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빼빼로데이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이 한창이다. 특정한 날 응원과 사랑을 전하는 의미로 다양한 선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과도한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11월은 기업들에게 ‘매출의 달’이다. 11월8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11월11일 빼빼로데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반짝 수익을 올리려 온힘을 쏟고 있다. 올 하반기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대목인 만큼 매출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이 같은 마케팅에 비판의 목소리를 던지고 있다. 온갖 상술을 동원해 수익을 남기려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도를 넘어선 과장적 홍보나 꼼수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다.
마케팅 경쟁 한창
수험생 부모의 마음을 흔드는 종합 건강관리 건강기능식품이나 수능을 마친 후 겨울방학을 이용한 수험생 성형마케팅 등 과도한 홍보가 줄을 잇고 있다. ‘행운’과 ‘합격’을 의미하는 이미테이션 부적과 인형, 시계 등 액세서리까지 상술에 동참하면서 오히려 소비자의 반감을 사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상술 마케팅은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더욱 거세지고 있다. 빼빼로데이는 11월11일을 형상화한 날로, 평소 호감 있는 남녀 또는 커플이 서로 빼빼로를 교환하며 마음을 확인한다. 이틈을 놓치지 않은 기업들은 그들을 겨냥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선물용으로 포장된 빼빼로는 적게는 5000원부터 많게는 수만원을 호가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경제관념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과소비와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정한 날을 기념하고 행사하는 것까지 비난할 필요는 없지만 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
빼빼로만 엮인 선물용은 그나마 수만원에 그치는 상황이지만 차별성을 두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잡다한 불량식품과 인형 등이 추가된 선물포장용 빼빼로는 10만원에 다다르기도 한다. 이에 네티즌들은 “마음을 전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다”라는 의견과 “그릇된 상술이 소비자에게 거대한 부담을 안겨준다”며 찬반양론을 펼치고 있다.
아이디 kimsung***은 “최근에는 길거리나 대형마트, TV광고에서도 수험생을 겨냥한 과장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수험생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과도한 상술을 펼치는 것은 문제다. 바로잡아야 한다. 수험생 응원용으로 나온 제품들의 가격이 기존 제품들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기업들이 수험생들을 위한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줬으면 한다”라고 혀를 찼다.
아이디 foidj***도 “그저 숫자놀음에 빠진 무지한 소비자들…. 빼빼로데이는 단순히 여중생들끼리 ‘누가 더 날씬해질까’라는 의미로 서로 과자를 나눠먹는 소박한 즐거움에서 시작됐는데 지금은 연인끼리 ‘누가 더 큰 거 또는 좋은 거 받나’로 변질돼버렸다. 빼빼로데이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대기업에 돈만 퍼다 주는 격인데 왜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지….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맛있는 걸 사주거나 실용성 있는 선물을 사주겠다”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아이디 guiru***는 “수능 앞두고 너무 치열한 상술 경쟁. 오죽하면 ‘수험생 눈 성형 시 엄마 보톡스는 할인’이라는 치졸한 홍보마케팅을 내세울까. 수능 이후 공부에 치인 아이들에게 뭐든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칼만 안든 강도와 마찬가지인 장사꾼들”이라며 수익 올리기에 혈안이 된 업체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아이디 vinsu***는 “물론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기업이나 병원들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제난에 시달려 지갑 한 번 열기 힘든 소비자들을 상대로 얌체 같은 상술을 부리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과자 하나에 가공 초콜릿 조금 묻혀놓고 개당 5000원이라며 가짜 빼빼로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돈벌이에 극성을 부리는 불량 업체들을 비판했다.
너무한 유통업체…과소비·사행심 유발 지적
“특별한 날 기념” vs “대기업에 돈 퍼주기”
반면 아이디 sueabi***은 “지나친 상술은 문제가 있지만 몇 년 동안 고생해 온 수험생들에게 할인 이벤트 등을 마련하는 건 좋다고 본다. 용돈을 받고 사는 아이들에게 공짜 영화표나 외식 할인, 미용실 할인 이벤트 등은 기분전환을 돕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수험생을 겨냥한 할인 이벤트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guiri***는 “형편에 따라 선물하면 되는 것 아닌가. 경제 사정이 안 좋으면 형편에 맞게 작게 선물하면 되는 것이고, 여유가 있다면 크게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마음을 전하는 방법 중 하나다. 과한 상술에만 동요되지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아이디 cirian***도 “악덕상술이다 뭐다하는데 넘어가는 사람이 바보. 인터넷이 발달해서 요즘 수제 초콜릿 또는 빼빼로 등 직접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많이 떠돌던데…. 말도 안 되는 상술을 부리는 기업들도 문제지만 무조건 돈으로 해결하려는 요즘 사람들이 더 문제다”라며 정성과 성의보단 돈으로 대신 마음을 전하는 현대인들의 정서를 꼬집었다.
아이디 brigh***은 “각박한 사회에 살면서 그날만이라도 달콤한 행복감에 젖고 싶다. 빼빼로데이의 빼빼로는 그저 먹는 것만이 아닌 마음에 단비를 내려주는 적은 비용으로 큰 웃음을 가져다 주는 날인 것 같다. 수능날도 마찬가지다. 긴장에 떨고 있을 아이들에게 엿과 부적 등은 그들에게 단지 선물만이 아닌 마음에 위안을 가져다주는 상징적인 것과 다름없다”며 대화 한 번 섞기도 힘들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필요한 풍습임을 강조했다.
과장적 홍보 꼼수
매년 찾아오는 상술 논란에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빼빼로데이에 수요가 워낙 많아 다양한 상품과 결합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당초 부산지역에서 여중생들이 저렴한 빼빼로를 선물하던 문화가 다소 변질돼 버렸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11월11일은 국가에서 지정한 기념일인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빼빼로데이에 묻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리 벗어난 실정이다. 상호 간 정을 쌓는 의미인 빼빼로 교환도 좋지만 장애우를 향한 작은 관심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