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일 열린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제2국 모습.
“이번 바둑(삼성화재배 준결승전 제2국)이 올해 제가 둔 100번째 대국입니다.”
국후 구리가 우리에게 한 말이다. 올해 구리가 벌써 100판을 두었단 말인가,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이 시작되면서 구리는 각종 대회에서 100국을 두었고, 66승 34패로 승률 66%를 기록 중이다. 왜냐하면 올해는 아시안게임 선발전으로 인해 대국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약 2개월 남짓 남은 기간 동안 구리는 삼성화재배 결승과 갑조리그, 명인전 결승, 리광배 등에 참가하기 때문에 약 120판의 대국을 기록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구리는 새로운 기록을 소유한 기사가 된다.
그 전까지 구리의 일생의 적수 이세돌은 2006년 115판을 두어 이창호가 2003년 세운 109판의 기록을 넘어섰다. 현재 100국을 둔 구리가 이세돌의 기록을 깰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구리의 승률이 이세돌과 대등하려면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006년 이세돌의 승률은 73%였고, 2007년의 승률은 90%에 육박했다.
일 년에 120판의 대국을 벌인다는 것은 평균 3일에 한 판씩 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한국을 비교할 때 한국 기사들의 대국 당 소비되는 시간과 정력이 중국기사들보다 더 적다.
한국 대회는 대부분 한국기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한국기원 1층에 위치한 바둑TV 스튜디오는 이창호, 이세돌과 같은 최정상급 기사들의 고정 대국실이었다. 그렇지만 중국은 각종 기전과 갑조리그 등이 베이징 이외의 도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3일에 한 판을 둔다 해도 왕복에만 이틀이 걸린다.
대회가 많기 때문에 기사들은 부득이 비행기를 탄다. 2009년 구리는 총 93번 비행기를 탔고 이미 골드카드 회원이다. 구리는 이에 대해 “평균 4일에 한번은 공항에 가는데 비행기 안에 있는 시간보다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 만약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고장나면 무료함이 극에 달하고 굉장히 피곤해진다.”고 말했다.
구리는 3년 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것은 바로 1000승 달성이다. 프로의 세계에 입문한 이래 구리는 지금까지 총 1165판의 정식 대국을 두었고, 807승 358패 승률 69%를 기록 중이다.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구리가 스스로 통계 낸 승국수가 정확히 800국이었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구리는 8판의 대국을 두었고, 7승 1패를 기록했다. 갑조리그에서 3승 1패, 삼성화재배에서 4연승을 거두었다.
구리는 30세 이전에 1000승을 달성하길 희망한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그는 10승을 거두고자 한다. 구리가 30세 이전에 1000승을 달성하려면 남은 3년 동안 반드시 매년 60판 이상의 승국을 두어야 한다. 이 목표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컨디션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나태하지 않아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다.
이세돌은 구리의 최대 경쟁자이자 동반자이다. 2010년 6월 4일 이세돌은 프로 통산 800승의 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그의 총 대국수는 1121판이었고 800승 321패였다. 이세돌의 현재 기세대로라면 30세 이전에 1000승을 달성하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만약 구리가 30세 이전에 1000승에 이른다면 1995년 입단한 이래 약 15년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오늘날 일본 바둑계에서 1000승을 기록한 기사는 총 10명이고, 조치훈 9단이 43세 1개월의 나이에 입단 후 31년 4개월이 걸려 1000승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에서 최연소, 최단 기간의 기록이다. 한국의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은 24년이 걸렸고, 이창호는 26세의 나이에 입단 후 15년 8개월이 걸려 1000승 클럽에 가입했다.
구리와 이세돌이 이창호의 이 기록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