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19) - 제주일주 WALK 기행록(8)
- 구좌 여러 마을 거쳐 성산일출봉 지나다(구좌 월정 – 수산 사거리 30km)
4월 2일(월), 오전 7시 반에 버스에 올라 성산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하여 구좌읍 월정리 해안으로 향하였다. 오전 8시, 홍순언 이사의 인도로 몸을 풀고 사또 에이꼬(81세) 씨가 조신한 목소리로 선창하는 ‘GO, GO, Let’s GO’를 연호한 후 8일째 걷기를 시작하였다. 사또 에이꼬 씨는 조선통신사 걷기를 비롯하여 한국일주, 대만일주를 함께 한 베테랑 걷기인이다.
월정리를 출발하여 행원리 해안에 이르니 ‘풍차가 아름다운 마을’이라 표기한 주변에 마을 주변 바다와 들판에 다수 설치된 풍력발전기가 별다른 풍광으로 다가온다. 해안을 지나는 동안 풍력발전기의 날개 그림자가 발걸음 주변에 어른거리는 모습과 함께.
'풍차가 아름다운 마을’이라 적힌 해안에서 잠시 휴식, 빨간 조끼의 여인이 ‘GO, GO, Let’s GO’를 사또 씨
행원리 다음은 평대리, 세화 민속5일 장터를 지나 포구에서 잠시 휴식하는 동안 인근 카페 주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이곳 바다의 특산은 무엇인가. 해삼과 성게 등이 나오지만 구좌읍의 특산은 당근입니다.’ 주변 밭에는 밑동이 잘 자란 무밭이 여럿이고 어촌계 공터에는 시멘트에 말리는 톳 무더기가 즐비하다. 하도리의 여러 마을을 돌아 다시 바닷가로 나오니 12시가 지나는데 아직도 하도리 어촌계 공동창고 앞, 그곳에서 오전 걷기를 마무리하였다.
버스에 올라 성산읍의 식당까지 10분 이상 이동하여 든 점심은 옥돔구이와 돼지갈비를 곁들인 백반, 밥맛이 좋다. 점심 후 다시 하도어촌계 공동창고 앞으로 돌아오니 이곳에서 10여km 구간이 AI 통제구역이라 도보행진이 불가하다는 것, 버스에 올라 21올레코스가 끝나는 지점 지나 우도 행 배편 도항 장소까지 차량으로 행진하였다.
오후 2시 넘어 올레 1코스 구간인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걷기 시작, 모자가 날아갈 만큼 강한 바닷바람 뚫고 한 시간 여 우도와 성산일출봉의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이 가뿐하다.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널리 알려진 성산일출봉 매표소 앞에서 잠시 휴식, 평일인데도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비롯한 관광객들로 일출봉을 오르내리는 인파가 북적인다. 쉬는 동안 최효경 이사가 아이스케이크를 하나씩 건넨다. 며칠 전에도 사주었는데 감사.
걸으면서 살핀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널리 알려진 성산일출봉 모습
성산일출봉에서 빠져나와 서귀포 방향 큰길에 들어서니 도로 양쪽이 활짝 핀 벚꽃길로 화려하다. 길바닥에 떨어진 벚꽃가루를 밟으며 영변 약산의 진달래 꽃길 즈려 밟는 김소월의 시구를 떠올리기도. 오후 5시 20분, 수산 사거리에 이르러 8일째 걷기를 마무리하였다. 구좌읍 여러 마을과 우도, 성산 일출봉 지나 수산 사거리까지 걸은 거리는 30km. 8일째 걷는 동안 부상자가 속출하고 체력도 떨어지는 막바지를 잘 이겨낸 일행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끝까지 파이팅!
* 걷는 동안 해녀박물관, 두터운 돌담길,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 등 볼거리들이 많은데 자세히 살필 시간이 없어 스쳐 지난다. 당나귀 모형을 흉내 낸 올레길 표시 마크를 간세라 부르는데 이는 느림보, 게으름뱅이 라는 뜻, 21
개 코스로 이어진 올레 길을 천천히 걸으며 여유와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빠듯한 일정에 쫓기듯 걷는 것이 아쉽다. 출발 때 ‘GO, GO, Let’s GO’를 선창한 사또 에이코 씨에게 제주도 바닷길 걷기 소감을 물었다. 일본 아키타 현 내륙지방에서 살고 있어 바다가 그립다는 사또 씨가 4년 전 동해안 해파랑 길 걸을 때 감동하던 일을 떠올리며. 그녀의 대답, ‘제주도가 동해안보다 더 아름답다. 하와이에 가보지 못하였지만 제주도가 동양의 하와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녁식사(서귀포의 안거리 밖거리 식당의 한정식) 때 이날 생일을 맞은 재일동포 이미미 씨의 생일을 축하, 식사 후 서귀포 시내의 가름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올레길 곳곳에 설치된 올레 표시 마크 간세를 본딴 스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