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시간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가?
이걸 모르니 "시간은 없다. 다만 인간이 편의상 만든 것뿐이다."
" 따라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도 없다. "라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럼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결국 빅뱅 이론, 상대성 이론, 엔트로피, 양자역학을 모두 동원해도 아직 우리 인간은 시간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
가장 최근의 학설은 우주공간이 계속 팽창하고 있으니까 엔트로피가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흐르는데 그게 시간이란다.
그렇다면 만일 우주공간의 팽창이 중지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수축되는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우리 몸은 현상태 그대로 유지되던가 아니면 우리 모두는 점점 젊어지다 못해 어린애로 변하고 끝내는 어머니 몸속으로?
수많은 천체 물리학자들이 사상 최대의 천체 망원경 그리고 수 백대의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아직은 이 시간이라는 이 놈의 정체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누가 이 놈의 정체를 제대로 밝혀내면 노벨상 감인데. 혹시 신성모독(?)이라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걸까?
그러니 “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춰 섰는데 흐르는 세월은 고장도 없네 " 라는 유행가 구절이 새삼 심금을 파고든다.
시계의 출현
그러나 우리 스마트한 인간은 그 본질은 몰라도 그 실체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바로 시계의 발명이다.
하루의 길이를 쪼개서 24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기원전 수 세기부터 인간은 해시계, 물시계를 만들어 사용했다.
해시계는 낮에만 그것도 햇빛이 있을 때만 작동하니 그 해시계의 불편함을 물시계로 보완했다.
대략 13세기경 기계식 시계 ( 태엽시계 )가 나타나고 15세기경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실용화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제작에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걸리고 하여튼 귀한 물건이었다. 더구나 그 크기가 하도 커서 도시의 큰 광장에 탑을 세우고 그 꼭대기에 시계를 얹어 그곳을 지나는 모든 시민들이 볼 수 있게 하였다.
그 뒤 당시 최고의 권력이었던 교회의 첨탑에 차례차례 위치하게 된다.
기계공업의 발전으로 시계는 점점 작아진다.
17세기경에는 시계가 유럽 귀족의 손바닥만큼 작아졌다. 우리가 흔히 보아 왔던 금줄에 매달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필요시 자랑스럽게 시간을 확인하던 회중시계다.
손목시계
만일 비행기가 등장하지 않고 마차나 자동차의 시대가 계속되었다면 손목시계의 등장은 계속 미뤄졌을 것이다.
회중시계를 주머니에 넣고 비행기를 조정하던 파일럿에게 수시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파일럿이 마침 시계 장인인 친구가 있어 불편함을 토로하고 시계를 손목에 찰 수 있다면 정말 편리할 것이라고 하며 그런 것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부탁한다. 190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오늘날의 손목시계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가격이 장난이 아니어서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1960년대 초반에도 한 반에 손목시계를 찬 학생이 한 두 명에 불과했다.
그 후 시계가 많이 일반화되었지만 여전히 결혼예물 1호는 스위스제 손목시계였다.
이때가 “영자의 전성시대” 가 아닌 그야말로 “스위스 시계의 전성시대 “였다.
기계식 시계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태엽을 감아줘야만 시계가 작동했다. 후에는 그것이 귀찮아 자동시계가 출현 했으나 여전히 태엽의 힘으로 작동 했다.
쿼츠 시계
그러다 그 스위스 시계 제작업체의 70프로가 도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엄청난 사태가 벌어진다.
바로 일본의 세이코 시계회사에서 1969년 쿼츠 시계를 대량생산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쿼츠 시계는 가격이 훨씬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정확도에서는 기계식 시계의 추종을 불허했다.
당시 고가의 기계식 시계가 하루에 20초 내지 1분 이상 시간차가 발생할 때 쿼츠 시계는 고작 1-2초 미만이었다.
KBS 라디오와 TV에서 매 시간마다 삑-삑-삑-삐익하며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면 시계를 맞추었는데 쿼츠 시계는 그것도 필요 없었다.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스위스 시계에 조종이 우린 것이다.
스위스는 국력을 총동원하여 살아날 방도를 강구하는데 이때 탄생한 것이 스와치그룹 (SWATCH GROUP)이다.
이 그룹은 부품 공동제작, 공동구매로 가격을 낮추고 값싼 일제에 대항하여 스위스제 쿼츠 시계를 스와치란 상표로 대량 생산해 그로키 상태의 스위스 시계를 구해 낸다.
이 일본제 쿼츠 시계 덕에 전 세계인들이 비로소 손목시계를 하나씩 차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그때 수년간 차고 다니던 스위스제 고물 시계를 과감히 일제 쿼츠 시계로 바꿨다. 매일 시계가 제대로 가는지 시간이 맞는지 체크를 할 필요가 없으니 너무 편했다.
그리고 그동안 스위스 시계업자들이 세계시장을 거의 독점하며 카르텔을 조성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횡포를 부려 왔는지도 밝혀졌다.
야광시계
1980년대. 중동지역 건설붐으로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대거 중동으로 진출하던 무렵이었다.
열사의 사막에서 1년간 열심히 일하며 집으로 송금한 돈으로 한국의 대부분 부인들은 그 돈을 알뜰하게 모아 재산을 증식하였다.
일부는 남편이 송금한 돈으로 카바레, 댄스홀 등지를 전전하다 제비족들에게 걸려들어 송금한 돈은 물론 있던 돈까지 날려 귀국한 남편들이 이 사실을 알고 이혼을 하거나 아니면 다툼 끝에 살인에 이르는 경우도 신문 지상에 보도되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1년을 열사의 사막에서 열심히 일하고 귀국한 어느 건설 근로자의 이야기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 “아버지” 하며 반갑다고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많은 돈을 쥐여주며 이 돈으로 나가서 맛있는 것 싫건 사 먹고 천천히 들어오라고 한다.
그리고는 부인의 손목을 잡아끌며 급히 방으로 향하며 하는 말이 빨리 요 깔고 이불 펴라고 한다.
대낮이지만 사태를 짐작한 부인이 재빨리 이불까지 펴자 부인 손목을 획 낚아채며 이불속으로 끌어들인다.
옷을 벗어야 한다는 부인의 말에 “ 옷은 왜 벗어?” 하며 이불속에서 햇빛이 못 들어오게 사방을 여민후 부인 손목을 끌어당겨 자신의 손목을 쥐게 하고는
“ 여보! 이거 내가 귀국하면서 큰맘 먹고 산 건데.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야광 시계여. 흐흐흐흐”
그리고는 바로 이불을 걷었는지 아니면 다음 동작으로 이어졌는지는 필자는 모른다.
하여튼 그때까지도 시계는 여전히 귀했고 더구나 그게 야광시계 라니.... 그들 부부에게는 참 신기했으리라.
시계의 진화
쿼츠 시계는 디지털시계로 그리고 디지털+아날로그, 그 후 GPS 시계로 요즘에는 스마트시계로 계속 진보했다.
요즘은 시계를 하나가 아니라 2 또는 3개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필자도 이미 몇 개의 시계를 갖고 있지만 스마트시계는 하나 꼭 사고 싶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일본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디 그게 시계뿐이랴. 카메라 또한 일본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한가정에 한대 이상 소유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죽을 쑤던 스위스 시계업체가 요즘은 계속되는 호황으로 표정관리 중 이란다.
쿼츠, 디지털시계 등에 싫증이 난 사람들이 옛날 기계식 자동시계에 관심을 표명 하면서다. 시계에도 복고풍이 일었다.
수 십 년 전에 쓰던 전축, LP 레코드판이 다시 인기를 끌고 겨우 명맥만 이어오던 트로트는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불어오고 있다.
이걸 보니 인생이나 사업에는 반드시 부침이 있고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실감 난다.
우리는 지금 비록 코로나바이러스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방역수칙을 지키고 기다리면 곧 면역성도 생기고 백신도 출현해 다시 옛날의 즐거운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스위스 시계처럼.
첫댓글 반갑습니다.
올려 주신 글 잘 읽었답니다.
애플 워치 사용해 보니 편하더라구요.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
소교님,
반가워요.
애플 워치가 너무 예뻐 충동구매 하고 싶네요.
시간은 그 시대가 그려있고 추억은 손목에서 흘러간다 어둔 밤 달빛을 통해 볼 수있는 야광 시계는 사람의 눈을 고양이로 만들며 우주의 미래로 날개를 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