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 마을>

< 샤프베르크 산에서>
숙소(8:40) - 장크트 길겐(11:30) - 볼프강(12:50) - 장크트 길겐 - 잘츠부르크 - 숙소
잘츠감머구트 지역을 여행하기로 한날. 가이드북에는 미라벨 정원 앞에서 포스트 버스가 출발한다고 되어 있어서 우리는 중앙역에서 걸어 미라벨 정원까지 갔다. 그러나 어디에도 포스트버스가 출발하는 곳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지나쳐 온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고 했다. 겨우겨우 묻고 찾아서 보니 우리가 가려고 하는 장크트 길겐으로 가는 버스는 10시 30분에 있었다. 그리고 첫 출발지는 중앙역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중앙역을 거쳐서 미라벨 정원까지 온 것이다. 좀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라면 9시 30분 차를 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샤프베르그산 - 협궤열차 철로 - 에델바이스가 잔득 핀 길>
처음에 몰랐을 때는 이렇게 어려우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구나 생각했는데, 알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단기간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은 가려고 생각을 안 하는 것 뿐이었다. 장크트 길겐은 1시간에 버스가 한 대 정도 있는데 우리가 탄 버스인 11시 30분 버스 정도까지는 타야 당일로 잘츠부르크로 돌아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를 그곳에서 머물러야 하므로 시간 계획을 잘 잡아야 한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그곳에서 하루 묵고 수영도 즐기고, 트래킹도 하면 좋을 것이다. 장크트 볼프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장크트 길겐행 버스를 탄다. 길겐으로 가는 도중에 여러 휴양도시들을 만날 수 있으므로 그런 곳에서 쉬어도 좋다. 또 길겐 마을에서는 로프 웨이도 있고,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므로 그런 것을 즐기고 길겐 마을을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길겐 마을은 모짜르트의 어머니 생가가 있는 곳이다.
길겐마을에서 볼프강마을까지는 배를 이용하는데, 표를 끊을 때, 볼프강의 샤프베르크산으로 가는 산악열차티켓이 결합된 콤비네이션 티켓을 끊으면 왕복 배 삯, 산악열차왕복티켓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는 별로 정보 없이 이쪽으로 오게 되었는데, 만약 제대로 알았더라면 절대로 하루만에 돌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호숫가에 민박집을 얻어서 수영도 즐기고, 트래킹도 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을 것이다. 여행말미에 이탈리아에 있는 아들내외와 만나기로 한 곽선생님 부부는 자녀분들과 이쪽으로 오면 정말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그저 쳐다만 보고 가야 하는 산들이는 입이 오리처럼 나와 있었다. 어른인 나도 호수에서 여유 있게 노니는 그들이 부러웠는데, 어린 산들이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우리는 산에 올라가면 배가 고플 것 같아서 미리 호숫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갔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산 정상에는 식당이 몇 군데 있고, 그렇게 비싸지도 않으므로 산 위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호숫가의 식당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서 나쁘지 않았지만 부른 배를 안고 산 위에서 그냥 내려와야 했기에 조금은 아쉬웠다.
산 정상에서는 잘츠감머구트 정경이 한 눈에 모두 들어온다. 그 지역은 4개의 호수가 있는데, 호수들도 모두 내려다 보인다. 정말 권하고 싶은 곳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가져간 과일도 먹으면서 시원한 산바람을 마음껏 즐겼다.

<장크트 볼프강 마을 앞 - 여행 내내 모져지간처럼 다정했던 산들과 김선생님>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산 정상에서 내려 경치 구경을 하고, 트래킹을 즐기면서 산을 내려오다가 한 구역 아래의 전차역에서 타면 더 좋을 것이다. 그곳은 영화 <사운드 오므 뮤직>에서 아이들과 마리아가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산으로 소풍을 가서 노래를 배운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한데, 들꽃이 피어나고 산바람이 불며 아래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온갖 시름을 잊게 할 정도이다. 볼프강 마을도 할슈타트처럼 작은 마을이 아기자기하다. 골목마다 상점들이 모여 있어 그냥 길 따라 걸으며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볼프강 마을을 둘러보고 배를 탄 시간은 6시15분. 잘츠부르크에 도착한 시간은 8시경이었다. 우리는 가이드북에 안내된 오스트리아 정통요리를 한다는 식당을 찾아 다시 게트라이데 거리로 갔는데, 1인분은 너무 많아서 5명이 3인분을 시켜 <장크트 볼프강 마을 앞>
먹었다. 유럽인들의 1인분은 많기 때문에 절대로 다 시켜서는 안 된다. 슈니첼과 굴라쉬를 시켰는데 맛있게 정말 잘 먹었다. 온통 굴뚝처럼 품어대던 담배연기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현지인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집에 돌아와 문을 못 열어서 정말 혼이 났다. 유럽의 자물쇠들은 옛날 방식이어서 열기가 정말 힘들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도 않고, 문은 안 열리고 20문이 넘게 씨름하다가 겨우 열었다.
주인이 야속하다며 속으로 원망도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인부부도 외출하고 없었던 터였다.
이렇게 잘츠부르크의 밤은 깊어가고 우리는 다음날이면 체코로 떠나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