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산구간 종주를 마치고........,
백두대간을 자주 찾다보니 자연적으로 산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경외심과 감사함이 동시에 느껴짐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빼재에서 덕산재까지의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두 번의 크게 오르내림이 많은 체력과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하는 구간이라 남다른 각오와 단단한 결심이 필요했던 구간이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 만은 사람은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는 詩처럼 시작이 어렵지 출발하면 별거 아니라는 것도 서서히 체득한 경험이었다.
산길은 가다보면 간혹 길을 놓치기도 하는 것이다.
개념도엔 분명 바로 넘게 되어 있지만 그쪽으로는 길이 없고 다른 방향으로 잘난 길이 있어 무심코 따르다 보면 흔히 아주 다른 방향이라 아차 하고 되돌아온 적 어디 한 두 번이겠는가!
그럴 때면 시간도 아깝고 체력까지 손해 본 것 같아 어찌나 억울한지 괜히 화가 나기도 했던 그런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모든 시간을 만회(挽回)하기 위해 마음부터 바빠지며 순간적으로 작은 두려움과 불안함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서둔다고 일이 해결되고 거리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니 차분하게 자기 위치와 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면 마음도 안정되고 길의 방향도 알아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고의 원인은 처음부터 크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실수와 오해(誤解)로 시작되는 것이며 이 작은 일들이 씨가 된다는 것을 잊었기 때문인 것이다.
사람들은 내려다보기 위해 위를 향해 오르는 것이고 목적지(目的地)에 도달했을 때는 다시 돌아가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것 같다.
산길의 굽이굽이가 뒤를 이으면서 자꾸만 밀려오듯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지루함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다다르면 없던 힘이 다시 솟구치며 활기를 찾기도 하는 것이 등산의 묘미인 모양이다.
예전엔 인생을 60부터라고 했는데 요즘엔 70부터란 말이 있다.
물론 건강에 자신 있는 노인들의 말이겠지만 60을 이순(耳順)이라 하는 것은 어떠한 말이라도 다 새겨들을 수 있다는 뜻일 것이고 61세 회갑(回甲)이면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일 것이다.
하물며 고희(古稀)쯤 되면 기존의 상식(常式)과 법칙(法則)은 다 버리고 살아라했다.
산행은 실적과 속도의 경쟁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산행 그자체가 고도(高度)의 자기와의 싸움이고 치열한 현실에서의 승리인 것이다.
강인한 체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참고 견디는 인내심(忍耐心)이 제일 필요한 것이다.
산사(山寺)에서 수도하는 승려가 1~2년 공부한다고 득도(得道)하는 것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시련을 극복하고 현실에서 초월한 미지(未知)의 세계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야 진짜 스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僧)은 아무나 할 수 있어도 스님이 되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백두대간을 무슨 추억 만들기나 경력을 생각하며 대간 종주를 한다면 완주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참 진리는 보지 못할 것이다.
건강한 육체가 건강한 정신을 낳는 법이다.
백두대간종주를 함으로 강인한 정신과 육체로 도전정신과 인내(忍耐)와 협동(協同)도 알게 되고 자연의 중요함을 느끼고 배우며 자신감과 확고한 신념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힘자랑이나 근력자랑으로 산에 빨리 오르며 경쟁심리 만으로 산행을 한다면 굳이 산으로 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차라리 헬스클럽에서 체력단련 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니 말이다.
산에서는 산의 향기도 음미하고 여유 있는 마음과 행동으로 전신의 즐거움도 느끼며 세상사 모두 잊고 산과 하늘, 내가 하나 되어 기(氣)와 향(香)을 흠뻑 느껴 보는 것이 진짜 산행인 것이다.
어떤 이는 산에 가면서 세탁하러간다고도 하고 종합병원에 간다고도 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수고천장(樹高天仗)기엽기근(基葉旣槿)이라고
나무가 천장같이 높아도 그 잎은 뿌리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이치다.
우리 모두 너무 바쁘게 서둘지 말고 느림의 미학도 한번쯤 느껴보며 여유 있는 시간도 있어야겠지만 아까운 시간 무의미하게 그냥 허비 한다는 것 경제적인 시간 운용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이승에서 제 아무리 잘나고 똑똑하여 딴 세상 사람처럼 산다 해도 결국엔 저승이란 곳에서 모두 만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승은 잠깐 쉬어 가는 곳이니 작은 정이라도 베풀며 살아야 저승에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소사고개에서 대덕산으로 오를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공원길처럼 많이 정비되어 고속도로 수준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그러니 힘 좋은 젊은이는 좌우 기웃거릴 것 없이 휙 하고 지나쳐 버린다,
뜨거운 국물처럼 맛 모르고 훌쩍 마시는 그런 격이다
소사고개 이쪽저쪽은 모두 채소재배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해(年) 돈 좀 벌었는지 모르겠다.
여기도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중간상인만 재미 본 것은 아닌지..........
삼도봉 조금 아래엔 수도지맥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이번구간의 최고봉인 대덕산은 덕(德)이 많은 산으로 육산이며 산나물도 많은 곳이며 산삼도 많았다고 한다.
백두대간도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옛날 있던 주유소는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되고 개조하여 장뇌삼 연구소란 간판이 있었는데 그것도 흐지부지되고 누군가가 기도처로 사용하는 눈치였다.
겨울도 겨울 같지 않은 요즘 날씨지만 언젠가는 한번 톡톡한 겨울 맛을 보여줄 것인즉 모두들 건강에 유의 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구간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강산 정병훈 하문자.
첫댓글 소사고개 채소 밭을 지나간 추억이 생각납니다. 신풍령에서 올라 덕유 삼봉산에서 내려오다 절벽을 만나 뒤돌아와야 하는데 낭더러지를 뛰어내려 다칠번한 기억이 생각나고 소사까지 내리막이 너무심해 쩔쩔매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을 2번 나누어 올랐는데 단번에 주파하셨네요. 초점봉에서 내려가니 길이 했갈리어 좋은 임도로로 내려서니 엉뚱한 도로에 내려서서 무주의 택시를 타고 대덕산 입구 덕산재고개까지 움직인 기억이 납니다. 이제수란 시인 개인택시기사도 만났던 기억이 나는 곳입니다. 그리고 신풍령에서 대봉까지 갔다가 허리를 삐걱하여 119도움을 받기도한 곳입니다. 추운겨울에 멋진 산행축하드립니다. 글도 잘 읽었습니다.
그런 아픈 추억의 장소였군요.
삼봉산 구간 위험지엔 이제는 괜찮습니다.데크설치로 많이 안전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