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 티베트 시골에 갔다가 티벳인들을 만났습니다. 갖고 간 티벳어 회화 책을 더듬 더듬 읽어가며 대화를 시도하다 '나는 티베트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이 사람이 먼소리여?' 라며 쳐다 보더군요. 몇 번을 말해도 싸~한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금에 생각해보면 그 때 티벳인들의 반응은 당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티베트'는 영어 표기 'TIBET'를 말하는건데요. 이 단어는 원래 티벳인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말할 때 쓰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 독일 탐험대가 촬영한 티베트 달라이 라마의 겨울 궁전 '포탈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티베트란 말은 토욕혼(4세기 중엽~7세기, 몽골계 유목민) 사람들이 '투르크-몽골어'방언으로 '토판/토푸트'라고 부르는 것이 교역을 통해 아랍으로 전해져 서양에 알려지면서 'TIBET'라고 했다는군요. 중국인들은 '토번(吐番)'이라고 한자로 표기했고 이후 '서장(西藏)'이라고 했습니다.
티벳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뵈'라고 불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보통 중부 티베트를 칭하는 말인데 넓은 의미로 '뵈'라고 표현했고 티벳인을 '뵈빠'로 불렀습니다.
지금은 티벳의 대도시에선 영어 'TIBET'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지만 유목 생활을 하거나 시골에 있는 티벳인들에게 티베트라고 하면 모르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아이 러브 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