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18) - 제주일주 WALK 기행록(7)
- 조천과 월정에서 살핀 3∙1독립운동과 지질트레일(조천 대섬 – 구좌 월정 27km)
4월 1일(일), 내내 맑고 걷고 좋은 날씨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전복죽으로 아침을 들고 7시 40분에 버스에 올라 걷기 출발지점인 조천으로 향하였다. 조천 대섬 입구에 이르니 8시 20분, 홍순언 이사의 인도로 몸을 풀고 고바야시 가츄이치 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GO, GO, Let’s GO’를 연호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7일째 걷기를 시작하였다.
바닷길을 따라 한 시간쯤 걸으니 3⸱1독립운동기념탑과 제주항일기념관이 세워진 큰 공원에 이른다. 독립운동기념탑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항일기념관에서 한글과 일본어로 된 팸플릿을 여럿 들고 나와 관심 있는 분들에게 나눠주었다. 팸플릿에 적힌 내용, ‘1919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조천지역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으로 1차는 만세동산에서, 2~4차는 조천장터에서 항일시위를 벌였다. 이 운동은 제주도민들의 민족의식을 일깨웠고 이후 제주지역 항일운동의 모태가 되었다. 1997년 8월 15일 개관한 제주항일기념관은 애국선열추모탑 및 위패봉안실, 3⸱1독립운동기념탑, 기념관 등을 갖추고 있어 제주지역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자주독립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곳이다.’ 선열들이 자랑스럽고 후세들이 늠름하여라.
조천의 3⸱1독립운동기념탑 앞에서
이곳에서 이어진 길은 함덕 해수욕장, 호텔과 고층건물들이 화려하고 해수욕장을 누비는 휴일 인파들이 제법 많다.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현장을 찾기는 처음, 여름철에는 전국에서 찾는 명사들이 많다고 어느 일행이 귀띔한다. 해수욕장에서 오름으로 이어지는 산책길, 높이 100여 미터의 서우봉을 힘겹게 넘어가니 12시경 김녕읍 북촌항에 이른다.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 김녕읍 해녀촌의 식당까지 10분여 달려 점심을 들었다. 메뉴는 광어회덥밥, 입맛에 맞는지 모두들 그릇을 싹 비운다. 오후 1시, 다시 버스에 올라 북촌 항에 이르러 오후 걷기를 시작하였다. 바닷길에서 내륙으로 들어서니 깊은 숲길이 한참 이어진다. 두 시간여 걸어서 다시 김녕 해안에 이르니 김녕서포구, 올레 19코스가 20코스로 연결된다. 크고 작은 현무암지반의 바닷길 이름은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김녕에서 구좌읍 월정리까지 5km쯤 이어진다.
바닷길에서 브라보 콘 한 입씩 물고 잠시 휴식
월정리에 들어서니 산뜻한 건물이 눈길을 끌고 주변에 풍력발전기가 여럿 세워져 있다. 세련된 건물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멀리 제주도 외진 해안에 에너지기술의 본산이 들어선 사연이 궁금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지척에 월정리 어촌, 입구에 세워진 비석에 다가서니 ‘무주 연대 옛터’라고 적혀 있다. 연대는 망대의 일종, 초소역할을 하는 진지였나보다. 그 앞의 정자에 이르니 오후 4시 반, 집행부가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을 감안하여 이곳에서 걷기를 마무리한다. 올레길 18코스 후반 5km, 19코스 19km, 20코스 초반 5km를 합하여 걸은 거리는 27km. 이제 남은 일정은 사흘, 끝까지 열심히 걷자.
* 4시 40분, 버스에 올라 서귀포시 성읍 쪽에 있는 하루방 식당으로 향하였다. 식당에 도착하니 5시 반, 약간 이른 저녁이다. 삼겹살에 맥주와 막걸리 등을 곁들여 푸짐한 식탁이다. 주류는 작년에 조선통신사 걷기를 함께 한 한동기⸱이석천 두 원로가 협찬하였다. 모두들 박수로 감사, 식사 후 잠시 걷기 중간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다수가 즐겁고 보람된 기회를 기뻐하며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 다짐한다. 전날까지 함께 걸은 문영식 씨가 급한 볼 일이 생겨 상경, 아쉬움을 전하며 무사완주를 기원한다. 그간 수고하셨습니다. 또 만납시다. 오늘은 부활 주일, 몇 분이 부활절 미사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삶은 달걀을 한 아름 가져와 부활의 뜻 새기며 공손히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