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영화배우의 죽음을 두고 묵념해보긴 처음이다. 아, 찰톤헤스톤...미남은 아니지만 190센티가 넘는 키와 적당한 근육질의 이 배우에게 나는 경배할 수 밖에 없었다.불후의 명작 <십계> <벤허><엘시드>등에서의 그의 연기는. 10대의 청소년이었던 박길목에게 충격과 감동 그 자체였다.
보라. 이태리의 천재 감독 '세실B데밀' 의 <십계>에서 그의 빛나는 연기를...모세로 출연한 그가 이집트 파라오인 '율브린너'(물론 이 배우도 대단한 천재 배우지만)와 옛 여인'앤 박스터'사이에서 여호와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난 당당한 표정연기,그러면서도 자기 형인 파라오와 그의 부인이자 자기 연인이었던 앤 박스터를 뿌리칠때의 단호함과 그 이면에 숨겨진 아픔을,그 누가 이 찰톤 헤스톤 만큼 디테일 하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또 홍해 바다를 지팡이로 내리치며 갈라지게 했을 때,그 자신도믿음과 놀람으로 가득차 성령의 빛으로 둘러쌓인듯한 표정은 가히 절창 압권이다. 어디 그 뿐이랴.그의 생애에 최고 콤비를 이루었던 감독 <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에서 전차를 타고 경주를 하는 스펙터클한 남성 연기력은 어느 배우도 흉내내지 못한다. 또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전쟁영화 <미드웨이>인지<도라 도라 도라>인지는 기억에 확실치 않으나 하여튼 거기에서 깜짝 까메오로 우정 출연했던 찰톤헤스톤이 일본군에 격추당한 미군 조종사로 1분 출연했는데,1분 연기한 그의 연기력은 100분 출연한 다른 배우 보다 훌륭했던 터이다.
일본군의 포화를 얻어맞고 미드웨이 항공모함에 불시착한 찰라 폭발해버린 비행기 속에서 마지막 조종간을 잡고 억,하는 비명으로 최후를 맞는 그의 1분도 안되는 마임이 40년 가까운 세월의 내 뇌리 속에 각인된 것은 나도 어지간히 영화를 감상할 줄 아는 매니아인 탓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