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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기업 후지코시 규탄대회. 2014.3.25/뉴스1 © News1 |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기업에 강제동원됐던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판사 홍동기)는 30일 김모씨(85)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13명과 사망한 피해자 유족 18명이 일본 회사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16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피해자에 8000만원~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후지코시의 불법성 정도와 당시 피해자들의 연령, 강제노동 종사 기간, 피해자들이 귀국 후 겪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불법행위 이후 68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원고에게 총 15억원 상당의 위자료를 산정했다.
하지만 판결 확정 후 일본 기업인 후지코시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후지코시의 재산에 대해 강제 집행을 하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국내에 후지코시의 재산이 있으면 강제 집행할 수 있지만 일본에 있는 재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일본 법원에서 집행 판결을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후지코시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적인 인력 동원에 적극적으로 편승하여 거짓말로 12~18세 나이어린 여학생들이 지원하도록 한 뒤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을 시켰다"며 "당시 일본국 정부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금원으로나마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이 앞서 일본에서 낸 소송은 패소로 확정됐지만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하에 나온 판결"이라며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므로 우리나라에서 이 사건 일본판결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후지코시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은 장애사유가 해소된 때로부터 민사소송 손해배상 시효인 3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정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간의 경과로 인해 커져가는 법률관계의 불명확성에 대처하려는 목적에서 인정되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 직후 피해자 할머니는 "일본은 이번 판결에서 우리가 이겼으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사죄해야 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군수회사인 후지코시는 일제 강점기 12~15세의 어린 소녀들에게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 주고 상급학교도 보내준다’고 속여 혹독한 노동을 강요시킨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한반도에서 데려간 소녀들은 1089명으로,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사례 중 최대의 규모이다.
김씨 등은 "일본 전범기업이 대한민국 국민을 강제동원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피해자들의 행복추구권, 생존권, 신체의 자유,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후지코시에서 일한 피해자 23명은 2003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2011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이들의 청구를 최종 기각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법원은 2012년 5월24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비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항소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한 것"이라며 "일제 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국내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서울고법은 지난해 7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90)씨 등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각 1억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부산고법도 강제징용 피해자 정창희(90)씨 등 5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인당 800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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