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라예
김갑제
고양이가 생쥐에게
바다생선 이름을 물었다
-야는?
-가재미라예
-자는?
_꽁치라예
-가는?
-대구라예
-니 꽁치는 거 아이지?
-어데예, 대구라예
- 『달구벌 사과에는 해와 달이 있다』 (대구문인협회 2020)
달력 2
김귀자
처음엔 열두 형제
모여 살다가
첫째 나가고
둘째 나가고
셋째 나가고……
마지막 열두째
나가고 나면
-야, 새해다!
-야, 설날이다!
열두 형제 사이좋게
다시 모이지
- 『옆에만 있어줘』 (청색종이 2019)
하마똥
김현서
하마가 똥을 눈다
똥이 나올 때마다
꼬리를 마구 흔든다
푸다다 퍽퍼버벅
사방으로 똥이 튄다
똥이 튄 만큼
다 하마 땅이다
- 『수탉 몬다의 여행』 (문학동네 2019)
무기
박정식
매미 잡아 봤니?
아니, 오줌을 찍 뿌리고
도망치던데!
산토끼 잡아 봤니?
아니, 뒷발로 힘껏 걷어차고
도마뱀 잡아 봤니?
아니, 꼬리를 떼어 버리고
- 《시와소금》 (2020 겨울)
상현달
박태현
엄마,
누가 달을
먹고 있나 봐!
하늘에 빼곡히 박힌
별사탕들
나도 안 주고
그렇게 먹더니
충치가 생겼나?
북두칠성 칫솔을
줘야겠어요
다음 보름달이 뜨면
그때에는, 꼭!
- 『내 몸에 들어온 딸꾹새』 (아동문예 2020)
농사
유미희
할머니가 수확했다고 보내 왔어
쌀 한 가마니, 더덕 두 묶음, 고춧가루 열 근, 감 한 자루...
나도 한 해 공부 농사 수확해서 엄마한테 알렸어
수학 75점, 국어 100점, 사회 95점, 과학 90점, 영어 95점...
할머니가 망쳤다는 콩 농사는
''내년엔 잘 되겠죠.''라고 넘어가시던데
내 말은 안 통한다
엄마는 족집게 학원 찾아내
겨울 방학 내내
수학 농사 잘 짓는 법을 배우래
갈까?
말까?
- 『뭘 그렇게 재니?』 (스콜라 2018)
순복씨 잘 자요
이서영
순복씨, 잘 자요.
할아버지 나직한 목소리에
할머니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아홉 남매의 맏이로
다섯 남매의 엄마로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잠들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
병원 침대에 누워서야 듣게 된
참 폭신한 말.
- 『소문 잠재우기』 (섬아이 2018)
봄꽃 공장 사진사
이시향
일자리가 없어
겨울 동안 쉬고 있던 우리 아빠
봄꽃 공장에 일 다니신다.
냉이꽃, 목련꽃, 개나리꽃, 벚꽃, 민들레꽃
틈 속에 납작 엎드려서
나비를 찍는다.
벌을 찍는다.
꽃잎을 찍는다.
아빠 머리 위에는
꽃잎 동전이 떨어져 가득 쌓여 간다.
- 『파프리카 신호등』 (청개구리 2020)
숨을 곳이 많은 골목길
이준관
골목길은 숨을 곳이
참 많지
우체통 뒤에 숨지
우표딱지처럼 딱 붙어
코스모스 꽃밭에 숨지
꿀을 빠는 꿀벌처럼
쥐똥나무 울타리에 숨지
생쥐처럼 꼬옹꽁
전봇대 뒤에 숨지
하이얀 낮달처럼
시장 가는 엄마 뒤에 숨지
장바구니처럼 딸랑딸랑
숨을 곳이 많아서
해도 우릴 못 찾지
못 찾겠다, 꾀꼴
나오너라 꾀꼴, 하며
해도 꼴깍 넘어가지.
- 『웃는 입이 예쁜 골목길 아이들』 (고래책방 2018)
새해 결심
차영미
힘내!
보고 싶다.
고마워!
널 믿어.
잘했어.
네가 최고야!
진심으로 축하해!
나는 올해
이런 말 꽃씨
잔뜩 뿌릴 거야!
- 『으라차차 손수레』 (브로콜리숲 2020)
출처: 한국동시문학회공식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추필숙
첫댓글 이서영 선생님과 차영미 선생님의 동시가 2021년 1월 <이 달의 좋은 동시>에 선정되었네요.두 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좋은 동시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두 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첫댓글 이서영 선생님과 차영미 선생님의 동시가
2021년 1월 <이 달의 좋은 동시>에 선정되었네요.
두 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좋은 동시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