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여러 고을에 파견하시며 당부하신다.
말씀의 핵심은 제자들에게 베푸신 은혜가 무상으로 주어진 것이니,
그들도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거저 주라는 것이다.
“너희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이는 세례를 통한 구원의 은총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어떤 보상을 바라지 말고, 거저 전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은총을 계속 충만이 받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을 비워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비우면 비울수록 채워지는 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풍부한 은총은 이웃 모두에게 거저 주어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버림으로써 만족을 얻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구속이었고
자신을 묶어 두는 사슬이었다.
하루는 동냥 그릇을 들고 물을 마시러 강가에 다다랐는데
개 한 마리가 그를 앞서 강으로 뛰어 들어 가서는
물을 마시며 목욕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지켜보던 디오게네스는 갑자기 깨달은 바가 있어서
개처럼 강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래, 이 개는 아예 동냥 그릇조차 가지고 다니질 않는 걸 보니
나보다 더 자유로워. 그 동안 나는 나의 유일한 재산인 그릇 때문에
밤중에도 누가 가져갈까 봐 불안해서 잠을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않은가?
그릇이 안 보이면 주위사람을 의심도 하고 말이야.”
그러고는 손에 들었던 동냥 그릇을 아무 미련 없이
강물에 던져버리고는 자유롭게 헤엄도 치고 물을 마시며 한참을 놀았다.
디오게네스와 개는 어느덧 절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이 말씀은 하느님께 제대로 의지하려면
다른 힘에 기댈 여지를 미리 없애라는 뜻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파견하시며 같은 명령을 내리실 것입니다.
이 명령에는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께 철저히 의지하면서
모든 일을 수행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뽑아 파견하신 사도들은 인간 생활 안에
이미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게 됩니다.
복음은 주님께서 거저 주셨으니, 그 복음을 들은 사람들 또한
다른 사람에게 거저 나누어 주어야 할 기쁜 소식입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데에서는 많이 가졌다고, 많이 배웠다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암울한 시대에 얼마만큼 주님께 희망을 두고,
주님께 의탁하며, 주님과 함께,
주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수행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당신께서 지니신 권한을 똑같이 나누어 주십니다.
복음 선포는 주님과 같은 운명의 길을 걸어가는 행위이며,
주님께 거저 받은 사랑과 축복을 세상 사람들과 두루 나누는 것입니다.
그 일은 오늘 미사에서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신 우리가 해야 할 사명입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복음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그리고
복음은 또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네.
우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 김혜선 아녜스 -
첫댓글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요즈음은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에도
준비할게 너무도 많습니다.
지갑속에 카ㅡ드와
휴대폰은 기본이오,
가벼운 차량 정비도 필수고 ..
2천년전에 주님의 말씀대로
빈 주머니에 무소유로
깃털처럼 가볍게 가볍게 다니면서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니 부럽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