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27년
5월
9일
저의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하겠다.”(윤석열
대통령 11월
7일
대국민담화 중)
2024년
연말 정국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5년
임기를 채우느냐다.
대통령 지지율은
10%대로
급락했다.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을
넘어 데드덕(dead
duck·권력공백)
구간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상황은 악화
일로다.
‘하야·특검·탄핵·개헌’이라는
압박 카드를 저울질 중인 야권은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반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불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아울러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글로벌 외교안보 및 통상무역 지형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분수령은
11월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이었다.
윤 대통령의 위기는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22대 총선 참패라는 국민적 경고에도
‘마이웨이식’
통치 스타일을 고집했다.
20%대 초중반에서 오르내리던 지지율은 결국
10%대로
추락했다. ‘윤·한
갈등’이라는
현재·미래
권력의 불화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선 윤 대통령의 마지막 기회였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무위로 돌아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정국 반전은 고사하고 여론만 더 악화됐다.
향후 지지율 전망도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정농단·대통령
탄핵’이라는
‘어게인(Again)
2016’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김건희·명태균
의혹 해소 또 실패
22대
총선 참패에도 쇄신과 변화는 없었다.
위기의 징후는 지속됐으나 용산 대통령실은 천하태평으로 보였다.
국정 운영 동력은 날이 갈수록 약화됐다.
이는 최근
10%대
지지율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갤럽
10월
4주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20%에
턱걸이하더니
5주차
19%, 11월
1주차
17%로
급락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이
48.56%였다는
점에서 지지층 절반 이상이 무더기 이탈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음성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장외 집회로 정권을 압박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반전의 승부수를 던졌다.
미 대선과 해외순방 일정을 고려해
11월
말로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11월
초로 앞당겼다.
그만큼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었다.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명태균 씨가
11월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기대를
모았던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은 낙제점이었다.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 대통령은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세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유명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자본은
‘조선제일사랑꾼’으로
치환됐다.
특히 최대 화두였던 김건희 여사 및 명태균 씨 관련 양대
의혹 해소에도 실패했다.
야권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에
관해서는 △악마화
△정치선동
△인권유린
△반헌법적이라며
반박했다.
특검이 위헌적이라는 주장은 윤 대통령 본인이 국정 농단 사태
당시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맹활약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이자
자기부정이었다.
게다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 밖에 기자회견 당시 보여준 윤 대통령 특유의 화법과 소통
방식에서 독선적 모습이 묻어난다는 혹평마저 나왔다.
2016년
10월
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서울역 맞이방에 있던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동아DB]
윤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사과는 역대 대통령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 비리 의혹에 사과하고 사법처리를
받아들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집권 첫해 광우병 시위로 레임덕 위기에
내몰렸을 당시 진솔한 사과로 정치적 반전에 성공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사과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차
대국민담화와 닮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 담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사실상
인정했다.
전문가 평가도
낙제점이었다.
김진욱 정치평론가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하고 사과·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면서
“왜
기자회견을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사과
형식을 취했지만 사후 조치에 대한 분명한 약속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일부
진전된 표현에도 대국민 사과의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며
“총론은
사과였지만 각론은 여전히 김건희 여사를 감싸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는 귀를 닫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지율
반등보다는 보수층을 잡기 위한
‘집토끼
전략’의
일환이었다”며
“중도층이나
진보층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많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李·安·韓’과
연이은 불화로 뺄셈 정치
관건은 담화
정국 이후의 정치 풍향계다.
여권 내부적으로 보면 분열된 세력의 통합이 시급하다.
다시 말해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선택했던 지지층의
재결집이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의 위기는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20대 대선 이후 최근까지 실패한 당정 관계가 대표적이다.
친윤계 주도의 정치 질서 재편 과정에서 집권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른바
‘세대포위론’으로
대선·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전
국민의힘 대표)을
시작으로
0.73%포인트 박빙 승리의 조연으로 단일화 파트너였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거쳐 현 정부의 황태자로 보수
1순위
차기 주자인 한동훈 대표와 불화가 지속됐다.
특히 김기현 대표 체제 성립 과정에서는 대선 라이벌이던
유승민 전 의원과의 불편한 관계도 지속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파열음이 커지며 대선 승리의 주역인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역대
정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YS는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TK
중심의 민정당계와 충청권의 맹주였던
JP(김종필)와
결별하면서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다.
DJ도 김대중 정부 중후반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붕괴로 정치적 고립을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호남과 빚은
불화로 집권 내내 레임덕 수준의 통치 불능 사태를 겪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대통령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의
11월
1주
여론조사에서는
17%였다.
부정 평가는
74%로
긍정 평가의
4배 이상이었다.
물론 역대 정부에서도 지지율 폭락 사태는 있었다.
다만 이는 임기 말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무렵에 지지율
10%대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특히 세대와 지역 등 세부 지표는 매우 심각하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20대
11%, 30대
10%, 40대
9%, 50대
15%에
불과했다.
60대
23%, 70대
이상 34%로
유지했을 뿐이다.
캐스팅보트인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8%,
정치성향별 중도층도
13%에
불과했다.
앞서
10월
5주차
조사에서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
전국 평균
19% 보다 낮은
18%가
나오기도 했다.
자칫하면 텃밭마저 돌아설 수 있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복잡하고 중층적이다.
명태균 씨와 한 음성통화 녹취 폭로는 트리거였을 뿐이다.
취임 초부터 제기된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
없이 야권 공세에 방어적으로 끌려왔다.
또 방송통신위원장,
독립기념관장,
국가인권위원장 등 인사 논란도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상황 속에서 내우외환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된 것도 불리한
환경이었다.
문제는 지지율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반등 전망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김진욱
평론가는
“보수
진영은 윤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했어도 더는 대통령을 궁지로 몰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지지율 반등이나 상승의 동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 역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은 보수층에게 방어의 근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지율 추가 하락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용산발 추가 악재 발생과 부실 대응이 이어진다면 지지율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차재원 교수 역시
“지지율
반등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현
상황에서는
10%대 후반 지지율 유지조차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비토층 강한 이재명과 학습효과
거대 야권의
강경 스탠스도 향후 정국의 변수다.
민주당은 거칠 게 없다.
‘이재명’이라는
1순위
차기 주자에다 절대 과반 의석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과거 이회창 전 총재 시절 한나라당의 막강한 권력을 능가할
정도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즉각적 퇴진을 외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과 민주당 차기 집권은 별개 문제다.
특검,
하야,
탄핵,
임기 단축 개헌 등 꽃놀이패를 쥔 민주당 역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야와 임기 단축 개헌은 이미 윤 대통령이 거부했다.
유일한
선택지인
‘대통령
탄핵’은
현실적 제약 조건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참패와 보수 궤멸이라는
트라우마를 겪은 보수층의 참여 여부가 불분명하다.
아울러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이탈표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다 해도 헌법재판소(헌재)에서
탄핵안 인용을 장담할 수 없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헌재에서 기각된 바 있다.
탄핵 이후
상황에 대한 정치 스케줄도 변수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국회의 대통령 탄핵→
헌재 인용→
조기 대선 실시→
민주당 대선 승리라는 로드맵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과 민주당의 대선 승리는 이음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강력한 팬덤만큼이나 정치적 비토층이 상당하다.
게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1심
판결도 부담이다.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의 탄핵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2016년
국정농단·탄핵
사태와 유사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적잖은 차별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李
사법 리스크·尹
인적쇄신 변수
윤희웅 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라는 국민적 탄핵 흐름은 진보층과 중도층 이외에 보수층 일부 동참과 보수정당의 분열이 전제된 것이
2016년의
모습”이라면서
“탄핵에
대한 보수층의 트라우마와 보수정당의 학습효과 탓에 현재로서는 탄핵의 현실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평론가는
“그때는
국민들이 먼저 분노하고 정치권이 그 분노에 올라탔다”며
“현재는
문제는 있지만 국민들이 거리에 나올 단계는 아닌 듯하다”고
지적했다.
최진 원장은
“야당의
전략은 심플하다.
인정사정없이 밀어붙이면서 식물 정권을 만드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질적 탄핵 절차에는 착수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윤 대통령 임기의
3분의
2를
넘기는 시점으로 템포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재원 교수는
“현
국정 난맥상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닮은꼴”이라면서도
“결국은
민심이다.
현재 여론이 과거 최순실 게이트 때처럼 폭발하고 있지 않다.
아직은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획기적 수습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탄핵 여론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버티기’와
야권의 탄핵 압박 속에서 연말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3년은 너무 길다”며
22대
총선 당시 조국혁신당이 깃발을 들었던 탄핵 열차는 이미 출발했지만 윤 대통령은
5년
임기 완수 의지를 내비치며 중도 하차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 상황에서
남은 변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1심
판결과 윤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인 인적쇄신이다.
길게는 차기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메가톤급 변수다.
이 대표는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5일
‘위증교사’
관련
1심
판결이 나온다.
윤 대통령 역시
APEC
및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적정한 시점에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한 인적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의
1심
판결이
2027년 대선 전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민주당도 지난 대선 선거 보전 비용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이 대표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진 원장은
“이
대표의 파멸이 윤 대통령의 기회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트럼프
압승’이라는
미국 대선 결과는 이 대표에게 직·간접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대표 역시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보수층의 분열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누그러뜨리는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무엇보다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했다.
10%대 후반의 지지율이 추가 하락한다면 설상가상이다.
레임덕은 그야말로
‘뉴노멀’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임기를 채운다 해도 식물 정부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여권 내부의
‘선상
반란’으로
‘김건희
특검’이
통과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고집불통
윤석열’ vs
‘배신자 한동훈’이라는
프레임 비방전을 멈추고 한 대표의 협력이 절실하다.
위기 정국을 타개할 카드는 결국 국정 성과와 인적쇄신이다.
홍형식 소장은
“윤
대통령이 현 지지율로는 남은
2년
반을 보낼 수 없다”며
“특히
4대
개혁 중 일부라도 가시적 성과가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여야 협치는 필수적이고,
지지율
20%대를
회복하고 최소한
30%대에
올라서야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최진 원장은
“윤
대통령의 마지막 남은 사실상 유일한 기회는 인적쇄신”이라면서
“모든
인사와 국정 운영에서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내각과 대통령실에 전진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