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법률 문제에 부딪혀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있다. 법적인 해석이 필요한 복잡한 경우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하고, 소송 등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겠지만 만만치 않은 변호사 선임비용에다 높게만 느껴지는 ‘법 문턱’ 탓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가까운 곳에 변호사 사무실이 없어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지역 주민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변호사 2만명 시대를 열었다지만 전체 개업 변호사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85% 이상이 서울 등 6대 광역시에 편중돼 있는 현실을 보면 법률 서비스에 대한 읍·면단위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농업인들의 법률 불편 해소를 위해 법무부·행정자치부·대한변호사협회가 도입한 ‘마을변호사제도’가 5일로 시행 2주년을 맞았다. 그동안의 성과와 어떻게 하면 이 제도를 농업인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우리 마을에 전담변호사가 생겼어요”=A씨는 2년 전 비닐하우스에 난방용 보일러를 새로 설치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상하게도 새로 보일러를 설치한 뒤 하우스 내 온도가 들쭉날쭉했고, 그로 인해 한해 농사를 망쳐 버렸다.
보일러공사를 맡은 업체가 A씨가 의뢰한 제품과 다른 보일러를 시공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A씨는 마을변호사로부터 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증거보전 방법 등을 안내받아 어려움 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A씨는 “마을변호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공업체의 말에 휘둘려 제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증거보전 방법과 손해배상 청구 절차를 마을변호사로부터 상세히 소개받아 거뜬히 법률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변호사가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든든한 ‘법률 해결사’로 자리잡고 있다.
5일로 시행 2년째를 맞은 마을변호사제도는 법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무변촌(無辯村)’, 즉 해당 지역에 상주하는 변호사가 한명도 없는 읍·면지역마다 변호사 한명씩을 배정해 무료로 법률 자문과 상담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2015년 6월 현재 국내 1412개 모든 읍·면지역에 1500여명의 마을변호사가 위촉돼 있다. 이는 제도 도입 때보다 세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마을변호사가 지정 운영되면서 법률 상담건수도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232건이던 마을변호사 상담건수는 지난해 311건으로 늘었고, 올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상담이 이뤄져 5월 말 현재까지 227건이 진행됐다.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은 “대한변호사협회가 마을변호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상담을 하고도 상담카드를 작성하지 않는 비율이 78%에 달해 마을변호사제도 도입 이후 2년 동안 3500여건의 법률 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특히 지역에서 변호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상담 의뢰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마을변호사 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나=마을변호사 상담은 원격상담과 현장 방문상담으로 이뤄진다. 원격상담은 마을에 상주하는 대신 전화·팩스·이메일 등의 수단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법률 문제를 상담하고 필요한 법적 절차를 안내한다.
신속하고 간편한 상담을 원하는 농업인이라면 직접 마을변호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읍·면사무소에 법률 문제를 문의할 경우는 담당공무원이 마을변호사의 연락처를 안내해 상담을 돕는다. 읍·면사무소에 비치돼 있는 마을변호사 법률상담카드를 활용해 팩스로 상담받을 수도 있다.
온라인 상담의 경우 네이버 지식인 질문 게시판에 질문을 게시할 때, 글의 제목 앞에 ‘마을변호사’라고 적으면 마을변호사가 질문을 검토한 뒤 곧바로 답변해 준다.
현장 방문상담은 마을변호사에게 의무사항은 아니다. 마을변호사가 마을주민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 방문상담을 원할 경우 이뤄진다. 이때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해당 읍·면사무소와 연락해 현장 방문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고 있다.
◆우리 마을변호사는 누구?=안타까운 사실은 농업인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전국 1412개 모든 읍·면지역에 마을변호사가 지정돼 운영 중이지만 아직도 관련 제도를 잘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을변호사는 해당 마을에 직접 상주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를 무료로 상담해 주고 필요한 법적 절차를 안내해 줘 ‘알아두면 손해볼 것 없는’ 유용한 제도이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마을변호사를 알아두는 게 급선무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활용이 어려운 농업인이라면 인근 읍·면사무소를 찾아 문의하면 쉽게 지역담당 마을변호사의 전화번호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기획과(☎02-2087-7852)와 법무부 법무과(☎02-2110-3500)에 문의해 확인할 수도 있다.
인터넷 접근이 용이한 농업인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마을변호사’를 검색하거나, 네이버 마을변호사 캠페인 페이지(campaign.naver.com/livetogether02)에 접속해 확인할 수 있다.
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
●우리마을 변호사 이렇게 찾아요
① 읍·면사무소에 가면 마을변호사의 연락처가 기재된 명함이 비치되어 있다.
② 대한변호사협회 기획과(02-2087-7852), 법무부 법무과(02-2110-3500)로 연락하면 마을변호사를 알려 준다.
③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마을변호사’를 검색하거나, 네이버 마을변호사 캠페인 페이지(campaign.naver.com/livetogether02)에 접속해 확인할 수 있다.