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현-주양희-고은수 가족, “우리 가족은 모두 수원 서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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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희-고은수-고승현 씨 가족(왼쪽부터)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
29일 포항과의 원정경기에서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는 800여명에 가까운 대규모 원정단을 구성했다.
후기리그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수원의 분위기에다가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을 확률이 높은 포항(이날 경기에서 포항이 승리함에 따라 결정됨-편집자 주)과의 경기였기에 대규모의 그랑블루가 움직이게 된 것.
출발 장소인 수원 월드컵경기장 앞에는 오전 8시부터 하나둘씩 푸른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 중에는 부부와 귀여운 아들-딸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한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오늘 소개할 고승현(44세)-주양희(44세)-고은수(16세) 가족 역시 마찬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그랑블루 가족 서포터들이 주로 30대 부부에 어린 꼬마들로 이뤄진 것에 비해 이 가족은 40대의 중년 부부에 고교생 딸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궁금증이 일어 인터뷰를 요청했고, 의외로 이 가족이 수원의 경기를 본 역사는 매우 깊었다. 특히 아버지인 고승현 씨는 수원이 창단했을 무렵부터의 팬이라고.
“수원 종합운동장 시절부터 수원 팬이었죠. 거의 수원이 창단했을 무렵부터 응원했다고 보면 될 거에요. 당시에는 애들이 어려서 아내와 둘이 다녔죠.(웃음)” - 아버지 고승현 씨.
“저는 처음에 축구가 재미없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워낙 좋아해서 몇 번 같이 가다보니까 그 재미를 알게 됐죠. 지금은 홈경기는 남편과 함께 100% 찾아요. 원정은 부담이 되어서 자주는 못가요. 서울 정도까지는 가죠. 이번 포항 원정이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먼 거리에요.” - 어머니 주양희 씨.
“아빠 따라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수원 경기장을 찾았어요. 그러다가 잠깐 안나오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가고 있어요. 자꾸 경기장을 찾으니까 점점 재미도 있고, 선수들도 멋지고요.” - 딸 고은수 양.
결국 고승현 씨의 수원사랑은 아내 주양희 씨를 끌어들였고, 딸 고은수 양까지도 수원 서포터에 동참하게 만들었던 것.
“사실은 은수가 둘째 딸인데, 큰 딸도 수원 서포터에요.(웃음) 항상 4명이 같이 수원 경기를 찾곤 했는데, 큰 딸이 고3이라 장거리 원정에 함께 하지 못했죠.” - 고승현 씨.
사실 프로축구가 출범한 지도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중년 이상의 서포터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젊은 시절 프로축구와 함께 성장했던 세대가 가족들과 함께 서포터 생활을 지속하는 경우가 늘었고, 특히 수원 서포터 중에는 이런 계층이 꽤 많이 존재한다. 고승현 씨 가족도 비슷한 케이스.
“제가 수원에 살고,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수원삼성을 응원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고종수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의 매력에도 빠지게 됐고요. 지금은 아내와 두 딸을 비롯해 온 가족이 수원 서포터가 되었죠.” - 고승현 씨.
“남편 따라 수원을 응원하다가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선수도 생겼어요. 개인적으로 김대의 선수를 정말 좋아해요. 너무 열심히 뛰시니까 안 좋아할 수가 없죠.(웃음) 조원희 선수도 같은 이유로 좋아하고요.” - 주양희 씨.
“저는 수원 선수들 모두 좋아해요. 송종국 선수를 조금 더 좋아하긴 하지만...(웃음)” - 고은수 양.
“사실 장거리 원정은 거의 못 갔었는데, 최근 들어 팀 성적도 좋아지면서 한번 장거리 원정을 가고 싶었죠. 더군다나 오늘이 딸 은수의 생일이기도 해서 포항에서 생일 선물 멋지게 받아오자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가족 나들이를 겸해서 선수들에게 힘도 실어주려고 합니다.” - 고승현 씨.
수원 홈경기 참석율 100%에 포항으로의 장거리 원정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가진 고승현 씨 가족이지만, 수원 홈경기에서 수원 서포터들이 앉는 골대 뒤에 자리하지는 않는다. 연간회원을 끊어 W석에서 관람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이 가족의 열정이 결코 골대 뒤에 있는 수원 서포터들에게 뒤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리그는 골대 뒤에서 90분을 서서 서포팅하는 그룹만이 팀을 위한 응원에 참여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런 흐름은 서서히 바뀌고 있다.
골대 뒤에 모이는 열혈 서포터들은 물론 W석이나 E석에 자리 잡은 팬들 사이에서도 한 목소리로 홈팀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서포팅 곡을 따라 부르며, 원정팀에게 야유를 보이는 모습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초창기 서포터들이 그렇게 꿈꾸던 전 관중의 서포터화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원은 이런 흐름이 다른 팀에 비해 빨리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골대 뒤는 아니지만, 연간회원을 끊어 W석에서 수원을 응원하고 있어요. 가족과 주변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응원하는 스타일이죠.” - 고승현 씨.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문화 중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무엇일까.
혹자는 뛰어난 선수들의 기량, 체계적이고 잘 갖춰진 리그 시스템, 광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렬한 서포터들의 퍼포먼스 등등...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웠던 것은 할아버지-할머니에서 아버지-어머니로, 아버지-어머니에서 아들-딸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한 팀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지지하는 팀의 유니폼을 함께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모습, 아버지와 아들-딸이 지지하는 팀의 패배에 함께 눈물 흘리고, 승리에 함께 기뻐하는 모습은 ‘우리도 저런 시대가 올까’라는 마음 속 쓰라림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아직 유럽과 남미만큼 저변확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해도, 고승현 씨 가족과 같은 서포터 가족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모습에서 한국의 축구문화도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기대감에 휩싸이게 된다.
앞으로 10년 후. 고승현-주양희 부부가 외손자-외손녀와 함께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수원~”을 외치는 모습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첫댓글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네요. 저도 어른이 되어서 제 가족들과 빅버드를 찾는게 소박한 꿈. ㅎ 담아가겠습니다. ^^
혹시 닉네임이 가브리엘 포페스쿠 하신거 아닙니까?
나도가족들하고축구장가고싶다..
저두요...ㅠㅠ
저희학교 한지선생님도 수원삼성 서포터즈던데 ㅋㅋ
우리가족도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ㅠㅠ
부럽군요
저도 부럽네요 ㅠㅠ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