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식명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그러나 영어명으로는 동일한 Korea. 현재 한반도의 북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른 체제를 유지하면서 살아온 나라. 북한은 우리에게 있어서 무엇인가? 같은 민족이요, 형제인가? 아니면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적국인가? 여기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북한은 우리와 하나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공유하는 민족인 동시에 대한민국에 비우호적인 적국이다.
동시에 민족이며 적국이라? 이를 이율배반이라고 하기 전에 요즘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대북송금사건을 한 번 생각하여 보라. 과거의 반공주의를 주장하는 수구(보수가 아님)세력은 대북송금은 우리의 '적'에게 우리를 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 '이적행위'라고 하고 있고 일단의 '진보'진영은 '한민족'이라는 하나의 공동체의 일원들이 굶지 않도록 좀 도와준 것이 무엇이 그리 큰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한다.
필자는 여기서 대북송금문제의 불법성이나 당위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은 다만 대북송금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에는 과연 저 북한이란 존재를 무엇으로 보느냐하는 인식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의 생각은 북한은 한 만족인 동시에 적국이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이상 북한을 '적'으로 보아야 하느냐, 한 민족으로 보아야 하느냐하는 논쟁처럼 무의미한 것도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는 둘 다 엄연한 정치적인 '현상'을 무시하는 당위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구들은 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가? 그들의 말로는 대한민국은 1948년에 UN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을 받았고 이 때문에 북한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고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영토의 북쪽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이적단체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다른 국가로서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미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쳐부수어야 할 불법조직이라는 인식은 여기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러한 인식은 이미 대한민국과 북한이 UN에 동시 가입하였고 북한도 소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엄연한 '국가'의 타이틀을 달고 UN총회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공상론에 지나지 않는다.
아울러 최근에 일단의 수구논객들이 고조선과 고구려를 부정하고 신라를 정통국가로 묘사하는 우매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을 하나의 실체로 인정을 하지 않으니 북한과 연관된 모든 것을 부정하려고 하고 있고 이는 과거 고구려나 고조선이 차지하였던 한반도 북부를 현재의 북한과 연결시켜 도메금으로 부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역사라는 것이 민족이라는 인간집단에서 얼마나 중요한 상징성을 지니는가를 망각하는 몰역사적 행위인 것이다. 그러면 만약 중국의 역사가들이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는데에 성공을 했다고 가정을 하여보자. 그러면 중국이 '고구려는 중국역사'라는 주장을 토대로 한반도 북부에의 연고권을 주장할 때 '오케이'라고 할 것인가? 이런 것을 볼 때 우리나라 수구들의 논리란 언제나 그랬듯이 북한에만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아주 지독히 근시안적인 논리인 것이다. 조금 어려운 용어로 말하자면 이들은 북한과 우리가 하나의 '국가민족(Staatsnation)'이 아니라고 하여 대한민국과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의 엄연한 문화민족(Kulturnation)이라는 사실마저 애써 외면하려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과연 좌파 진보들이 주장하듯이 우리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하나의 민족인가? 이 또한 안일한 인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우리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문화민족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와 이해관계가 같을 것이라는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은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른 체제와 이념을 지향하는 국가인 것이다. 그리고 국제정치의 기본이란 각각의 국가들은 각각의 이해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이해를 관철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합리적 행위자'이다. 언제나 남보다는 자국의 이익이 우선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분석한 정치학자 Nicholas J. Spykman은 '국가들은 (세력균형체제內에서) 오로지 이 균형이 自國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만을 선호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면 북한도 이러한 국가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하나의 문화민족으로서의 '한민족'의 이해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공동체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이해를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문화민족으로서의 동질감이 국가이해를 초월하지 않음은 이미 한국전쟁이나 독일-오스트리아 전쟁,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등으로 여실히 증명된다. 이를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핵위기에 적용하여 보자. 과연 북한이 같은 문화민족인 대한민국 사람들의 '국위신장'까지 염두에 두고 핵무기를 개발한 것인가? 절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정치공동체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제적 영향력 행사를 위하여 핵무기를 만든 것이다. 그들이 민족운운하는 것은 그들의 국가이해를 감추기 위한 하나의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다소 글이 장황하게 변하였지만 필자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자 는 것이다. 그리고 수구들의 감정적 反北(반공이 아님)이나 진보 좌익의 감상적인 대북인식이나 비현실적이기는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 민족인가, 아닌가? 분명히 우리민족이다. 그러나 적국인가, 아닌가? 북한은 우리와 적대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적국이다. 그러면 결론은 무엇인가? 북한은 통일이 될 때까지는 적국이다. 그리고 엄연히 국제관계상의 '타국'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국민들이나, 정책결정자들이나 인식하여야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