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국 청년들 “DMZ 걸으며 희생 기릴것”
물망초 ‘DMZ 통일 발걸음’ 발대식
참전 16개국 청년 등 68명 참가
5일간 DMZ 전적지 11곳 찾아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6·25전쟁 참전국 출신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2023년 DMZ 통일 발걸음’ 발대식이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다. 발대식에는 참전 16개국 출신 대학생을 비롯해 한국 대학생과 탈북 청년들이 참여했다. 안철민 기자
“앞으로 대만도 어려울 때 자유 진영의 많은 나라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만난 대만인 양정운 씨(30·여)는 “한국이 풍전등화 위기에 놓였을 때 많은 나라들이 도움의 손길을 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카키색 조끼와 모자 차림으로 행군 준비를 마친 그는 이날 북한 인권 단체인 사단법인 물망초가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DMZ 통일 발걸음’ 발대식을 찾았다. 대만은 참전국은 아니지만 양 씨는 6·25전쟁의 역사적 현장을 둘러보고자 행사에 참석했다.
탈북민을 포함한 남북한 및 6·25전쟁 참전 16개국 청년 등 68명은 17일부터 21일까지 4박 5일간 DMZ를 비롯한 전적지 11곳을 찾아다니면서 6·25전쟁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일정을 시작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엔 예년처럼 남북한 출신 청년들뿐 아니라 6·25전쟁 당시 공산주의 진영에 맞서 싸운 참전국 청년들도 새롭게 모집했다. 청년들은 경기 동두천에 있는 벨기에, 룩셈부르크 참전비를 시작으로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도착할 때까지 태국, 노르웨이, 영국, 호주, 필리핀, 미국 참전비 등이 있는 중부전선 일대를 걷는다. 물망초 관계자는 “5일간 걷는 거리만 100여 km”라면서 “민간인통제선 내 철책도 걸어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발대식에서 여러 국적의 청년들은 “6·25전쟁이 발발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수호하고자 16개 참전국 젊은이들이 모였던 그때를 회상하며 전투 현장을 걷겠다”면서 힘 있게 출정선서를 외쳤다. 탈북여성 35명으로 구성된 물망초 합창단은 ‘압록강 이천리’ 등 북한 가요를 불렀다. 김석우 물망초 이사장은 축사에서 “다양한 전쟁의 흔적을 살펴보는 행군을 할 것”이라며 “과거 역사를 기억하는 여행이지만 여러분의 미래를 향한 문을 여는 탐험”이라고 했다.
발대식이 끝난 뒤 청년들은 평화의 광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국가별 기념비에 헌화를 했다. 알리야 씨(23·여)는 “프랑스 군인도 6·25전쟁에 참여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분들의 희생을 기념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4박 5일간 일정 중 저녁 시간엔 예비역 장성 등이 국군포로나 납북자 등 6·25전쟁이 남긴 과제에 대해 강의하고 청년들이 토론을 하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한반도를 지켜내기 위해 피를 흘렸는지 돌아보면서 6·25전쟁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글로벌 사회에서 어떻게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