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문자’ 특종을 한 주진우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털 사이트에서 내 기사는 꽁꽁 숨겨 놓는다”며 “오늘 장충기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기사(삼성의 MBC 인사 개입)를 썼는데 이 기사도 파묻었다. 삼성의 힘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꼬집었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2일치 신문에서 언론사 간부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청탁·구애 문자 메시지를 사진 기사라도 다룬 언론은 한겨레뿐이었다.
한겨레는 12일치 6면 하단 사진기사에 “추미애, 삼성에 청탁한 언론사 겨냥 쓴소리”라는 제목의 사진을 싣고 간단하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을 전했다.
추 대표는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광고 청탁이나 사적 부탁 등 삼성이 언론사를 어떻게 주무르고 관리했는지 알 수 있다”며 “특히 충격적인 것은 매년 수백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는 연합뉴스가 삼성 경영권 승계에 사역한 것이다. 이제라도 해당 언론사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전 사장 문자에서 드러난 삼성과 연합뉴스 간부들의 유착을 비판한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11일 “‘언론사 간부들 장충기에 청탁문자, 개탄스러운 일’”이라는 제목으로 더불어민주당 입장을 짧게 인용 보도하고 12일 지면 하단에 작은 사진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했지만 지난 8일 온라인 기사에서 시사인 보도를 세세하게 인용했던 것과 비교된다.
반면, 다른 언론사들은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방송 언론도 대동소이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1일 사이 주요 방송사 7곳 가운데 관련 사안을 보도한 것은 JTBC뿐이었다.
▲ JTBC 뉴스룸 8일자 보도. 자료화면으로 시사인 517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JTBC 화면 캡처 |
JTBC는 8일 “장충기 문자 속 ‘언경 유착’”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언론사 전·현직 간부들이 각종 청탁을 하면서 우호적인 기사를 약속한 정황”이 ‘장충기 문자’에 담겨 있음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같은 기간 KBS·MBC·SBS·TV조선·채널A·MBN 등 주요 방송사들이 침묵했다는 것이 민언련 설명이다.
민언련은 포털 등 온라인상에서도 보도가 적었다고 분석했다. 7일부터 11일 12시까지 네이버 메인 노출 이력을 1시간 단위로 검토한 결과 네이버는 단 한건의 관련 보도도 메인에 노출하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의 온라인 보도도 한겨레가 7건, 동아일보가 2건, 경향신문과 중앙일보가 각각 1건의 관련 보도를 이 기간 포털에 송고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단 한건의 관련 보도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사인은 지난 11일 장 전 사장의 문자를 추가 공개하며 삼성이 MBC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폭로했다. 장충기는 익명의 한 인사에게 문자를 통해 “아들은 어디로 배치 받았느냐.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이 안광한 사장과 MBC 입사 동기라 부탁한 건데 안 사장이 쾌히 특임하겠다고 한 건데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던 것.
시사인은 “장충기 전 사장이 MBC 직원의 인사와 관련한 청탁을 받아,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을 통해 안광한 MBC 사장 쪽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장충기 문자에서 언급된 특임사업국은 안광한 전 MBC 사장이 2014년 10월 신설한 사업 부서로 이곳에서 제작한 드라마 ‘옥중화’에 박근혜의 비선 정윤회의 아들 정우식이 출연해 특혜 의혹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