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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 잘츠부르크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 예쁜 간판들>
미라벨 정원→ 모자르트생각 → 게트라이데거리 → 레지덴츠광장 → 모차르트광장
→점심 → 호엔잘츠부르크성 → 커피→ 헬브룬성 → 저녁 → 집
잘츠부르크 시내 관광을 한 날. 원래는 잘츠감머구트 지역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산들이가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잘츠부르크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전날, 기차 안에서 그리고 숙소에서 저녁을 먹다 말고 두 번이나 코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첫날이라 기차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나갔더니 5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기로 마음먹고 차를 세웠더니 한번에 차를 세워 주셨다. 그분은 처음에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데까지만 태워다 주시겠다더니 마음을 바꾸어 중앙역까지 데려다 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우리는 중앙역에서 한국으로 전화도 하고,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도 한 장 샀다. 중앙역 앞에서 남자대학생들을 만났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주로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당일치기로 왔다간다고 했다. 뮌헨이 다른 곳보다 숙소가 싸고 유레일 패스로 올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미라벨 정원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고 출발했다. 여행 내내 지도 담당은 최사장님께서 하셨다. 최사장님은 준비된 안내원이셨다.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는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만 말해주면 척척 안내해 주셔서 한결 수월했다. 산들이는 모두들 역할분담을 너무나 잘 한다며 한 마디 했다. 엄마와 김선생님은 안내, 할아버지는 길 안내, 할머니는 산들이 돌보기, 산들이는 웃음메신저로 모두 제 역할을 한다며...
우리는 미라벨 정원 후문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송”을 부르던 곳이었다. 미라벨 궁전은 그 당시의 대주교가 자신이 사랑하던 애인을 위해 지은 궁전이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 주교의 권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종교 지도자가, 그것도 애인을 위해서 궁전을 짓다니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라벨 정원은 온갖 관광객이 다 모였는데, 그 중에서 한 떼의 중국 대학생들이 인상에 남는다. 중국어가 가능하신 아저씨가 말을 붙여본 결과 중국 천진대학교 학생이라고 했다. 여행 내내 중국인 단체 여행객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중국의 경제성장 정도를 알 수 있는 계기였다. 단체 여행객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중국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이라고 하면 가난한 나라라고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미라벨 정원을 나와서 잘자흐 강을 지나 구시가지로 접어들었다. 대부분의 관광지들은 구시가지에 몰려 있다. 처음에 잘츠부르크 교통카드를 살까, 잘츠부르크 카드를 살까 하고 망설였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옳은 판단이었다.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여서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차를 탈 필요가 없으며, 비싼 관광카드도 살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일행이 5명이라서 입장료는 많은 혜택을 보았다. 오스트리아는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할인 혜택을 주었는데, 우리는 주로 “가족과 경로우대"를 이용했다. 가족에는 반드시 어린아이가 들어있어야 인정해 준다. 가족문화를 존중해 주는 것인지, 아니면 어린이를 존중해 주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우리는 큰 도움을 받았다. 노인들도 우리나라의 경로우대처럼 SENIOR요금 제도가 있어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50% 할인을 해주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여행은 꼭 가족과 함께 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어린이가 12살 이하면 숙박료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공짜라고 보면 된다.
오스트리아는 분수의 도시라고 할까? 할슈타트에서도 거리에 아기자기한 분수가 있더니 잘츠부르크에서도 그랬다. 잘자흐강을 지나기 전 도로에 리듬에 맞춰 춤추는 듯한 분수가 있어서 그곳을 뛰어넘기도 하고 즐거움을 누렸다. 곽선생님도 분수를 뛰어넘는 모험을 강행하시기도 했다. 잘자흐강을 지나니 바로 게트라이데 가세였다. 그리고 거리의 시작부분에 모차르트 생가가 위치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찾을 필요도 없이 눈에 들어왔다.
모차르트가 살았을 당시 잘츠부르크는 매우 가난한 도시였는데,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왜 그렇게 모차르트에게 집착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주교와 왕에게 인정받지 못한 음악가는 그 당시로서는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음악에 있어서는 천재였던 모차르트였지만 행복하게 살아간 것만은 아닌 일생이었기에 타고난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게트라이데 거리의 간판은 정말로 아름답다. 철제공예가 발달되었다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유럽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많은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간판 보는 재미에 그 거리를 몇 번이나 지나쳤다.
점심은 그곳에서 뻗은 거리의 중국식당에서 먹었는데, 중국음식점은 정말 세계화된 음식점으로 거의 모든 도시에 빠지지 않고 있다. 구시가의 거리는 정말 재미있는 곳이다. 큰 거리에서 얼핏 보면 아주 작은 골목이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넓은 광장이 나오기도 하고, 많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하다. 아마도 구시가지들은 옛날의 인구밀집지역이라서 그럴 것이다. 유럽 역시 땅은 넓었지만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한정되어 있어서 도시가 형성되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면 집들이 촘촘히 들어섰으리라. 어쨌든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지만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면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다. 발견의 즐거움이 많은 아주 큰 도시이다.
다음으로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향했다. 처음에 우리는 요새까지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갔다. 우리는 케이블카인줄 알고 탔는데, 그게 아니라 엘리베이트였다. 산으로 가는 엘리베이트라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성까지는 꽤 멀어 보여 단단한 각오를 하고 트래킹을 하리라 마음먹었는데 30분 정도 뒤에 성이 바로 나와 한편으로는 다행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성 입구에서 우리나라 여자대학생 두 명을 만났는데, 그들은 아래에서부터 고생고생 해 가면서 걸어온 터라 숨을 내쉬며 쉬고 있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그렇게 올라와 놓고는 입장료가 아까워 안 들어가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신 아저씨가 입장료를 내주겠다며 아가씨들을 들어오게 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주로 두 달 여정으로 유럽여행을 하다보니 경비가 신경 쓰여 잠은 밤기차에서 자기 일쑤고, 입장료가 비싼 곳은 엄두를 못 내는 것이었다.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꼭 10년 전 여름에 나는 친구와 함께 30일 여정으로 유럽여행을 갔었다. 그때는 에어프랑스를 이용했는데, 항공료가 비싼 만큼 파리 - 런던 구간 무료 항공권을 서비스 해주었다. 그것과 함께 21일짜리 유레일패스를 사용하여 ‘런던 - 케임브리지 - 파리 - 암스텔담 - 코펜하겐 - 오슬로 - 투르쿠 - 로마 - 베네치아 - 나폴리 - 로잔 - 베른 - 융프라우 - 부다페스트 - 빈“을 30일 동안 돌아다녔다.
그때 10일을 기차 안에서 잤고, 나머지는 유스호스텔, B AND B, 학교 기숙사에서 묵었다. 그때는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거의 햄버거와 샌드위치로 식사는 해결하면서 힘들게 여행했었다.
직장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연금대출로 300만원을 5년 동안 갚기로 하고 빌렸는데, 아마도 총경비가 230만원쯤 든 것 같다. 첫 해외여행이라 어쨌든 많이 보고 가려고 있는 체력 다 써 가면서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보니 그게 올바른 여행법은 아니었다.
한 도시를 알려면 최소한 3일은 머물러야 한다. 첫날은 잘 모르고 지도 봐 가면서 여기 저기 다니면 다음 날은 좀 익숙해지고, 떠나는 날이 되면 도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므로 여행은 작게 보더라도 깊이 있게 보려는 시도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첫 여행에서 그런 마음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 언제 다시 또 오겠냐는 생각도 들고, 비행기 삯도 생각나고, 본전을 뽑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이동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치고 힘들어서 제대로 된 여행을 하기란 힘들다. 어쨌든 어디를 여행하든 한 도시에 3일은 머무르는게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간 곳은 물의 궁전이라고 불리는 헬부른궁전이다. 헬부른궁전 역시 주교의 여름별장이었는데, 이 주교는 참으로 창의성이 뛰어나고 기계적 상상력이 풍부한 분이셨던 것 같다. 건물 여기저기에 교묘한 기계 장치를 숨겨서 불쑥불쑥 물이 튀어나와 놀래게 하기도 하고, 시원함을 주기도 한다. 산들이는 이곳을 매우 좋아해서 다시 또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정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주교라면 종교생활도 잘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의 여유가 있다면 스트레스도 덜 받았을 것이 아닌가!
헬부른 궁전에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큰딸과 편지배달부가 사랑을 나무며 “ I am sixteen, you are seventeen"을 부르던 유리집도 있었다. 원래는 다른 곳에 있었지만 영화가 끝난 후 그 곳에 옮겨 두었던 것이라고 한다. 한때 나도 저런 낭만적인 사랑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꿈꾸며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여행 온 일본인 대학생(연인, 부부(?)가 있어서 같이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헬부른 궁전을 나오면서 한국으로 전화를 했는데 다행히 남편과 통화가 되었다. 한국은 32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우리만 시원한 곳에서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다음에는 정말 온 가족이 함께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았다.
저녁은 중앙역 앞의 중국집에서 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았다. 중국집은 어디나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 잘츠부르크 이야기 몇 가지 >
1. Salzburg는 '소금의 성'또는 '소금의 도시'란 뜻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소비되는 소금의 대부분을 이 지역에서 생산한다. 요새와 같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모차르트의 출생지로서도 유명해 해마다 여름에 그를 기념하여 유럽3대 음악제인 잘쯔부르그 페스티발 이 성대히 개최되는데 세계 각국의 저명한 음악가들이 모여든다.
2. 잘츠부르크는 서유럽과 비인을 연결하는 도시이므로 국제열차가 자주 지나다닌다. 도시 중앙을 흐르는 잘츠부르크 강인 Salzach(잘차흐)에 의해 신, 구시가지로 나뉘는데 잘츠부르크 중앙역 쪽이 신 시가이고 주로, 잘쯔브륵 성이 있는 쪽이 구시가지이다. 기차역에서 구시가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도보로 충분하다. 시가지는 뮌크스베르그 (Monchsberg)와 호헨잘츠부르크 성(Festung Hohensalzburg) 그리고, 카푸치너베르그(Kapuzinerberg) 등 세 구릉에 둘러싸여 있다.
3. 헬부른궁전은 중앙역을 출발하는 BUS 55번을 탄다. 구 시가지에서 남쪽(잘쯔브륵 성 뒷쪽)약 3Km떨어져 있으며 버스로 10분 정도 소요 된다. 헬부른궁전을 제외한 나머지 관광지들은 모두 걸어서 관광이 가능하다.
<호엔잘츠부르그 성에서 내려다본 시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