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집을 여러 채 소유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세금·대출 등의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주택자에 기대어 부동산 경기 방어에 나선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과도하고 징벌적인 부동산 규제를 정상화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이 전부 시행될 경우, 단기 보유 뒤 매매 차익을 챙기려는 다주택자나, 장기 보유하며 임대소득을 올리려는 다주택자 모두에게 상당한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가 내야 하는 세금이 주택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에서 대폭 줄어든다. 정부는 내년 2월 지방세법을 개정해 취득세 중과 체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여도 현재 8% 중과세율이 아닌 기본세율(1∼3%)을 적용하고, 조정대상지역 3주택 이상과 법인 중과세율은 기존 12%에서 6%로 낮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 중과 체계 완화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해 실제 시행은 불투명하다. 정부는 개정안에 이날 잔금을 치른 주택부터 소급적용이 되도록 부칙을 넣겠다고 밝혔다.
규제지역 다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조처도 2024년 5월까지로 1년 연장되고, 단기 양도세율도 대폭 완화한다. 단기 양도세율은 단기 보유 주택·분양권·입주권 매매차익의 상당분을 국가가 환수하는 개념이다. 가령 주택은 1년 미만 보유 땐 70%,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는 60% 단기 양도세율을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1년 미만 45%, 1년 이상 폐지로 바뀐다. 정부가 다주택자가 ‘단타’(매수 뒤 짧은 시간 안에 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투자)에 나설 길도 열어주는 셈이다. 규제지역에는 금지됐던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도 풀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30%까지 가능해진다.
여기에 더 많은 세제·대출 혜택이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다. 10년 또는 15년간 임대료 상한률 5%를 지킨다는 조건으로, 취득세는 50∼100% 감면되고, 양도세는 중과 대상에서 배제되며, 종합부동산세는 내지 않아도 되게 바뀐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 상한은 일반 다주택자보다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등록임대 부활 대상 아파트 면적을 지금껏 예고했던 59㎡ 이하에서 85㎡ 이하로 넓힌 것에 대해 “다주택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건전한 민간임대 사업자로 키운다는 목표에 걸맞게 수요가 많은 면적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등록임대제도에 아파트를 포함하려면 민간임대특별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가 아파트 등록임대제도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임대차 3법(전월세 5% 상한제·2+2년 계약갱신 청구권·전월세 신고제)을 대체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으로 임대료 상한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대적 감세로 임대료 안정을 ‘유도’하는 방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집주인 지원과 세입자 권리 강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세입자 권리 강화가 목적인 임대차 3법을 고쳐 쓸 생각도 해야 한다. 제도 시행 초기엔 집값 급등기라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려고 나서면서 정책효과를 못 봤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다주택자 지원책은 무더기로 꺼내놨지만, ‘서민·취약층 주거복지 강화 방안’은 “조속히 발표”하겠다며 미뤄뒀다.
이날 나온 대책은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으로 조였던 다주택자 규제를 전부 풀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서울과 경기 지역 4곳에만 남긴 규제지역을 추가로 해제할 예정이다. 규제지역에서 풀리면 세제·대출·청약 등 규제가 또 한차례 완화된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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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규제완화 정도가 아닌 투기 조장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