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살려면 어지간한 것들은 손수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일반 백열등 전구를 형광등으로 교체할 수 있어야 하고
집에 벽지나 장판을 교체할 때 직접 재료를 사다가 교체할 줄 알아야 한다.
개 집이나 닭장 우리 정도는 손수 지어서 키울 수 있어야 하고
집이 헐었을 때 시멘트 사다가 바르고, 수도가 동파 나거나 물이 샐 때 고칠 수 있어야 한다.
마당에 텃밭이 있으면 계절에 맞춰서 적당한 농작물 키우고, 물 주고, 농약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보일러가 고장나면 어지간한 것은 손수 해결 가능해야 한다.
나는 이런 것들에 대해 문외한이어서 지금까지 이런 일이 터질때마다 아내로부터 "다른 집 남자는 기본적으로 다 하는데 당신은 이런 것도 못하냐?" 라는 핀잔을 듣고 살아왔다.
속으로 화가 많이 나지만 실제 농촌에 사시는 분들(어르신들)은 대부분 위에 있는 내용들을 직접 처리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뭐라 댓구 할수도 없다. 그래서 더욱 더 화가 난다.
앞 주 목요일 저녁에 갑자기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전기가 나가는 일이 발생하였다.
다행이 12시 넘어서 벌어진 일이라 난방이 안되는 거 빼고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남자가 차단기 내려가는거 하나 처리 하지 못하냐 다른 집 남자들은 다 하더라"
'우C 어휴 열 받아. 차라리 다른 집 남자랑 같이 살던가...'
원인을 알아 봤더니 보일러 순환모터에 문제가 생겨서 전기 차단기가 내려 간 것이다.
동네 설비업을 하시는 할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순환모터 교환하느니 차라리 보일러가 10년이 넘었으니 신형으로 교체하라고 한다. 순환모터 교체비 7만원, 관련 컨트롤타워 교체비 7만원, 기존에 응급복구 시켜 놓은것 2만원 해서 총 16만원 들어갈 것 같은데 차라리 신형으로 교체하라는 얘기였다.
70만원 정도 하는데 본인이 65만원에 해 주겠다면서...
교회 장로님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서 그냥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
"아 이사람아. 순환모터 교체하는데 볼트 4개만 바꿔주면 되는데 뭐하러 보일러를 통째로 바꿔.
보일러 바꿔도 기름이 많이 절약되는 것도 아닌데...할아버지한테 맡기지 말고 직접 해 봐"
순간 쪽 팔리기도 하고 그동안 아내로부터 구박 받은것도 서럽고, 한편으론 오기도 생겼다.
해서 영광에 있는 보일러 대리점에서 순환모터를 35,000원에 구입했다.
순환모터 교체를 위해 볼트를 푸는데 물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 이런 말은 없었는데...
뭐가 잘못되었나?
근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모터를 뜯으면 방에 묻은 호수에 들어가 있는 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모터 교체하고 선 연결하고 나서 어디서 들은 말은 있어서 에어작업 해주고 보일러를 돌리니 방이 금새 따뜻해 졌다.
대리점주 말이 순환모터는 소모품이라 수명이 대개 3-4년 정도라고 한다.
즉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모터의 힘이 약해져서 난방능력이 조금씩 약화되다가 수명이 다하면 난방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그동안 보일러가 작동해도 방 안이 미지근하더라...
순환모터를 교체했더니 방 바닥이 뜨거울정도로 따뜻해졌다.
어디 뜨거운 방 바닥에 등짝 대고 한번 지져 봐라. 씨~~워 ㄴ 하게..
그 날 저녁 모처럼 아내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임표야 아빠가 보일러를 고쳤어. 여기 내려와서 처음으로 뭔가를 하신 것 같아"
이게 칭찬이야 뭐야?
처음 무엇인가를 하기가 두려운거지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제 시멘트를 사다가 세탁기 수평을 유지할 받침대도 만들고
세면장 안에 물건을 놓고 물이 흘러가지 못하게 받침턱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부엌에 있는 일반 전구를 밝은 형광등으로 교체도 해야겠다.
나도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집안 어지간한 것들은 손수 만들고, 고치고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첫댓글 ㅎㅎㅎㅎㅎ축하드립니다~~^^*
근디 그거 알랑가몰라요?
저도 순환펌프 교체할 줄 아는디 *_~
네이버에서 알려줘요 ^^
아내분한테 타박 들을만한디요? ㅎㅎㅎㅎ
네 반성할랍니다. 너무 편하게 살아온 삶이였습니다. 아내 말대로 인생 험하게 살아봐야 되는데...그래서 자식들은 고생좀 시켜 볼라구요. ㅋ
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