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디 에센셜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한강 작가님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기념으로 책 두어 권을 샀다고 했잖아.
그 중에 한 권이 <디 에센셜 한강>이라는 책이란다.
디 에센셜 시리즈는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기획한 시리즈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엮은 시리즈란다.
당연한 거겠지만,
문학동네 출판사에서는 이미 한강을 높이 평가한 듯 하구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님의 대부분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갔는데,
물론 이 책도 베스트셀러 한 자리를 차지했지.
이 책을 2023년에 미리 기획한 사람은
문학동네에서 보너스 좀 받았으려나?^^ 이런 생각도 문들 들었단다.
책이 예쁘게 잘 디자인되었단다.
디 에센셜 시리즈는 모든 책들이
작가마다 한 가지 색상으로 표지 디자인을 했단다.
아무래도 출판사에서 작가들의 색을 정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버지니아 울프는 빨간색, 조지 오웰은 밝은 파란색,
김수영은 녹색… 등등.
한강 작가님은 흰색이었단다.
작품 자체가 순수해서 그럴 수도 있고,
한강 작가님 소설 중에 <흰>이란 작품이 있어서도 그렇게 정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아무튼 디 에센셜 시리즈는 책 디자인이 예뻐서
다른 시리즈들도 다 모아놓으면 인테리어로 좋을 것 같더구나.
이제 <디 에센셜 한강> 책 이야기를 해보자.
이 책에는 장편 소설 <희랍어 시간>과
단편 <회복하는 인간><파란 돌> 두 편과
시 5편,
산문 8편이 실려 있었단다.
아빠는 그 동안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장편 소설들만 읽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산문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단다.
모든 작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못할 것 같고,
몇몇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게.
1. 희랍어 시간
장편 <희랍어 시간>은 단행본으로도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 받은 작품이란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보면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
이라고 했는데,
위 선정 이유 중에 한 부분인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부분이
소설 <희랍어 시간>에 아주 잘 어울리는 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시적인 산문’이라는 부분…
소설이긴 한데, 시와 같은 소설이었어.
소설의 형식으로 쓴 시라고 할까,
시의 형식으로 쓴 소설이라고 할까.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도 많이 있어서 읽기는 쉽지 않았어.
하지만 중간중간 언어를 가지고 마법을 부린 듯한 문장들이 영혼까지 닿았단다.
그래서 아빠가 발췌한 문장들도 많은 책이란다.
…
15살 때 식구들과 함께 독일로 이민간 남자.
17살 때 눈이 불편해서 안과에서 갔는데,
유전병 때문에 앞으로 시력이 계속 안 좋아지다가
마흔 살 즈음에는 결국 실명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어린 나이에 얼마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
그 이후 남자의 안경은 점점 두꺼워져 갔단다.
그런데 그 남자는 그 안과 의사의 딸을 사랑하게 되었어.
그 안과 의사의 딸은 청력을 잃어 말을 들을 수 없었어.
하지만 입술 모양으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단다.
그 소녀는 어렸을 때부터 몸도 허약해서 늘 병원에서 지냈어.
그렇다 보니 그 남자가 소녀가 만난 첫 남자라고 할 수도 있었어.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남자는 그 소녀에게 고백을 했는데 그만 퇴짜를 맞고 말았지.
소녀는 자신이 건강하지 못해 사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싶어.
소녀는 결국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20대 때 그는 독일에서 친구와 등산을 갔다가
사고로 친구가 죽었어.
이렇게 젊었을 때 두 번의 큰 죽음은 그에게 큰 마음의 상처가 되었어.
이후 방황하다가 남자는 31살에 한국으로 왔단다.
그는 대학에서 희랍 철학 학위를 받아서,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희랍어 교양 강좌를 가르쳤단다.
희랍어를 배우는 사람은 당연히 적었어.
아빠도 희랍어가 그리스어라는 것을 아빠도 이번에 알았어.
희랍어가 그리스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예전에 읽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어떤 출판사에서는 <희랍인 조르바>로 출간한 것이 떠올랐다.
‘희랍’이라는 말이 그리스를 한자식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남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6년이 되었고,
그의 시력은 점점 더 나빠졌단다.
학생들은 그가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지만,
거의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나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어.
그의 수강생 중에 한 여자가 있었단다.
…
여자는 십대 때 갑자기 말이 안 나오는 증세를 겪었어.
그 일로 정신과 진료도 받았지.
나중에 이상한 외래어 발음을 보고 이걸 읽으면서 다시 말문이 트였다고 했어.
그 이력 때문에 나중에 이혼할 때도 아홉 살 아들의 양육권을 남편한테 빼앗기고 말았어.
세 번의 재판을 했지만,
남편은 여자의 정신과 진료 이력을 문제 삼았고,
결국 여자는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기도 만 거야.
그런 여자는 또 다시 말이 안 나오는 증상이 찾아왔단다.
무슨 수를 쓰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어.
오래 전에 이상한 외래어를 읽으면서 말문이 트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것을 기대하고 이상한 외래어인 희랍어 수업을 듣게 된 거야.
….
어느날 남자가 자신이 일하는 아카데미 건물에서
새를 쫓아가다가 어두운 지하 계단에서 넘어지고 다치고 말았는데,
안경도 떨어지면서 깨져서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단다.
도와달라는 목소리를 듣고 온 여자가 그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단다.
눈을 잃어가는 남자.
말을 잃어버린 여자.
둘은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소설이란다.
2. 작품들
단편 <희복하는 인간>은 ‘당신’이 주인공이야.
당신에게는 언니가 한 명 있었어.
언니는 당신에게 열등감을 가졌어.
당신은 고집 세고 서른 넘게 연애도 못하고,
부모와 관계가 안 좋아 경제적인 도움도 받지 못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당신을 부러워했어.
언니는 결혼하여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을 가졌는데 말이야.
당신과 언니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소원했었는데
어느 날 언니가 당신과 함께 병원에 가자고 해서 갔어.
그런데 무서운 병에 걸린 언니…
그리고 투병하다가 언니는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어.
당신은 발목을 겹질려 한의원에서 쑥찜을 받다가 화상을 입고
며칠 방치했다가 덧나서 병원에 가서 화상 치료를 받았어.
그러면서 아팠던 언니를 생각하며 언니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병원에서는 화상을 입고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핀잔을 주고,
수술이 필요해 보이지만, 새 살이 나는지 지켜보자고 했어.
다행히 상처에서 새살이 나긴 했지만 아주 더디게 진행되었어..
그래도 당신은 언젠가는 다 회복하게 될 거야…
…
<파란돌>이라는 단편은
짝사랑했던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는 형식의 소설이란다.
오랜만에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는 내용이었어.
17살 때 먹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당신은 평가를 해주었어.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당신의 화실에 와서 그려도 좋다고 했어.
당신은 친구의 삼촌이었어.
당신은 병을 앓고 있었는데,
상처가 나면 안 아무는 병을 앓아서 조심하면 지내야 했지.
그 병 때문에 술과 담배가도 안 했어.
혼자 조용히 그림 그리는 화가가 잘 어울리는 직업인 것 같았어.
매일 당신의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당신을 사랑하게 되고, 첫키스도 당신과 하고…
당신은 얼른 얼른 크라고 했지.
하지만 당신은 결국 그 병으로 인해 죽고 말았어.
이후 주인공은 자라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결혼 생황도 순탄치 않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때문에 불행했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어.
그런 상처 입은 영혼의 이야기가 짧게 이어졌단다.
….
아빠가 게을러서 읽고 나서 바로 독서 편지를 써야 하는데,
두어 주 지난 다음에 쓰다 보니...
메모를 해두었지만
위 두 편의 단편 소설들은 제대로 된 이야기가 잘 생각나지 않는구나.
위 내용이 소설과 다를 지라도 이해해 주길 바래.
….
이 책을 통해 한강 작가님의 산문들도 처음 읽어보았다는데,
소설보다 산문이 더 읽기 편했단다.
붓 가는 대로 쓰신 것 같아서 읽기 편했고,
한강 작가님의 어린 시절 삶과 가족과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
가난하여 진짜 피아노는 못치고 피아노 학원도 가지 못하고
종이 피아노를 치면서 연습했다고…
부모님도 얼마나 가슴 아파했을까.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학원을 보내주셔서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어.
한강 작가 님의 아버지도 유명한 작가님이란다.
한승원 작가님으로 아빠는 한강 작가님 책보다 한승원 작가님의 책을 더 많이 읽은 것 같구나.
<아버지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계신다>라는 산문은
작가인 아버지에 관한 글인데,
공감 가는 문장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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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어느 순간, 갑자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자식에게 찾아온다. 그것이 자식의 운명이다. 인생은 꼭 그렇게 힘들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 없이. 불만도 연민도 없이. 말도 논리도 없이. 글썽거리는 눈물 따위 없이. 단 한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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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통해서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어떻게 쓰여졌는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도 그 소설들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실려 있는데,
<소년이 온다>를 쓸 때 작가님의 심정이 담긴 글이 좋았단다.
다시는 이런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이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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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2012년 겨울부터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한 자료를 읽으면서 나는 내면의 투쟁을 치르고 있었다. 인간의 잔혹함을 증거하는 자료들과,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존엄을 증거하는 자료들 사이에서 나는 분열을 겪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에게 광주는 더 이상 하나의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인간의 폭력과 존엄이 극단적으로 공존한 시간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어 있었다. 신대륙의 학살, 아우슈비츠, 보스니아, 관동과 난징의 학살을 가로지르는 인간의 잔혹함과,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그 폭력 앞에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던 연약한 몸짓들에 대해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 소설을 쓰는 일을 거의 포기하려 했던 어느 날, 5월 27일 새벽 군인들이 돌아와 모두를 죽일 것임을 알면서 광주의 도청에 남았던 한 시민군, 섬세한 성격의 야학 교사였던 스물여섯 살 청년의 마지막 일기를 읽었다. 기도의 형식을 한 그 일기의 앞부분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토록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순간 내가 쓰려는 소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든 폭력에서 존엄으로, 그 절벽들 사이로 난 허공의 길을 기어서 나아가는 일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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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이렇게 이 책에 실린 몇 편의 작품을 소개해주면서 마칠게.
한강 작가님의 다른 책을 또 읽게 되면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써달라고 보르헤스는 유언했다.
책의 끝 문장: 허락된다면 다음 소설은 이 마음에서 출발하고 싶다.
책제목 : 디 에센셜 한강
지은이 : 한강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364 page
책무게 : 422 g
펴낸날 : 2023년 06월 01일
책정가 : 17,000원
읽은날 : 2025.02.10~2025.02.13
글쓴날 : 2025.0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