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단지 예수님을 지식적으로 아는 것을 넘어 그분의 가르침을 나의 삶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믿음을 성장시켜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패와 좌절을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된다. 우리의 믿음을 키우기 위해 신앙인으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아가는 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을 소개한다.
자녀들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던 프랭크 굿은 자녀들 모두 사정이 있다며 갑작스럽게 방문을 취소하자, 8개월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자리를 새삼 느끼면서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방법으로 자녀들의 집을 하나씩 찾아가는 깜짝 방문을 시작한다. 뉴욕에 사는 큰 아들 데이비드를 먼저 찾아 갔지만 허탕을 치고, 이어 시카고에 사는 큰 딸 에이미를 찾아가지만 손자와 사위 사이의 긴장 관계만 확인하고 다음날 덴버에 사는 작은 아들 로버트를 찾아 떠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아닌 타악기 주자로서의 아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마지막으로 라스베가스에 있는 막내딸 로지를 찾아가는데, 화려해 보이지만 무엇인가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런 분위기가 맘에 걸려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 여행 중 프랭크는 심장마비로 병원으로 실려 가고 거기에서 데이비드를 제외한 세 자녀의 병문안을 받게 되면서 큰 아들 데이비드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족 모두가 함께 크리스마스 만찬을 하는 것이 프랭크의 소원임을 알게 된 자녀들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잊은 채 함께 크리스마스 만찬을 나누게 된다.
현대의 가정이 그런 것처럼 프랭크와 자녀들 사이에는 말할 수 없는 갈등과 고통이 자리잡고 있다. 아버지인 프랭크는 자녀들의 그런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의 뜻대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리고 자녀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자신의 상상 속에 있던 아이들(영화에서 자녀들이 처음으로 등장할 때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보인다.)에 대한 환상이 하나씩 깨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강요가 자녀들을 행복하게 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일방적인 생각에 상처입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자녀들에게 미안함을 가진다. 또한 자녀들은 강해 보였던 아버지의 약한 모습과 변화를 보고 그동안 아버지를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을 잊고 편하게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가족 안에서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먼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이상적인 모습이 강요되고 이것이 판단의 기준이 될 때 서로에게 하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안에서 단점 보다는 장점을 보려 할 때 누구나 자랑스러운 부모와 자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프랭크는 이것을 깨닫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아들을 잃고 나서야 그걸 인정할 수 있었다. 우리 각자가 신앙인으로서 가정 안에서 복음의 빛을 따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 인정하고 사랑하려고 할 때 내가 속한 가정은 하느님 사랑의 가장 직접적인 표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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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 프랭크가 꿈에서 아들 데이비드와 재회하는 장면(1:23:35~1:26:02) 데이비드가 죽었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하는 프랭크의 꿈에 어린 모습의 데이비드가 나타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지금도 예술가보다는 소박한 화가가 되고 싶다는 데이비드의 말에 예전과는 달리 프랭크는 아들이 무엇을 하든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아들을 인정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떠나려는 아들에게 프랭크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데이비드를 그의 마음 안에서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프랭크가 자녀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면, 이제야 자녀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된 것이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내 가족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며 그것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미워하지 않는가? -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과의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 내 가족과 여러 가지 형태로 고통 받고 있는 주위의 다른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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