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10년 무패의 파이터 표도르. 그리고 역시 5년간 무패의 성적을 기록했던 추성훈 선수가 일주일 간격으로 나란이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종합격투기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영역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갖고 있던 이들이 패배를 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들에게 앞으로 남은 숙제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지 알아 보았습니다.
표도르와 추성훈. 닮은 꼴의 훈련 스타일
현대 종합격투 스포츠는 점차 최첨단의 영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과거 무조건 힘과 근성만이 필요했던 시기를 벗어나 정교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선수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뽑아올리는 스타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천하제일무도회처럼 각 고유무술의 장인들이 실력을 겨루던 형태에서 벗어나 종합격투기 자체가 하나의 완성되고 완결된 장르로서 정착을 했기 떄문입니다.
자연속에서 훈련을 즐기는 표도르 (사진제공 mfightl.co.kr / M-1 Global)
이 종합격투기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던 것이 바로 표도르 선수입니다. 표도르 선수는 대자연에서 훈련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달리 말하자면 자신의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자신만의 도장에서 훈련하길 좋아한다는 뜻도 됩니다. 그는 되도록 멀리 나가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자신의 오랜 파트너들과 훈련하길 좋아합니다.
추성훈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부야에 설립한 자신의 도장 아키야마 도장에서 일본인 선수들과 훈련을 합니다. 그의 도장에는 화술혜주회를 비롯 일본 명문 도장의 선수들이 자주 찾아와 훈련을 합니다. '세계와 싸우기 위해서는 일본인 파이터들이 단결해야 한다'라는 그의 평소 지론과 잘 맞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의 김동현 선수도 이곳에서 함께 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추성훈과 김동현 합동훈련 장면
이렇게 자신의 도장에서 훈련을 해서 생기는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타 도장 또는 해외로 훈련을 할 경우 먹고 입고 자는 것 부터 시작해서 모든 의식주의 문제, 의사소통, 부상시 대처방법부터 시작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게다가 비용도 만만치 않지요. 자신의 도장에서 훈련을 하면 이런 문제는 물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몸 상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트레이닝 파트너, 코치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맞춤형으로 부족한 부분은 끌어 올리고 강한 부분은 더 강화 시키는 훈련 프로그램을 짤 수 있습니다. 도장이라는 소우주에서 파이터는 태양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지요.
김동현과 브록 레스너는 어떠했는가
표드로와 추성훈 선수가 '문외불출' 이라는 고전적 시스템에서 운동을 한다면 김동현 선수는 좀 달랐습니다. 물론 김동현 선수는 부산의 팀 MAD 소속입니다만 항상 교류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본으로 건너가 화술혜주회, 요시다 도장, 아키야마(추성훈) 도장을 돌면서 많은 선수들과 교류를 합니다.
경기 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다양한 선수들과 스파링을 합니다. 이것은 미국식 훈련 문화이기도 합니다. 서로간에 문호를 열고 적극적으로 교류를 하는 것이지요. 김동현 선수는 아미르 사돌라와의 경기 확정 되기전에 이미 그와 스파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 때 자웅을 겨뤘던 맷 브라운과도 마찬가지이지요. 미들급인 비토 벨포토를 비롯 라이트 헤비급인 포레스트 그리핀 심지어는 헤비급은 프랭크 미어와 같이 훈련을 합니다. 반달레이 실바와 훈련을 하기 위해서 도장을 찾아간 적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자수행. 당시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프랭크 미어와 훈련을 같이 한 김동현
바로 이런 다양성은 많은 장점을 가져다 줍니다. 우리 몸의 구조만 보더라도 근육에 동일한 부하를 동일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주면 그 효과가 떨어집니다. 보디빌딩에서 다양한 기구와 프리 웨이트를 섞어서 하는 것은 우리 몸이 동일한 운동방법에 일종의 면역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신보다 크지만 느린 선수, 크고 빠른 선수, 빠르지만 힘이 없는 선수 등등 다양한 패턴의 선수들과 부딫치면서 훈련을 하다보면 그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운동을 오랬동한 한 고수들이기 때문에 몇 번 손목 잡고 그라운드를 구르고 미트를 치다보면 자신의 경기 스타일, 장점, 단점이 모두 노출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것을 드러내놓지 않으면 남의 것을 받아들일 수도 없지요. 이 어찌보면 당연한 등가교환을 계속 하다보면 서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계속 발생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혈전을 벌였던 사이지만 쉐인 카윈전을 앞두고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UFC 116에서 쉐인 카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브록 레스너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쉐인 카윈은 랜디 커투어가 브록과 싸우게 되자 '브록처럼 힘 좋고 덩치 좋은 스파링 파트너'가 필요해서 그를 훈련 캠프로 영입을 했지요.
브록이 랜디를 이기고 후에 쉐인과 싸우게 되자, 브록은 랜디를 찾아가 훈련 파트너를 제의합니다. 쉐인과 같이 운동을 했었고 무엇보다 UFC 옥타곤에서 다양한 상대와 싸우며 최고의 전략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그에게 분명히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라운드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암 트라이앵글 초크도 역시 랜디 커투어 같은 지장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브록이라면 위에 올라타서 펀치를 날리는 모습을 생각을 했지만 그는 침착하게 관절기 공격을 했습니다.
표도르,추성훈. 자신만의 벽을 깨고 나와라
표도르와 추성훈 이라는 두 선수가 매우 훌륭한 선수임에는 두 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자기 관리와 훈련은 물론 경기 때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이 높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이런 평가가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 머뭇거리지 않게 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각 옥타곤에서 체격과 힘의 열세 그리고 고정화된 패턴으로 약점이 노출되어 기구하게도 모두 삼각조르기로 패배한 두 선수.
표도르는 베우둠과의 2차전을, 그리고 추성훈 선수는 마이클 비스핑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황제의 떨어진 권위 그리고 기구하게도 데니스 강을 UFC에서 퇴출시켰던 비스핑과 싸우게 된 추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