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내조와 살림은 전문 영역이었다. 현모양처, 열녀효부 등 다양한 이름으로 그 역할을 강조했고, 예나 지금이나 이름난 살림꾼들은 주위에서 적잖은 칭송을 받게 마련이다. 가정에서 주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하면 입 아플 터. 옛날과 같은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니라 현명하고 똑똑하게 제 몫을 해내려면 꼭 명심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결혼 5년 차 주부인 명희 씨는 이제야 진짜 주부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다. 결혼 후 마냥 달콤하기만 했던 신혼은 흔적도 없이 지나갔고, 금쪽같은 첫아들을 낳고 육아에 매달리는 사이 시간은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기 시작한 후에야 조금씩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출산 후 명희 씨에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해 주눅 든 신랑, 물려받은 장난감과 헌책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25평의 작은 아파트, 결혼 전에 비해 8㎏이나 늘어버린 비루한 육체, 거기다 이제 막 입문한 ‘엄마모임’이라는 새로운 사교 공간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까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새삼 가정주부를 ‘집사람’이란 보잘것없는 호칭으로 집에서 놀고 먹는 사람 취급을 하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분노를 표출하며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1 자신을 항상 가꾸는 여자가 되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흔히들 하는 얘기가 있다. “내가 없어진 것 같아”, “내 것을 다 포기하고 사는 것 같아 허탈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집안 살림, 육아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돌아가는 나날들이 계속되다 보면, 식후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도시 여성다운 습관도, 신작 영화는 꼭 챙겨보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려야 직성이 풀리던 문화인으로서의 소양도 어느 결에 다 사라져버린다. 모든 일상이 아이 중심으로 맞춰지다 보니 화려한 액세서리는 언감생심이고, 진한 화장도 망설이게 된다. 물론 소중한 가족들을 위한 자발적인 희생이지만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주부가 몇이나 될까. 결국 그러한 피해의식이 쌓여 엉뚱한 데로 폭발하게 마련이다. 새해에는 좀 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자. 다이어트도 실천하고, 피부 관리를 받아도 좋다. 반드시 외모에만 신경 쓰라는 소리가 아니다. 돈이든, 시간이든 ‘자신’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2 신문과 뉴스를 가까이하는 여자가 되자
젊은 시절엔 가식적으로만 들리던 ‘교양’이란 단어가 나이 들수록 삶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게 되는 건 왜일까. 에티켓, 패션, 식견, 눈빛까지…. 교양이 있는 주부와 그렇지 않은 주부는 차이가 크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이란 수필에 이런 구절이 있다. “교육, 교양의 목적은 지식 가운데 견식을 키우며 행실 가운데 훌륭한 덕을 쌓는 데 있다. 교양이 있는 사람이란 반드시 독서를 많이 해서 박식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물을 옳게 받아들여 사랑할 것은 사랑하고 버릴 것은 버릴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즉, 사물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키우고, 버릴 것은 깔끔하게 정리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면이 무엇으로 차 있느냐가 중요하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식의 창구가 바로 신문과 뉴스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자. 당신의 교양을 날카롭게 벼려줄 것이다.
3 모든 것을 다 감당하려고 하지 마라
내가 만난 많은 아저씨들은 “만약 내가 맘먹고 살림을 한다면 진짜 잘할 것”이라고 떠들어대곤 했다.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을 게 뭐가 있어. 세탁기 돌아갈 동안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고, 빨래 꺼내서 널면 집안일 하루에 1시간이면 끝나는데!” 빨랫감을 분류할 때의 신중한 고민과 남은 반찬을 버릴 것인가 놔둘 것인가에 대한 고찰, 빨래가 잘 마를 수 있도록 하나하나 펴서 너는 여자의 디테일한 배려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리고 살림이 요리, 청소, 설거지, 빨래 정도밖에 없을 거라는 남자들의 편견은 가소로울 정도다.(사실 그것만 해도 엄청나지만.)사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해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부를 일컬어 살림한다고 한다. 그 살림이란 단어에는 가족을 살리는 것, 물을 살리는 것, 땅을 살리는 것, 더 나아가서는 나라를 살리는 깊은 뜻이 내포돼 있다. 어쩌면 지금이 여성의 지혜로운 손길이 가장 절실한 때가 아닐까.
4 남편의 기를 팍팍 세워주자
보통 ‘내조’라 불리는 아내의 역할은 다른 게 없다. 남편이 밖에 나가서 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집안의 일을 도맡는 것이다. 거기다 하나를 더한다면, 남편이 어깨를 으쓱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화 중 이런 얘기가 있다. 해와 바람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기나 내기를 했는데 혹독하고 거센 바람을 은근하고 따뜻한 햇볕이 이긴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 나그네가 남자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남편에게 냉기가 철철 넘치는 지시나 강요로 원하는 뭔가를 얻어낼 수는 없다. “이번 달에도 적자잖아. 누구 남편은 이번 달에 상여금만 300% 받았다더라.” 이런 식의 비교는 더더욱 금물이다. 따사로운 햇볕과 같은 칭찬으로 기를 팍팍 세워줘야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한다는 걸 기억하자.
5 한 가지 기술은 반드시 익혀라
올해로 사십 대에 들어선 주부 민옥 씨는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면서 15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게 되었다. 회사 사정이 나빠져 그만두긴 했지만 남편의 사업도 안정화되던 참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문화센터 다니는 전업주부의 삶을 살게 돼 기쁘게 여겼다. 악기를 배울까, 서예를 배울까 기웃대다가 실업급여 신청을 하러 간 고용센터에서 국비 교육 홍보 전단지를 보게 됐다.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중장비운전자격증’. 운전이라면 자신 있던 그녀는 늘 큰 차를 운전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배워놓으면 언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몰랐다.
처음엔 위험하다고 반대하던 신랑도 신이 나서 열심히 배우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응원해주었고, 힘들게 얻은 자격증은 잔고 두둑한 통장만큼이나 든든하다. 취미를 익히는 것도 좋지만 직업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나만의 기술이 있다면 그보다 마음 든든한 일이 없다.
환경도 살리고 살림에 보탬도 되는 Do it list!
1 절약하는 에너지, 쌓이는 에코 마일리지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다. 에코 마일리지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할 때 입력한 전기, 수도, 가스, 고객번호로 에너지 사용량을 수집해 10% 이상 에너지를 감축한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발급받은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녹색 상품을 구매해도 에코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쌓인다. 그렇게 적립된 마일리지는 현금이나 통신요금으로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다.(ecomileage.seoul.go.kr)
2 온실가스 줄이고 탄소 포인트제 참여하자
기후 변화의 주범이 온실가스라는 것은 일곱 살짜리 딸아이도 아는 상식이다.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은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탄소 포인트제의 취지. 가정, 상업(건물)에서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의 사용량 절감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 따라 탄소 포인트를 발급하고,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 국민 온실가스 감축 실천 프로그램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절약하는 정도에 따라 1년에 두 번씩 인센티브가 내 통장으로 들어온다. 탄소 포인트제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 가입을 한 후 신청하면 된다.(www.cpoint.or.kr)
3 우유팩 따로 모아 재활용 휴지로 바꾸기
우유나 두유, 주스를 담는 종이팩은 양질의 천연 펄프가 주원료이기 때문에 재활용 가치가 일반 폐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종이팩 6만 5천 톤을 다 재활용한다면 매년 6백50억원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20년생 나무 1백3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경기도에서는 수원, 용인, 고양, 양평 등 9개 지역에서 ‘종이팩 자원 순환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잘 헹궈서 말린 종이팩 35개를 가까운 동사무소로 갖고 가면 재활용 화장지 1롤을 준다. 씻고 펴서 말리는 수고에 비해 헐하다는 기분이 든다면 ‘내가 20년생 나무 하나를 살렸다’는 자긍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
4 생활 공감 주부 모니터 활동하기
살림을 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쳐난다면 매년 지자체별로 약 1백여 명씩 선발하는 ‘생활 공감 주부 모니터단’에 도전해보자. 행정안전부가 선발하는 생활 공감 주부 모니터단은 작지만 가치 있는 생활 속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정부나 지방 행정정책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의견을 제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간단한 컴퓨터 활용 능력을 갖춘 20~50대 대한민국 주부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자기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될 경우 2만~6만원 상당의 마일리지를 받게 되며, 활동량에 따라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www.happylif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