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겨울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겨울"…4분기도 어두울 전망=한국 / 10/10(목) / 한겨레 신문
◇ 반도체 위기설 현실화되나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약 1조엔) 남짓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국면에도 불구하고 실적 회복을 유지하지 못하고 나홀로 후퇴했다. AI 칩에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데다 각종 대내외적 악재까지 덮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호황 시 쌓아둬야 할 '실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망도 한층 어두워졌다는 평가다. 6만 전자(이 회사 주가가 6만원대까지 떨어진 것을 말한다)에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자 경영진도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냈다.
■ 반도체 호황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어닝쇼크' 이유는
삼성전자가 8일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3분기(79월) 매출 79조원(약 8.7조엔), 영업이익 9조1천억원(약 1조엔)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7%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3%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친 것은 올해 반도체 호황 국면에 들어선 이후 처음이다.
이번 실적은 이미 낮아진 시장 전망치조차 채우지 못했다. 이에 앞서 13~14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예상해온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전망치를 10조원대로 낮춰 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날 집계한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은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이었다.
실적 악화는 주로 반도체 사업이 고전한 영향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 6조4510억원에서 3분기 4조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성과급(OPI) 관련 충당금이 일부 반영되고 24분기에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끌어올렸던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급 규모도 34분기에는 축소되는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재고자산평가손실환입이란 앞서 하락한 재고의 시가가 다시 오를 때 이를 회계상 이익으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도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 약화도 이번 실적에서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일단 AI 칩에 이용되는 HBM의 부진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이날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의 경우 주요 고객사를 상대로 한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미국 엔비디아(NVIDIA)에 대량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호황의 'AI 편중'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심각성은 크다. 최근 들어 AI를 제외한 스마트폰·PC에서는 수요 위축 장기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업황이 시들해지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적자도 지속됐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는 메모리 사업부가 낸 5조원대 이익을 파운드리가 1조원 이상 잠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수율(양품 비율)이 너무 낮아 제품을 만들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4분기 이후 흐림 경영진도 이례적 사과
올 44분기 이후의 전망도 밝지 않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HBM이나 파운드리를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사들도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최근 나온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원대로 한 달 전 14조원대였던 것에 비해 낙차가 크다.
메모리 호황이 한창인 시점에서 실적 회복이 주춤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제조업은 꾸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만큼 호황 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에 실탄 마련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호황기에 최대 50조원(약 5.5조엔)가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올려왔지만 올해는 40조원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HBM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올해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인 것과 대비된다.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근원적 경쟁력'을 언급한 반성문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장(부회장)은 이날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해)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가 희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1% 하락한 6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실적 발표 직후 한때는 5만9900원까지 떨어졌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는 겨울이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겨울"이라며 "(2026년 이후)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