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난은 왜 일어나느냐?
내가 '도올'이야기를 다 못해드렸습니다.
이씨조선 500년 동안 불교가 크게 탄압을 받았습니다.
크게 설움도 받았습니다. 아시죠?
국시(國是)가 한때는 반공이었지만, 그때는 억불숭유(抑佛崇儒)였습니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 불교를 누르고 유교를 숭상한다는 것입니다.
이조 500년 동안 억불숭유 정책으로 일관했어요. 왜 그러했느냐?
고려 당시에 불교가 너무 부패했어요.
그래가지고 유학자들 일파가 이성계를 등에 업고 혁명을 성공시켜서
이씨조선이 생긴 거예요. 그 유학자들의 대표자가 '삼봉 정도전'입니다.
정도전, 그 사람이 뭘 모르고 불교를 형편없이 곡해했습니다.
'불씨잡변(佛氏雜辨)'에서 불교를 갖다가 마구 훼욕하고 능멸했어.
그때도 누구 한사람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는 말을 한 사람이 없었어.
정도전의 그 불씨잡변의 논지를 논리적으로 때려 부순 사람이 그때 하나도 없었어요.
무학이 있었지만 그것을 못했어.
그러니까 국시를 완전히 유교의 기치로 내걸고 이성계 이후 몇 십대가 내려갔잖아요.
모든 왕들이 불교를 형편없이 본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 이유가 좀 있습니다.
우리가 반성해야 됩니다. 승려들이 반성해야 되고, 신도들이 반성할 점이 있습니다.
고려 불교가 부패했는데 어떻게 부패한 줄 압니까?
또 5공화국 전두환 정권 때 ‘10.27법난’이 있었잖아요.
그 10.27법난 때 우리 불교가 탄압받았습니다. 법난(法難)을 맞은 거예요.
1980년 10월 27일로 기억합니다. 내가 그때 문수사 주지였어요.
그리고 조계종단을 대표하는 재무부장이자 상임포교사였습니다.
그때 10.27법난이 있어가지고 150명을 하루아침에 체포해가지고 간 거예요.
그 당시 재무부장이면 그건 뭐 체포 영순위였어요.
그런데 내가 총무원에 와보니까 다 잡혀갔는데 나만 빠졌더라고.
그래서 ‘나도 이제 잡혀 가겠구나.’했는데 잡으러 오지 않았어.
나는 그때 모면을 했습니다.
중국에도 유명한 법난이 있습니다. 여러분, 중국에 유명한 법난이 있지요.
그 불교가 성했던 당나라 때에도 한번 얻어맞은 거예요.
법난이 어떻게 일어난 줄 압니까?
‣첫 번째 이유가 ‘썩으면 오리라.’ 승려들이 썩으면 국가권력이 놔두지 않습니다.
‣두 번째, 나라의 지도자가 불교 이외의 종교에 귀의해서
거기에 푸~욱 빠져있을 때입니다. 그때 친다고요.
아무리 이교도가 대통령이 되고 왕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교단이 썩지 않고 건강하면 절대로 칠 수 없는 거예요.
명분이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법난이 일어난 때를 보면 승려의 계율과 기강이 땅에 떨어져서
불교는 백성들이나 위정자에게 무시되고 왜소하게 되어버렸을 때입니다.
출처:2011년 자재 만현 큰스님 법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