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샬럿인데요. 샤일로도 함께 있어요.”
“아, 샬럿양 이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곧 웅장한 대문이 소음 하나 없이 부드럽게 자동으로 열리고 샬럿은 샤일로의 한쪽 팔을 잡고 걸어 들어갔다. 얼마를 걸어 들어가자 곧 관광객을 안내할 때 쓰이는 안내용 자동차가 나타났다. 그 자동차는 갑자기 샬럿의 앞에서 서더니 차문이 열렸다. 역시 샬럿이 예상한 대로 제이콥이었다. 제이콥은 밝은 얼굴로 문을 열고 나와 샬럿을 반기며 말했다.
“샬럿! 왠일이냐?”
제이콥은 조금 과장되게 슬픈 모습을 취하고는 덥수룩한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말을 이었다.
“쉬고 싶다는 핑계로 한달 째 오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와 줬구나. 샤일로의 몸은 좀 어떻니?”
“아직 다 낫지는 않았지만 거의 회복 됐어요.”
샬럿은 조금 굳은 표정으로 딱딱하게 말했다. 그런 샬럿의 모습을 지켜보던 제이콥은 샤일로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어 보더니 원래의 호탕한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샬럿에게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그만 차에 타지 않으련? 오랜만에 온 김에 점심이라도 함께 하자.”
등을 떠미는 제이콥에게 샬럿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일하러 갈래요. 일 쉰지 오래됐잖아요. 녀석들도 보고 싶고….”
제이콥은 샬럿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뒷 좌석에 태우고 자신은 운전석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지켜보며 가만히 서 있던 샤일로에게 낮게 말했다.
“1시간 후에 다시 올 거다. 지금은 거기에 좀 있어.”
샤일로는 긍정의 뜻을 표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샬럿은 창문 너머로 샤일로의 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차는 출발했고 샤일로는 그 자리에 서서 샬럿을 태운 자동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