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떠나는 광주 시간 여행
트래비 2023.03.16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광주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화려한 도시의 야경과 맛집까지 두루 섭렵하는 타임머신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의 즐거움에 배움을 덧붙인 일석이조 여행.
● 광주와 전남의 시간
국립광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은 약 6만 5,0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기왓장을 얹은 고풍스러운 건물에 유구한 세월을 통과해 온 내려온 광주·전남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먼저 2층에 있는 역사문화실을 관람한 후 1층 아시아도자문화실을 둘러보면 좋다.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서대로 빠짐없이 관람할 수 있다.
역사문화실1은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 국가를 형성 시기인 삼국시대까지 오래전 선조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개 무덤에서 발굴된 거친 주먹도끼와 정교한 돌날 등 선사시대 사용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청동기와 철기 시대로 넘어가면 투구와 갑옷, 금동 관모 등 계급 사회를 나타내는 유물들을 만나게 된다.
무덤에서 발굴된 유골과 여러 가지 부장품들은 시간을 초월한 과거의 흔적들이다. 특히 시신이나 뼈를 담아 묻었던 독널은 광주와 전남에 형성된 독특한 장례 풍습을 엿보게 한다. 청동기 시대에는 실생활에 쓰던 항아리를 재활용했지만 삼한, 삼국시대에는 독널을 따로 만들어 분구묘라 부르는 무덤에 묻었다. 5세기 말부터 돌방무덤을 세웠던 백제 문화에 동화되면서 독널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만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애니메이션이나 영상들이 삽입되어 있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구례 화엄사는 교종 불교의 중심지가 된다. 역사문화실2에는 불교 미술과 관련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국보인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과 보물로 지정된 화엄석경은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물이다. 돌 파편에 새겨진 문구를 자세히 해석해 놓았다. 고려 시기 철로 만든 철조여래좌상은 오묘한 분위기에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1층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베트남 도자기들을 비교 전시한 공간이다. 고려 시대에 발달한 청자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분청사기, 백자를 당시 생활상과 연계해 깊이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신안 해저에서 출토된 문화재들도 전시하고 있다. 수백 년 전 중국과 일본을 오가던 무역선에서 수많은 유물들이 발굴되었는데 도자기 외에 금속기와 향나무 등 선원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관람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선원이 되어 도자기 구입부터 운반, 침몰, 도자기 발굴까지 전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가상현실 체험에 도전해보자. 참가신청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나면 ‘아는 만큼’ 광주가 달리 보인다.
● 화려한 도시, 광주를 만나는
광주 사직공원 전망대
광주 사직공원은 원래 사직단이 있던 곳이다. 옛적부터 나라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유서 깊은 장소이지만 시대에 따라 헐리고 다시 복원되기를 반복하며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그 중심에 최근 개보수를 마친 4층 높이 전망대가 서 있다.
밤이 되면 전망대 주변은 알록달록한 빛의 군무로 들뜬다. 숲 사이로 보이는 전망대는 마치 영화에서 보이는 UFO처럼 독특하게 생겼다. 전망대에서 쏟아져 나온 레이저 빔이 밤하늘에 긴 궤적을 남기고 사라져 버리면 숲과 바닥은 온갖 컬러로 물든다. 반짝이는 불빛이 반딧불이처럼 날아다니고 지상은 물감을 퍼부은 것 같은 빛의 향연으로 가득 찬다. 아이들과 예쁜 사진을 남기기 좋다.
전망대 외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까지 오르면 도시의 야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낮은 단독 주택부터 고층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점점 화려해지는 불빛들이 광주가 발전해 온 모습을 보여준다.
전망대 3층은 갤러리를 겸한 카페로 꾸며졌다. 밖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창이 설치되어 있어 날씨가 춥다면 실내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오늘날 광주를 다양한 감성으로 표현한 지역 작가들이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맛집
찐한 베트남의 향기
분포나인
사직공원에서 멀지 않은 양림동 맛집이다. 노란 간판과 소박한 등불, 테이블에 놓인 소품들이 베트남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야경 관람 전에 따끈한 쌀국수 한 그릇 먹고 나서면 금세 속이 뜨끈해진다. 양지와 사골을 오래 끓여 만든 육수에 차돌고기가 고명으로 얹어 나오는데 담백하고 깔끔한 뒷맛이 인상 깊다. 매운 버전도 있다.
새콤한 맛이 당긴다면 토마토 계란 국수(분레)를 추천한다. 숙성시킨 토마토와 새우, 오징어, 계란을 듬뿍 넣어 만든 국수는 의외의 맛을 선사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의 조합이 놀랍도록 맛있다. 짭조름한 해물 육수에 새콤한 토마토와 고소한 계란이 버무려져 아이들 입맛에도 잘 맞는다.
글·사진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