아야...여기로 와서
술 한잔 받고 쉬어감이 좋지 않겠나...
이렇게 권주가를 부르며 좋은 이들과 즐길 수 있었다면 올매나 좋을까...생각 간절하였더라
담양호는 전망대가 공사중인 관계로 차를 대고 쉴 곳이 마땅치 않아, 사진도 못찍고 그저 도로따라 돌며 눈요기만 하고 왔는데, 호수의 크기가 산허리를 잡고 돌만큼 크고 웅장해보였다.
추월산 산그늘이 푹 담겨져 있어 경치 또한 중후하였다
[순천]
담양호를 돌아 나오며 순천사는 any에게 전화를 걸어 순천으로 향할테니 만나자고 하였다
흔쾌히 응하며 새치머리와 보자는 것...
광주 터미널에서 순천행 버스를 타고 두 시간여 달려 순천에 도착, 마중나온 any와 만나 돌솥비빔밥 전문집으로 가서 새치머리와 합류하고 맛이 기가막힌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다 먹고 물을 부어 누룽지를 일구어 먹는 맛 또한 별미의 후식이었더라
술 못해도 한잔은 해야쥐...
순천대 앞 술집으로 가서 만난 것을 자축하는 일잔을 하고...
아 !!!
거기서 any가 구워 만들었다는 쿠키를 먹었는데, 햐~~~!!!
봉지 채로 뺏아서 부산 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냠냠 맛나게 먹었다는 거 아뇨
시원시원하게 생긴 any, 꾸밈없이 순박하게 생긴 새치머리...
맛있는 저녁과 즐거운 술자리를 제공받고, 이쁜 선물에 쿠키까지...
정말 후한 대접받고 부산에서 만남을 기약하며 순천을 떠나왔다
[여행후기]
"여행지에 대한 환상" 이라는 것이 있다
상상으로 미리 짐작해버리는 탓에 실재를 본 후 적잖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런 환상에 당하지 않을까...내심 걱정도 하였다
흐르는 대로 가기로 했다. 못 본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코스를 계속 밟기로 했다
하나 더 욕심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마음에 차는 장소를 만나는 행운도 기대하였다
담양 빛고을 포도농원, 소쇄원과 죽림, 담양호 그리고 떡갈비, 보성 녹차다원의 삼나무 진입로와 초록의 다원 풍경, 송지면 땅끝, 카페 "섬", 보길도의 고산 유적지, 공룡알 해변, 낙조... 그리고, 순천...
어느 곳 하나 내게 감명 주지 않는 곳이 없었다
몸살 앓아가며 삼촌의 수족이 되어준 어여쁜 조카, 그리고 조카 친구들...
땅끝 가는 길에 만난 카페 "섬"의 아름다운 부부...
보길도에서 만난 자전거 대여점 아저씨, 민박집 주인 아저씨, 대구 손님들...
순천에서 만난 any, 새치머리...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좋은 여행지를 만나 감동 받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기뻐하였으니 얼마나 값진 여행을 하였는가...
여행의 끝자락에서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쉬운 것들이 왜 없으랴...
하지만, 그러한 것들 마저 없다면...말이다
"다음에 또..." 라는 아름다운 기약을 할 수 없지 않은가...
좋은 여행지를 만나는 것만도 여행자에게는 엄청난 복이며 행운이다
그럼에도 나는 하나를 더해, 좋은 사람들까지 만났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앞서 말한 "여행지에 대한 환상"
그 환상은 여행하는 동안 한번도 깨지지 않았고, 흡족한 결론이 되기도 했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 내 조카에게 줄곧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