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그리는 그림 위에 새들이 긴 어둑을 만들고 지나간다
나무들이 수컷을 향해 물관을 들어올리며 흰 김을 피워올린다
물새의 하루에 그 물관은 바깥이었다
나는 아내(我內)가 없다 아내가 없어도 코를 파는 짐승은 인간뿐이다
물새의 초경이 시작되는 바다에 오면 물은 보라색으로 시작한다
나는 수첩 속의 짐승들을 몰고 와 이곳에서 나무로 빚은 술을 마신다
비밀이 많은 나무로 빚은 술은 물관의 냄새가 치밀어오르고
인간은 허공에서 물새의 임종을 바라보며
가장 높은 가슴에 자신의 위도(危道)를 세운다
물 속의 산에서 검은 이파리의 향들이 올라오면
나무들이 더이상 부풀릴 수 없는 물관에
승려들은 물새의 목소리를 닮은
종(種) 하나를 달아주고 하산했다
등대는 바다 위의 절이다
바람의 불공(佛供)이 시작되고 있다
첫댓글 좋은 시입니다.
감사히 감상하겠습니다.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