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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자자(勤勤孜孜)
매우 부지런하고 정성스럽게 힘쓰는 모습이라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자세를 알려주는 말이다.
勤 : 부지런할 근(力/11)
勤 : 부지런할 근(力/11)
孜 : 힘쓸 자(子/4)
孜 : 힘쓸 자(子/4)
(유의어)
근근간간(勤勤懇懇)
출전 : 규원사화(揆園史話) 만설(漫說)
이 성어는 규원사화(揆園史話) 만설(漫說)에 나온다. 규원사화(揆園史話)는 숙종2년(1675년) 북애노인(北崖老人)이 지었다는 고조선에 대한 역사책이다.
그러나 저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고 다만 북애노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 내용은 서문, 조판기(肇判記), 태시기(太始記), 단군기(檀君記), 만설(漫說)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거리를 살펴 보노라면 거대한 누각은 층층이 겹쳐져 있고, 선비와 계집들은 북적북적 시끄러우며, 살찐 말은 큰길가에서 꽃이 피는 아침에 길게 울음을 운다.
그러다 북망산천을 바라 보노라면 옛 무덤들은 허물어 쓰러지고 해골은 버려져 흩날려 있으며, 을씨년스러운 까마귀는 고목 위에서 가을바람에 슬피 울고 있다.
이곳은 어찌 이리도 활기차며 저곳은 어찌 저리도 을씨년스러운가.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이와 같을 따름인가.
구름이 걷히면 산은 텅 비게 되고, 조수가 밀려가면 바다는 허전해지며, 해와 달이 떨어지고 늘어선 별들이 가려지면 천지는 꼼짝없이 어둠으로 닫혀지게 되니,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결국에는 이와 같을 따름인가.
가릴 것도 변변찮은 굶주린 남녀를 보노라면, 새는 집에 창은 찢어지고, 장마에는 부엌이 물로 잠기고 눈발은 집안으로 휘몰아치며, 남루하게 떨어진 옷에다 흐트러진 머리와 때가 낀 얼굴을 하고 있으니, 즐거움이 무슨 즐거움일 것이며 삶이 무슨 삶이겠는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다 공후(公侯)나 호걸(豪傑)의 권세와 고인(高人)과 열사(烈士)의 풍취를 어렵게 얻게 되는데, 추우면 옷을 입고 주리면 밥을 먹으며 전전긍긍 한 평생을 마치게 되느니, 차라리 바다에 뛰어들어 죽어 버리는 것이 낳지 않겠는가.
벌과 개미를 보라! 앞선 놈과 따르는 놈, 지키는 놈과 싸우는 놈, 일하는 놈과 새끼 낳는 놈들이 사이좋게 윙윙거리며 왔다 갔다 하면서 꽃의 꿀을 따 옮기고 죽어 버려진 것을 찾아 모으며 한눈팔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
생각건대 미물에게도 먼 앞날을 생각하는 큰 계획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주어진 삶이니 오로지 그 생존만을 갈구하여 스스로 그치지를 못할 뿐인가. 사람이 삶에 대한 것도 역시 이와 같을 뿐인가.
세상이 마치 고통의 바다와 같다면 요절하는 자는 복이 되고 장수하는 자는 재앙이 되며, 요절하면 억울한 것이 없기 쉽고, 장수하면 착함을 이루기 어려운 것이 되니, 사람마다 모두 바다로 달려 나가 죽음으로서 생명을 단축하는 게 옳은 일이라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역시 고통과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그 삶을 늘이고 선을 쌓아 이로 열반에 드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가.
觀乎窮蔀飢男餒女, 屋漏而牕裂, 潦浸竈, 雪打戶, 破衣襤褸, 頭蓬面垢, 何樂之樂, 何生之生!
人生而難得公侯豪傑之勢, 高人烈士之趣, 寒呌衣, 飢呼食, 睊睊役役而終一生, 寧投海而死者可耶? 觀乎蜂蟻!
將者, 卒者, 守者, 戰者, 役者, 産者, 雄雄雍雍, 來來去去, 運花搬密, 探腐捨死, 勞勞役役, 勤勤孜孜。
意者, 微物亦有, 久遠之大計耶? 抑旣有生則, 必求其存而不能自止者耶? 人之於生也, 亦若是而已耶?
世如苦海, 夭者爲福而壽者爲禍, 夭而無寃易, 壽而作善難, 人可赴海而死, 以端其壽者善耶?
抑亦忍痛耐苦, 長其生而積其善, 以入于涅槃者, 爲最善耶?
(揆園史話/漫說)
조선왕실록에도 근근자자(勤勤孜孜)가 나온다.
조선왕조실록 경종 1년 신축(1721,강희 60) 8월21일 (기묘)
왕세제(王世弟)가 상소하기를, “신은 어리석고 불초(不肖)하여, 지금의 작위(爵位)에 끼이는 것만으로도, 이미 분수에 넘치는 일이옵니다. 그래서 여느 때에도 늘 부끄럽고 두려워, 못이나 골짜기에 떨어진 것 같습니다.
王世弟上疏曰; 臣愚騃不肖, 比數是爵, 而已踰涯分. 尋常愧懼, 若隕淵谷。
그런데 천만 뜻밖에도 절대로 감히 감당할 수 없는 명령을 갑자기 내릴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습니다. 신은 이 명령을 듣고 심담(心膽)이 함께 떨어진 듯 하여 놀랍고 두려워 울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不料千萬意外, 遽下萬萬不敢當之命. 臣聞此命, 心膽俱墜, 驚惶涕泣, 不知置身之所也。
신의 성질은 본래부터 소활(疎闊)하여 오직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서 성세(聖世)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만이 마음속에서 항상 계획했던 바입니다.
臣之性情, 本以疎闊, 惟以徒守已分, 安於聖世, 心常自畫者矣。
신의 충정(衷情)은 다만 천지신명께 질정(質正)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대왕의 척강(陟降)하는 혼령도 밝게 아시는 바로 성상께서 위에 계신데서 어떻게 속일 수가 있겠습니까?
臣之衷悃, 非但天地神明可質, 先大王陟降之靈, 抑亦照燭, 聖明在上, 焉敢誣也?
삼가 원컨대 성자(聖慈)께서는 자성(慈聖)께 앙품(仰稟)하여 빨리 성명(成命)을 거두어 주소서.” 하였다.
伏願聖慈, 仰稟慈聖, 亟收成命。
임금이 답하기를, “미리 저사(儲嗣)를 정한 것은 종사(宗社)를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上答曰; 預建儲嗣, 所以重宗社也。
내가 변변치 못하여 이미 30세가 지났는데도 아직껏 후사(後嗣)가 없으며, 또 기질(奇疾)마저 있으니 국사를 생각해 보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予以不穀, 已過立年, 尙無嗣續, 又有奇疾, 言念國事, 無計可施。
그래서 자성(慈聖)께 앙품하고, 군신들의 청에 따라 저이(儲貳)의 중명(重命)을 맡기는 바이니, 소심익익(小心翼翼)하고 근근자자(勤勤孜孜)하여, 백성들의 큰 희망에 부응토록 하라.” 하고, 승지를 보내어 선지(宣旨)를 전하였다.
玆以仰稟慈聖, 俯從群下之請, 委以儲貳之重, 小心翼翼, 勤勤孜孜, 以副國人之顒望。遣承旨傳宣。
근근자자(勤勤孜孜)
부지런함을 예찬한 말은 많다. ‘휴식과 행복은 근면에 의해서만 얻어진다’는 말이나, ‘근면은 행복의 어머니다’고 한 서양 격언이 그것이다.
무슨 일이든 쉬지 않고 부지런해야 순조롭게 일이 풀린다는 우리 속담 ‘부지런한 물방아는 얼 새도 없다’도 마찬가지다.
부지런하다는 글자가 연속으로 이루어진 이 성어는 최상의 부지런함을 뜻한다. 부지런할 근(勤)은 근로(勤勞), 근면(勤勉) 등으로 사용되어 익지만 힘쓴다는 뜻도 있는 부지런할 자(孜)는 이 성어와 함께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한다는 자자영영(孜孜營營) 외에는 쓰임이 드물다. ‘자세하다’라고 할 때 쓰는 仔(자)와는 물론 다르다.
고사가 있는 것은 아니라도 이 성어가 사용된 곳을 굳이 찾는다면 한서(漢書)의 왕망(王莽)전에 ‘새벽이나 밤이나 추우나 더우나 부지런히 일했다(晨夜屑屑, 寒暑勤勤).’는 표현이 나온다.
상서(尙書)라고도 하는 서경(書經)에는 우왕(禹王)이 순(舜) 임금에게 ‘저는 날마다 부지런히 일할 것만을 생각할 따름입니다(予思日孜孜).’라고 말했다는 부분이 있다.
한꺼번에 붙여 쓴 예가 조선(朝鮮) 숙종(肅宗)때의 역사서 규원사화(揆園史話)에 벌과 개미를 재미있게 나타냈는데 인용해 보자.
雄雄雍雍 來來去去
運花搬密 探腐捨死
勞勞役役 勤勤孜孜
사이좋게 윙윙거리며 왔다 갔다 하면서, 꽃의 꿀을 따 옮기고 죽어 버려진 것을 찾아 모으며, 한눈팔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는 경종(景宗)이 후사가 없어 이복동생 연잉군(延礽君)을 왕세제로 임명하려는데 사양하자 말한다. '조심하고 부지런히 하여 백성들의 큰 희망에 부응토록 하라.'
小心翼翼, 勤勤孜孜, 以副國人之顒望.
물론 후에 연잉군은 영조(英祖)가 되어 52년이라는 최장의 기간 왕위에 있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룩하는데 뺄 수 없는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鄭周永) 회장을 평한 글에도 적합하게 사용됐다.
철학자 안병욱(安秉煜)이 말했다. '하늘은 그에게 초인적 에너지와 사업에 천부적 센스를 준 위에 더욱 감동적인 것은 근근자자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사회를 위해, 겨레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베푼 것이라'고 예찬했다.
▶️ 勤(부지런할 근/근심할 근)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힘 력(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堇(근; 동물의 가죽을 불에 말리는 모양 같은데 나중에는 말릴 때 가죽에 바르는 흙으로, 점토粘土로 생각하고 자체도 火 부분을 土로 쓰게 되었음)의 뜻이 합(合)하여 '부지런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勤자는 '부지런하다'나 '힘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勤자는 堇(진흙 근)자와 力(힘 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堇자는 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진흙'이라는 뜻이 있다. 물이 젖은 진흙은 매우 무겁다. 이렇게 축축한 땅을 다지려면 몇 배의 힘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축축한 진흙을 뜻하는 堇자에 力자가 결합한 勤자는 쟁기로 열심히 진흙을 다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勤자는 그런 의미에서 '부지런하다'나 '힘쓰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勤(근)은 부지런한 성질(性質), 또는 부지런함의 뜻으로 ①부지런하다, 부지런히 일하다, 임무(任務)를 행하다 ②근무(勤務)하다 ③힘쓰다 ④위로(慰勞)하다, 수고를 치하(致賀)하다 ⑤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걱정하다 ⑥괴롭다, 괴로워하다 ⑦은근(慇懃)하다(깊고 그윽하다) ⑧일, 직책(職責), 임무(任務) ⑨괴로움, 고생 ⑩근심,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게으를 권(倦), 게으를 타(惰), 거만할 만(慢), 게으를 태(怠)이다. 용례로는 직장에 적을 두고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근무(勤務), 일정한 시간 동안 일정한 노무에 종사하는 일을 근로(勤勞), 부지런히 노력함을 근면(勤勉), 자기가 맡은 일에 부지런히 힘써서 일함을 근사(勤仕), 부지런하고 검소함을 근검(勤儉), 근무를 한 곳에서 오래 계속함을 근속(勤續), 부지런하고 온후함을 근후(勤厚), 부지런함과 게으름 또는 출근과 결근을 근태(勤怠), 농사에 매우 힘을 기울임 또는 부지런히 짓는 농부를 근농(勤農), 부지런하고 착실함을 근실(勤實), 학문에 힘씀이나 부지런히 공부함을 근학(勤學), 열심히 힘들여서 공부함을 근공(勤工), 부지런하고 성실함을 근간(勤幹), 힘써 삼감을 근신(勤愼), 부지런한 백성을 근민(勤民), 밤에 하는 일을 야근(夜勤), 낮에 하는 일을 주근(晝勤), 직장 안에서 하는 근무를 내근(內勤), 관청이나 회사나 상점 등의 직원으로서 외부에 나가서 하는 근무를 외근(外勤), 매일 일정한 시간 근무함을 상근(常勤), 근무처로 일하러 나가거나 나옴을 출근(出勤), 직장에서 근무를 마치고 물러 나옴을 퇴근(退勤), 출근하지 않음이나 일을 쉬고 안 나감을 결근(缺勤), 일정한 기간 동안에 휴일 외에는 하루도 빠짐 없이 출석 또는 출근함을 개근(皆勤), 집에서 직장에 근무하러 다님을 통근(通勤), 근무 시간 외에 더하는 근무를 특근(特勤), 어느 직장에 근무하는 일을 재근(在勤), 어떤 일에 오랫동안 힘써 옴을 구근(久勤), 몹시 힘이 드는 일에 종사함을 복근(服勤), 대신 근무함을 대근(代勤), 같은 근무나 같은 역할을 동근(同勤), 자기가 맡은 본디의 근무 이외에 다른 근무를 겸함을 겸근(兼勤), 공손하고 부지런함을 공근(恭勤), 고된 일을 맡아 부지런히 일함 또는 고된 근무를 신근(辛勤),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근로자(勤勞者), 근무하는 사람을 근무자(勤務者), 부지런히 힘쓰는 성격을 근면성(勤勉性), 부지런하고 알뜰하여 재물을 모음을 일컫는 말을 근검저축(勤儉貯蓄), 부지런하고 알뜰하게 재물을 아낌을 일컫는 말을 근검절약(勤儉節約),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여러 가지 근로를 일컫는 말을 근로봉사(勤勞奉仕), 직장에서 일한 햇수를 일컫는 말을 근무연한(勤務年限), 국민은 누구나 부지런히 일해야 할 의무를 이르는 말을 근로의무(勤勞義務), 매우 부지런하고 정성스러움을 이르는 말을 근근자자(勤勤孜孜), 매우 부지런하고 정성스러운 모양을 이르는 말을 근근간간(勤勤懇懇), 서투른 것을 보충하는 데에는 부지런함이 으뜸임을 일컫는 말을 근장보졸(勤將補拙), 적은 논밭이나마 농사에 힘씀을 이르는 말을 근력기중(勤力其中), 사람의 근본은 부지런함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재근(人生在勤), 삼가 게을리 하지 않고 일에 힘씀을 이르는 말을 정려각근(精勵恪勤), 성공의 열매는 부지런함 속에 있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성실재근(成實在勤), 하느님을 받들고 백성을 통치하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근민(敬天勤民), 처음에는 부지런히 하나 나중에는 게으름을 이르는 말을 시근종태(始勤終怠) 등에 쓰인다.
▶️ 孜(힘쓸 자)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아들 자(子; 어린 아이)部와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孜(자)는 ①힘쓰다 ②부지런하다 ③근면(勤勉)하다 ④사물(事物)의 형용(形容)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힘 력(力), 힘쓸 노(努), 힘쓸 면(勉), 힘쓸 무(務), 힘쓸 욱(勖), 힘쓸 려(勵)무성할 무(懋)이다. 용례로는 매우 부지런하고 정성스러움을 근근자자(勤勤孜孜)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