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이 지속되며 신규 분양 현장가운데 분양을 미루거나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들마저 분양가가 높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집값 하락 속도가 가파른 데 따른 것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서 12월 중 분양 계획을 잡았던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역촌1구역 재건축, 752세대 중 일반물량 454세대)는 분양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이 현장의 시행사(조합)는 애초 이달 초(2일) 장애인 특별공급 후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특별공급 일정을 12월 9일로 1차 변경 뒤 다시 16일로 날짜를 미뤘다가 내년으로 아예 '잠정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장은 동부건설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아스테리움'이 적용될 예정인데다,
지역 내 새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터라 대기 수요가 적지 않지만 우여곡절도 많은 곳이다.
지난 2007년 정비구역 지정 후 이듬해 조합을 설립하며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이후 시공사가 세 차례나 바뀌고 조합 내 갈등으로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는 등 내홍이 잦아 사업이 장기간 지체됐다.
그나마 작년 6월 착공하면서 분양 얘기가 나왔지만 무산됐으며, 올해는 분양시장에 나오나 했는데 이번에도 연기됐다. 서둘러도 내년 초에나 일반분양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청은 이 현장의 분양가상한제 심사를 끝내고 조합 측에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조합에서 아직 그 다음 단계 신청을 하지 않아 분양가 책정에 고민이 깊어 보인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라 전매제한 10년에 실거주 의무도 있어 경쟁력있는 분양가가 아니면 계약은 물론 청약 흥행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3㎡ 당 평균 분양가는 2000만원 중반대(2500만~2700만원 선)로 예상된다.
만약 전용 84㎡의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다면 청약성적은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구축단지이긴 하지만 바로 옆 '역촌센트레빌'(2011년 1월 준공) 전용 84㎡의 최근 매매가격이 8억원 선까지 떨어졌고, 12월 중순 현재 호가는 7억 8000만원 선까지 내려왔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이 현장의 적정 분양가는 8억원 선이지만 건축비가 오른 여파로 9억원대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중화1구역)이나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 등 11월 이후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입주자모집공고를 보면 오른 건축비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승인까지 받았지만 착공 전 분양을 미룬 현장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C18블록에 주상복합 '대방엘리움'을 짓는 시행사(엘리움주택)는 이 현장의 분양을 미루기로 결정, 화성시청에 착공신고와 감리 등 후속 절차 연기를 요청했다.
아예 선분양을 포기하고 후분양으로 돌리는 현장도 나타났다. 경기 안양시에서 11월 분양 예정이었던 '시그니티 인덕원 오피스텔'은 견본주택까지 만들었다가 최근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지난 10월 분양한 전남 광양 '더샵 광양라크포엠'도 계약자들에게 '입주자 모집 취소 및 분양 연기 검토 중'이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계약 취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값이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여서 청약경쟁률도 낮아졌고 청약경쟁률이 높아도 미계약으로 남을 가능성이 많다"며 "미분양은 사업자의 리스크로 남는 까닭에 사업자들이 지금 분양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