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최근 미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한ㆍ미간 내외금리차의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차의 역전폭이 과거에 비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기간에 있어서도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로부터의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과거 우리나라의 금리역전 기간중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주식 및 채권 투자자금의 유출입을 각각 살펴본 결과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직접적인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리차 역전현상이 지속될 경우 외자조달비용의 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시 환헤지를 위해 외환스왑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하는 경우 과거와 달리 외자조달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환헤지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미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금리수준보다 미국금리가 더 높은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최근의 경우 내외금리차의 괴리폭이 가장 크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 물가나 성장률 전망 등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정책금리의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인 데 반해 미연준은 금년 말까지 한 두 차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내외금리차의 역전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ㆍ미간 내외금리차의 역전 현상으로 우리나라로부터의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거주자의 외자조달비용의 상승으로 외자조달행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내외금리차 역전현상이 나타난 시기별로 거주자와 비거주자, 그리고 주식 및 채권 투자자금으로 세분하여 자본유출입을 분석해 보았다. 또한 금리역전 현상으로 외자조달이 필요한 금융투자업계 등 경제주체의 외자조달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한 시사점을 간략히 언급하였다.
최근 내외금리차 역전폭이 가장 최대
현재 미연준의 정책금리인 페더럴펀드금리(상단)가 5.25%에 달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원화금리 수준이 미달러화 금리보다 낮은 내외금리차 역전현상은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4차례 있었던 것으로 관찰된다. 아래의 <표 1> 및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0년대 초반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그리고 코로나19 위기발생 직전과 최근 미연준의 초긴축정책 기간이다. 이중 내외금리차 역전현상의 지속기간에 있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기간 2)과 코로나19 위기 발생 직전(기간 3)이 각각 26개월과 24개월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시기에 있어서의 금리차 역전폭은 최대 1.0% 이하를 나타내었다. 이와 비교하여 최근의 금리역전은 현재 12개월 정도 지속되고 있으나 금리역전 폭에 있어서는 1.75%로 유사 이래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내외금리차 역전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최근 미국의 금리선물 자료(CME FedWatch)에 따르면 금년 12월말 미국 정책금리(상단)가 5.25% 이상일 가능성은 약 94%(6.21일 기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내 물가가 점차 하향안정화 되고 있고 경제성장률은 금년중 1%대 중반 정도로 전망되어 실물경제의 침체 가능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미연준의 금리상승에 동조한 국내금리 인상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정책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상황으로 보인다. 이는 당분간 내외금리차의 역전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음
한ㆍ미간 정책금리의 역전은 장단기 시장금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면서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입 등 국제자본이동에 영향을 준다. 이는 국별 정책금리의 변화가 주가 및 채권가격의 변동을 통해 투자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다 투자통화의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익으로 투자수익률에 추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가령 미국 금리의 상승은 미달러화 채권의 수익률 상승과 더불어 미달러화의 강세를 통한 환차익 기대감이 생기므로 국제자본이 미국내 또는 미달러화표시 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로부터 미국으로 증권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주식투자자금의 경우에는 주가수익률이 금리변동과 반대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으나 그 영향은 불명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은 채권의 경우와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미국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주가가 하락압력을 받더라도 미달러화의 강세에 따른 환차익 기대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자본유출의 성격 및 범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외금리차 역전으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은 자본유출로 인해 주가 등 자산가격 하락과 환율상승(자국통화의 약세)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국내에 투자되어 있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에 국한된 문제라 할 수 없으며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자금의 유출입의 경우에도 외환시장 수급에 마찬가지의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아래에서는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주식 및 채권 등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입에 대해 외국인투자자와 거주자의 해외투자의 경우로 세분하여 실제 내외금리차 역전 기간 동안 자본유출입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분석해 보았다.
<표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반영하여 내외금리차의 역전 시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비거주자의 국내증권투자 유출입의 경우에는 주식과 채권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으나 내외금리차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기간2)과 코로나19 위기 발생 직전(기간3)의 경우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은 큰 폭의 순유출을 기록하였으나 이는 내외금리차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금융불안정과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대외불확실성에 더 크게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기간 중에도 국내채권에 대한 투자는 크게 증가하여 외국인투자자의 전체 국내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을 보였다. 최근 (기간4)의 경우에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나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및 채권에 대한 투자가 완만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 역시 내외금리차 역전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내외금리차가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통상적인 우려가 실제에 있어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투자자와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의 경우 모두 자본유출입은 내외금리차 보다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선호 변화나 글로벌 유동성 그리고 국별 경제펀더멘털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생각된다.
외자조달비용 상승에 대한 영향 및 시사점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큰 폭의 금리차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경제주체들의 외자조달비용 및 행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과거 원화의 고금리 시절에는 저리의 외자를 조달함으로써 우리 경제주체들의 자본조달비용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나 원화금리보다 미달러화 금리수준이 더 높은 현 상황에서는 달러표시 해외채권 발행이나 해외은행 차입금 등을 통한 외자조달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의 해외투자시에서와 같이 환위험 회피를 위해 100% 환헤지정책을 사용할 경우 외자조달비용이 상승하게 된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즉 환헤지를 위해 외환스왑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현물환 매입+선물환 매도)하는 경우 자본조달비용이라 할 수 있는 스왑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가 이론값인 내외금리차를 반영하여 음(-)의 값을 갖게 됨으로써 금리차 역전폭 만큼 외자조달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과거 원화의 고금리 시절 외환스왑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하는 경우 양(+)의 스왑포인트에 따라 내외금리차 만큼의 이익을 보아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주체들은 내외금리차 역전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여 자본유출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갖기보다는 외자조달비용의 상승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외자조달을 위한 해외채권 발행시 국제금리 동향 및 전망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며 특히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시 환헤지를 위해 외환스왑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하는 경우 과거와 달리 외자조달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하여 환헤지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